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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집이 없어도, 집이 있어도 죄인…무전유죄·유전유죄


입력 2018.01.23 14:17 수정 2018.03.15 08:06        원나래 기자

집값도 전셋값도 못 잡은 부동산 정책에

세입자 집걱정 여전…재건축 부담금 논란도

“대책이 나오면 집값이 좀 떨어질 줄 알았는데 기다리면 기다릴수록 오르고 있다. 심지어 전셋값도 계속 오르는 상황이라 이사 갈 곳마저 없어 난감하다. 집 없는 게 죄인가 보다.”(집 없는 세입자)

“집 가진 게 죄냐. 헌 집에 오래 살다가 재건축 되면 새 아파트로 이사 갈 날만 손꼽아 기다렸더니 억대 폭탄이 날라 온단다. 내 집에서 그냥 내가 살뿐인데 왜 수억원을 내야 하나.”(집 가진 실거주자)

지난 11일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최근 주택시장 동향 및 대응방향 논의를 위한 경제현안간담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심보균 행정안전부 차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최종구 금융위원장, 한승희 국세청장. ⓒ데일리안 지난 11일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최근 주택시장 동향 및 대응방향 논의를 위한 경제현안간담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심보균 행정안전부 차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최종구 금융위원장, 한승희 국세청장. ⓒ데일리안

지난해 발표했던 각종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 주택시장은 기세는 여전하다. 집값은 더 올랐고, 전셋값 상승도 꺾이지 않으면서 집 없는 세입자들의 집걱정, 이사걱정은 계속됐다.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규제에도 집값은 이를 비웃듯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에 1.4% 오르는데 그쳤던 서울 아파트값은 하반기 3.84%나 올랐다. 이는 전국 평균 보다 4배 가량 높은 상승률이며, 2016년 하반기 3.05%보다 높다.

특히 부동산대책의 타깃이었던 강남권은 여전히 서울 주택시장을 견인하며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강남구, 강동구, 서초구, 송파구를 지칭하는 강남4구의 하반기 집값은 4.47% 올랐다. 서울 평균 상승률인 3.84% 보다도 높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부터 서울 전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묶고, 강남4구 11개구를 투기지구로 지정해 관리에 들어갔지만 집값 상승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정권 교체와 함께 상승세가 꺾이기를 바라던 서울 전세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서울 매매시장 관리에 실패한 정부는 전세시장에서도 이전보다 나아진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서울 전셋값은 1.44% 올랐다. 상반기 0.63%, 전년 하반기 1.32%보다 더 올랐다. 하반기 전국 평균 상승률인 0.11%보다 10배가 넘는 상승률이다.

2016년 하반기 두 곳(강동구 -0.26%, 강서구 -0.34%), 2017년 상반기 한 곳(강동구 -0.01%)이 내림세를 보였지만, 하반기에는 서울 25개구 전역이 상승했다. 12월 기준 서울 평균 전셋값은 4억4076만원으로 역대 최고액을 경신했다.

이처럼 서울 지역의 아파트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자, 정부는 각종 부동산 규제에 대한 재정비에 나섰다. 현재 시행 중인 주택담보대출규제와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은 유지하는 가운데 국토부와 서울시, 구청, 국세청까지 대대적인 투기 단속과 세무조사를 시행한다고 밝힌 것이다.

여기에 올해 1월 시행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통한 부담금 부과와 관련한 실무 작업을 통해 재건축 투자 수요에 대한 추가 압박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에 지난 21일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적용 시 조합원 1인당 최대 8억4000만원의 부담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국토부의 시뮬레이션 결과가 발표되면서 집을 가진 집주인마저 곳곳에 원성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부동산대책이 남발하고 있지만 결국 시장만 더 어지러워졌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대책이 겁주기 용, 압박 용으로 퇴색하며 정부의 조급함만 드러냈다는 비아냥도 있다.

“‘돈’을 위해 서민들과 실수요자들이 ‘집’을 갖지 못하도록 주택 시장을 어지럽히는 일이 더 이상 생겨서는 안 됩니다. 집 걱정, 전월세 걱정, 이사 걱정 없는 주거 사다리 정책이 필요합니다.”

지난해 6월 23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취임사다. 취임사를 발표한지 7개월이 지난 지금, 취임사에서 말했던 약속은 어느 하나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약속한 주택 안정화는 온데 간데없고 집이 없는 사람이든, 있는 사람이든 모두를 규제 안에 가둬놓고 죄인아닌 죄인으로 만들어 버렸다.

최근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부동산 대책을 보고 있자면 이 말이 떠오른다. ‘무전유죄’(無錢有罪) 그리고 ‘유전유죄’(有錢有罪).

원나래 기자 (wiing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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