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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초대형IB' 메리츠종금·신한금투 기관주의 '먹구름'


입력 2018.01.25 06:00 수정 2018.01.25 06:36        부광우 기자

유진그룹 계열사 우회지원 도운 혐의로 제재

기존 초대형IB도 제재에 발행어음 사업 발목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메리츠종금증권(왼쪽)과 신한금융투자 본점 전경.ⓒ각 사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메리츠종금증권(왼쪽)과 신한금융투자 본점 전경.ⓒ각 사

금융감독원이 유진그룹의 계열사 우회지원을 도와준 혐의를 받고 있는 증권사들에 대해 기관주의 제재를 확정했다.

특히 이번 제재 대상에 차기 초대형투자은행(IB) 후보로 꼽히는 메리츠종금증권과 신한금융투자가 포함돼 증권가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초대형IB 인가를 받은 곳들도 제재에 묶여 좀처럼 관련 사업에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만큼 두 증권사 역시 초대형IB가 되더라도 비슷한 처지에 놓이게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된다.

25일 금감원에 따르면 최근 유진투자증권에 대한 기관경고와 메리츠종금증권, 신한금융투자, KTB투자증권, 신영증권, 코리아에셋투자증권에 대한 기관주의 제재 조치 요구가 확정됐다.

해당 증권사들은 2013년 유진투자증권이 벌인 계열사 회사채 편법 인수에 연관된 곳들이다. 유진투자증권은 이들을 통해 유진기업의 회사채를 인수하도록 하고 이후 그 물량을 전량 가져온 혐의를 받고 있다.

금융당국은 동양사태 이후 대기업 계열 증권사에 대해 투기등급의 계열사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또 계열사가 발행하는 회사채의 50% 이상을 인수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번에 제재를 받게 된 곳들 가운데 메리츠종금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자기자본 규모 면에서 국내 10대 증권사에 속하는 회사들이다. 두 증권사는 기관주의 제재와 더불어 각각 5000만원의 과태료 처분도 함께 받았다.

이번 제재에 더욱 눈길이 쏠리는 이유는 메리츠종금증권과 신한금융투자가 조만간 초대형IB에 도전장을 낼 것으로 꼽히는 증권사여서다. 새로운 자금 조달과 먹거리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초대형IB 사업은 최근 자본 여력을 갖춘 대형 증권사들의 최대 이슈다.

자기자본이 4조원을 넘는 증권사가 초대형IB 사업자 인가를 받으면 만기 1년 이내의 어음 발행과 할인, 매매, 중개, 인수, 보증업무 등 단기금융 업무가 허용된다. 현재 자본 요건을 채워 초대형IB 사업자 인가를 받은 곳은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5개사다.

메리츠종금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3조원대의 자기자본을 갖췄다는 점에서 다음으로 초대형IB에 진입할 후보로 거론된다. 메리츠종금증권과 신한금융투자의 지난해 9월 말 기준 자기자본은 각각 3조2387억원, 3조2076억원이다. 이어 규모가 큰 증권사인 하나금융투자의 경우 아직 자기자본이 1조9542억원으로 2조원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사실상 초대형IB를 가시권에 둘 만한 증권사는 메리츠종금증권과 신한금융투자 두 곳뿐이라는 얘기다.

문제는 먼저 초대형IB가 된 증권사들의 사례에 비춰볼 때 메리츠종금증권과 신한금융투자가 해당 사업 허가를 받더라도 이번에 받은 징계가 걸림돌로 작용하며 영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초대형IB 다섯 곳 중 핵심 사업인 발행어음 업무가 가능한 증권사는 한투증권뿐이다. 나머지 네 곳은 금융당국으로부터 초대형IB 승인은 받았지만 단기금융업 인가는 받지 못해 발행어음 사업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KB증권은 징계에 발목이 잡혀 있다.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은 이번에 메리츠종금증권과 신한금융투자의 케이스와 같이 금감원으로부터 기관주의 제재를 받은 케이스다. KB증권은 이 보다 한 단계 높은 징계인 기관경고를 받은 상태다. 삼성증권에 대한 단기금융업 심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재판을 받고 있는 점이 대주주 결격사유라는 이유로 일치감치 보류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 대형 증권사들이 징계로 인해 발행어음 판매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차후 초대형IB 인가를 받은 곳들도 근래에 이들과 비슷한 징계를 받았다면 비슷한 상황에 놓이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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