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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탁의 '양주병'과 문 대통령의 '문위병'


입력 2018.01.27 08:36 수정 2018.01.27 21:34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사병화된 문 지지자 문 대통령외엔 모두 적대

생일 광고 검색어 전쟁 국민들로부터 대통령 고립시켜

지난 1월 11일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 설치된 문재인 대통령 생일축하 광고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1월 11일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 설치된 문재인 대통령 생일축하 광고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연합뉴스

"동탁을 토벌할 수 있다면 조조가 되겠다." 남경필지사가 바른정당을 탈당하고 자유한국당에 복귀하면서 한 얘기다. 궁색한 상황을 호기롭게 대응한 것이다. 그러자 경기지사 경쟁자인 이재명 성남시장이 ’남지사는 조조가 아닌 여포’라며 맞받았다. 대단한 시각차다.

조조가 누군가? 후한을 이어 삼국시대 위나라를 세우고 천하를 호령했던 인물이다. 기계가 높고, 지략이 특출했고, 문재도 뛰어났다. 말 그대로 명사 중 ‘명사’(한대 호족들을 대신해 사회지도층이 됐던 지식인 그룹)다. 비록 사마씨에게 천하통일의 과실은 빼앗겼지만, 그 기틀을 만든 영웅이었다. 그는 ‘인정없음’의 대명사 같은 사람이지만, 그만큼 권력의 속성에 정통한 사람도 없었다. 기꺼이 욕을 먹을 각오를 갖은 목표지향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간계에만 능한 인물이 아니었다. 둔전제 등 각종 개혁안을 마련하고 시행했다. 내치(內治)에 상당한 성과를 냈고 백성의 삶은 안정됐다. 그 결과 민심을 얻었다. 그가 천하를 호령한 것은 단순히 군사력에 힘입은 바는 아니었다. 남지사의 ‘조조가 되겠다’는 천하를 안정시키기 위한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아니고, 천하를 얻고자 하는 ‘감히’가 될 수 있다.

그럼 동탁은 누구인가? 남지사는 현정부와 집권세력을 동탁의 무리에 비유했다. 동탁은 후한 말 유명한 무장이었다. 개인적 무용은 뛰어났으나 군대를 지휘하는 장군으로서는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황건적의 난’ 때 난적을 토벌하라는 황명을 받았으나 성과를 내지 못하고 다른 장수들로 교체됐다.

그러나 ‘전화위복(轉禍爲福)’이었다. 전란 중에 사병(私兵)을 키운 것이다. 그 사병이 ‘양주병(療州兵)’이다. 양주는 강족과 후한 정부군의 격돌지였다. 후한군의 지휘관은 황보숭이었다. 전장에서 강족이 패하자 강족 패잔병은 동탁에게 투항했고, 한인출신 정예병과 함께 동탁의 ‘양주병’을 구성했다. 황제는 동탁의 군대를 황보숭에게 넘길 것을 지시했으나, 동탁은 이를 무시했다. 정권말기니까 가능했던 일이다.

이후 ‘황건적의 난’이 평정되자, 고질병이었던 외척과 환관의 대결이 격화됐다. 외척 하진이 환관을 일소하려다 오히려 되치기를 당하고 비명횡사했다. 그러자 하진과 함께했던 원소가 낙양으로 들이닥쳐 환관들을 일소했다. 그 와중에 황제는 도성인 낙양 밖을 떠도는 신세가 됐고, 이를 발견한 동탁은 황제를 모시고 도성에 들어와 실권을 장악했다. 이후 <삼국지연의>를 통해 알려진 대로 여포를 꼬셔 정원을 살해하고 정원의 군사와 함께 하진의 부하들까지 흡수해 군권을 장악한다.

이런 사정을 볼 때 현 정권을 동탁에 비유한 것은 일리가 있다. 동탁의 ‘양주병’은 요즘 ‘문꿀오소리’, ‘달빛기사단’ 등 소위 ‘문위병’에 해당한다. 이들의 기원은 2015년 12원 위기에 처한 새정치민주연합이 ‘온라인당원’을 모집한 데서 시작된다. 2016년 4월 총선 전 새정치민주연합은 위기를 맞는다. 호남출신 의원들과 당원들이 안철수대표와 함께 국민의당을 만들어 빠져나가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존립마저 위태로워졌다.

이때 당시 문재인 대표는 두 가지 처방을 내린다. 하나는 당원의 공백을 온라인 당원으로 채운 것이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노무현 전대통령을 지키지 못했다고 자책해 온 노사모가 주축이 되어 온라인을 기반으로 적극적인 지지자로 변신한 계기다. 이후 ‘문위병’들이 온라인을 기반으로 여론전을 펼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당시 문 대표는 온라인에 기반한 ‘제도권외 오랑캐 세력’을 제도권에 끌어들여 주력으로 삼은 것이다. 또 하나는 김종인 전대표를 얼굴마담으로 내세워 총선을 돌파한 것이다. 이후 김종인을 팽(烹)시키고 문 대표는 권력을 독점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이들 ‘문위대’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현역단체장들도 이들의 눈치를 보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충성을 맹세한다. 개인의 대중성은 다음 문제다. 본선에 나가지 못하면 그걸로 끝이다. 지금처럼 ‘여당내 경선이 본선’이라는 마당에 문위병의 호위를 받는 문대통령의 영향력은 더욱 강해질 수 밖에 없다. 현역이 있는 지역에 청와대 출신 참모들이 자신있게 출사표를 던지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들 ‘문위병’들에게 최고 권력자 한사람이외 모두가 잠재적인 적이다. 현재 문재인 정부의 실세라는 사람들도 그들을 두려워한다. 언제 어떤 말을 꼬투리 잡을지 모르고, 그들의 응징은 정치적으로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권력자들이 김정은의 위세에 눌려 입을 가리듯 숨을 죽인다. 차이가 있다면, 김정은은 군권을 장악하고 충성경쟁을 통해 권력을 휘두르지만, 우리 현 정부는 극단적인 여론에 힘입어 권력을 휘두른다.

그러나 ‘문위병’의 위세는 오래갈 수 없다. 보수나 진보 모두, 가장 큰 적은 자파진영의 극단주의다. 좌파에겐 ‘극좌모험주의’가 가장 위협적인 적이다. 결국 국민들로부터 고립되고, 고립된 정치조직은 오래 유지될 수 없다. 문 대통령 생일 (국내외) 광고에서도 나타났듯이, 그들의 열성적인 애정표현은 국민들로부터 문재인 정부를 더 멀어지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생일축하 이벤트로 추진된 포털의 검색어(평화올림픽) 띄우기에서 일방적인 게임을 예상했으나 각축을 벌인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청와대가 광고와 이벤트에 대해 말을 아끼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온라인상 지지는 실체가 없기 때문에 동력을 잃으면 쉽게 사그러든다. 잘못된 정책의 책임은 공유되지 않고, 온전히 현 정권의 실책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현 정권 입장에서 즐길 수만 없는 이유다. 정치집단은 제도적으로 국민에게 책임을 지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직접 민주주의’에 익숙해진 국민들은 단죄에서도 가차없을 것이다. 게다가 우파진영이 오랜 침묵을 깨고 이제 말을 하기 시작했다.

동탁은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그는 명사들을 융숭히 대접하여 우군으로 삼으려 했다. 그러나 명사들은 그의 편이 될 수 없었다. ‘명사’는 누구의 편이나 토지에 기반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은 세간의 명성에 철저히 의지했다. 당연히 동탁에 대해 여론이 등을 돌리면 그들도 동탁에게 등을 돌릴 수 밖에 없다. 개인적인 신뢰관계는 본인의 존립기반이 무너지면 힘을 잃는다. 최후에 그의 곁을 함께한 명사가 없었던 이유다. 현 정부가 지금 웃고 있을 수 만은 없지 않은가?

정치인 개인의 성쇠(盛衰)는 항상 있었고, 새로운 일도 아니다. 민주사회에서 기대하듯 모든 정치인이 올바른 판단을 하는 것도 아니다. 이번 정부의 성공여부는 시간이 지나면 확인될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 문제는 대한민국의 운명을 결정할 중요한 시점에 우리정치에 천하를 안정시킬 조조가 없다는 점이다. 조조의 개혁과 그 개혁을 가능케 했던 열정, 치밀한 전략을 갖은 지도자가 없다. 그것이 비극이고, 천추의 한이 될 것 같다.

‘좋은 시절’ 같으면 웬만한 상처는 쉽게 극복할 수 있다. 그러나 위기에는 작은 상처도 치명적일 수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은 ‘좋은 시절’이 아닌 것 같다. ‘안보’는 6. 25이후 최대의 위기, ‘경제’는 살얼음판이다. 안보와 경제의 방패막이 ‘한미동맹’은 와해되고 있다. 그것도 우리 정부가 자초한 일이니 더욱 두렵다. 우리 선배들의 ‘현명한 선택’이 현재의 번영을 이루었다. 현 정부와 그 지지층은 그 ‘현명한 선택’마저 ‘적폐’로 매도한다. 우리 정부의 잘못된 선택이 우리 후세까지 ‘민폐’가 될지 두려울 뿐이다.

글/김우석 미래전략개발연구소 부소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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