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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힌 교육정책에 강남 집값 치솟는데…정부 ‘모르쇠’


입력 2018.02.12 06:00 수정 2018.02.12 06:07        이정윤 기자

이낙연 “자사고‧특목고 폐지로 강남 집값 상승 증거 없어”

8학군 내 주요 아파트 단지 매맷값‧전셋값 둘 다 ‘상승세’

서울의 한 공인중개업소 모습. ⓒ데일리안 서울의 한 공인중개업소 모습. ⓒ데일리안


자율형사립고와 특수목적고등학교를 일반고등학교로 전환한다는 정부 발표 후 강남 집값이 상승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는데도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6일 열린 국회 본회의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이종구 자유한국당 의원은 자사고‧특목고 폐지에 따른 강남 8학군 수요 급증이 강남권 집값 상승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이낙연 국무총리는 “강남권 집값 상승이 자사고‧특목고 폐지 정책 때문이라는 확실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전셋값이 오르든 전학이 많든 해야 하는데 그런 증거는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강남지역 활성화를 위해 '학군'을 꺼내들었던 과거 정부의 정책 이후 집값 급등세와 최근 8학군 인근 집값 상승은 그 원인과 양상이 상당히 닮아 있다는 게 시장과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강남 집값의 변화는 교육부가 자사고‧특목고 폐지를 발표한 지난해 11월 전후 뚜렷하게 나타난다. 특히 대표적인 8학군 지역으로 꼽히는 대치동의 경우 아파트 매매와 전세가격 모두 상승했다.

1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정부의 교육 정책 발표 이후 아파트값이 큰 폭 오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 단국사대부고와 숙명여고 등 인근에 위치한 서울 강남구 ‘래미안 대치 팰리스’ 전용면적 94㎡는 자사고‧특목고 폐지 발표 직전인 지난해 10월 20억2000만~21억원에 팔린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 아파트는 25억원 대에 매물이 나와 있다.

또 전셋값의 경우 지난해 10월 전용 94㎡가 11억~12억5000만원에 거래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아파트의 현재 전셋값은 14억5000만~15억원에 달한다.

래미안 대치 팰리스에서 도보 15분 거리에 위치한 ‘대치 아이파크’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10월 전용 119㎡가 18억5000만~19억2000만원에 매매 거래된 반면, 현재 동일 면적의 호가는 23억5000만~25억5000만원으로 잡혀있다.

이 아파트 역시 전셋값도 크게 상승했다. 현재 전용 119㎡는 16억5000만원에 매물이 나와있지만, 약 4개월 전인 지난해 10월에는 11억3000만원 대에 전세거래가 이뤄졌다.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J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원래 래미안 대치 팰리스의 경우 우수한 학군이 장점인 단지였다”며 “하지만 정부가 자사고‧특목고 폐지를 발표한 이후 이 지역으로 진입하려는 수요가 월등히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전체 매수문의 중 80~90%가 아이들 학교 문제와 관련됐다”면서 “한두달 새 3~4억원이 껑충 뛰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학군에 따른 집값 상승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지난 1972년 강북 억제책에도 강남 개발이 지지부진하자, 정부는 강남 활성화를 위해 강북의 명문 고등학교들을 강남으로 이전시키는 등의 교육정책을 밀어 붙인 바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어떤 연구결과를 보더라도 교육은 주택가격에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와있다”며 “자사고‧특목고가 폐지되면 자연스럽게 강남 8학군이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양지영 R&C 연구 소장은 “자사고와 특목고 폐지로 인한 강남 쏠림현상을 줄이기 위해선 강북 등 강남 이외 지역에 우수한 학군을 새롭게 조성할 필요가 있다”며 “강남 대체신도시 개발로 강남 수요의 이전 효과를 거둔 판교신도시의 선례를 참고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정윤 기자 (think_uni@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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