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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군산폐쇄' 실력행사…정부지원·5000억 증자 압박


입력 2018.02.13 11:24 수정 2018.02.13 14:57        박영국 기자

"경영 정상화 계획에 28억달러 투자…산은도 지분율만큼 지원해야"

한국 정부에 "타국가 대비 경쟁력 있는 인센티브 제공" 압박

전북 군산시 오식도동 한국지엠 군산공장 생산라인에서 직원들이 '올 뉴 크루즈'의 품질을 최종 점검하고 있다.ⓒ연합뉴스 전북 군산시 오식도동 한국지엠 군산공장 생산라인에서 직원들이 '올 뉴 크루즈'의 품질을 최종 점검하고 있다.ⓒ연합뉴스

"경영 정상화 계획에 28억달러 투자…산은도 지분율만큼 지원해야"
한국 정부에 "타국가 대비 경쟁력 있는 인센티브 제공" 압박


미국 GM 본사가 결국 한국지엠에 대한 정부지원을 요구하며‘실력행사’에 들어갔다. 군산공장 폐쇄를 통해 일자리를 잃게 된 2000명의 근로자를 볼모로 2대주주인 산업은행에 증자를 요구하는 한편 정부에 인센티브 제공을 압박했다. 산업은행이 보유했던 ‘비토권’은 지난해 10월 만료된 상태라 ‘눈 뜨고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지엠은 오는 5월 말까지 군산공장의 차량 생산을 중단하고, 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고 13일 밝혔다. 군산공장은 최근 3년간 가동률이 약 20%에 불과한데다 계속해서 하락해 지속적인 공장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이와 함께 한국지엠은 한국 정부와 2대주주인 산업은행, 노동조합에 한국에서의 사업을 유지하고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했으며, 이 계획이 실행되기 위해서는 모든 이해당자사들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회사측은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하진 않았으나 이날 한국지엠 노조가 사내 소식지를 통해 밝힌 내용에 따르면 ▲신규 글로벌 제품(차종) 확보(대규모 수출시장, 높은 마진, 높은 수요의 글로벌 차량) ▲글로별 경쟁력 확보 위한 구조조정(가동률 개선 생산기지 전략 검토, CKD센터 통합 등) ▲모든 이해관계자 지원 확보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여기서 신규 생산차종 확보를 위해 한국지엠은 28억달러(약 3조원)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모든 이해관계자 지원 확보’에는 ▲주주들의 지분율 비례 자금제공 ▲당사 계획에 대한 정부의 지원 및 타국가 대비 경쟁력 있는 인센티브 제공 등이 포함돼 있다.

산업은행이 보유한 한국지엠 지분율(17.02%)대로라면 신규차종 확보를 위해 산업은행이 지분율에 비례해 제공해야 할 자금은 5000억원이다. 그동안 업계에서 언급됐던 ‘5000억원 유상증자 참여 요구설’이 결국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우리 정부에 GM이 생산기지를 보유한 다른 나라에 비해 좋은 조건의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까지 요구했다.

이날 폐쇄를 결정한 군산공장에는 현재 2000명가량의 근로자가 근무하고 있으며 이들의 고용대책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회사측은 “고용대책 등은 추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에 대한 고용대책 발표 시점은 ‘경영 정상화 계획 실행을 위한 이해당사자들의 지원’, 즉 산은의 유상증자 참여와 정부의 인센티브 제공 계획이 발표된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2000명의 직접고용 인원과 수십만 명의 협력사 직원을 볼모로 한국 정부와 산은을 협박하는 모양새다. 이미 GM 본사 회장이 한국시장 완전 철수 가능성을 언급한 상태라 ‘이해당사자들의 비협조’로 ‘경영 정상화 계획’이 무산됐을 경우 더 큰 규모의 실업사태까지 각오하라는 의미도 될 수 있다.

이날 한국지엠의 군산공장 폐쇄 결정은 우리 정부나 산은의 의견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졌다. 2대주주인 산은은 한국지엠의 주요 정책 결정을 거부할 수 있는 ‘비토권’을 지난해 10월부터 상실한 상태라 군산공장 뿐 아니라 부평공장까지 폐쇄하더라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GM이 지난해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에 민감하다는 점과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지역 민심에 민감하다는 점, 그리고 한미 FTA 재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에 대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점을 절묘하게 노린 것 같다”면서 “정부는 정치 논리가 아닌 철저한 시장 논리로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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