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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중기 출신 경총 회장 무산 배경두고 설왕설래


입력 2018.02.23 06:52 수정 2018.02.23 07:53        이홍석 기자

대기업 회원사 중심 반대...정치인 색 강한 인사 거부감도

인물난 속 무리한 추진, 불투명한 회장 선출 규정도 영향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단이 22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된 ‘제 49회 한국경영자총협회 정기총회’에 앞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단이 22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된 ‘제 49회 한국경영자총협회 정기총회’에 앞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대기업 회원사 중심 반대...정치인 색 강한 인사 거부감도
인물난 속 무리한 추진, 불투명한 회장 선출 규정도 영향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사상 초유의 회장 선임 무산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정치인 색깔이 강한 중소기업 출신 인사에 대한 대기업들의 거부감과 함께 회원사들의 중지를 모으는 과정 없는 무리한 추진이 화를 불렀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전날 경총이 정기총회에서 차기 회장을 선임하지 못하면서 회장과 상임부회장 공백 사태를 맞게 된 데 따른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가장 표면적으로 드러난 이유는 정치인을 지낸 중소기업인에 대해 대기업 회원사들을 중심으로 반대에 부딪쳤다는 것이다.

'중기 출신'경총 회장 적합성 제기...정치인 출신 부담도 작용

당초 이 날 총회에서는 중소기업중앙회장울 2번 지낸 박상희 대구 경총 회장이 추대돼 차기 회장으로 선임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날 총회에서 회장 선임을 위해 구성된 전형위원회에서 박 회장의 차기 경총 회장 선임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결국 위원회만 구성하고 추후에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중소기업 출신 첫 경총 회장으로 큰 기대감을 모았던 박 회장이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큰 대기업 회원사들의 동의를 받지 못하면서 사실상 회장 선임이 무산된 것이다.

경총 회원사는 약 4000여개로 지방 경총이 대부분 중소기업 회원사로 이뤄져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숫자로는 중소기업이 절대적이다. 하지만 한국경총만 놓고 보면 회원사 다수가 대기업으로 기업 규모로 받는 회비를 고려하면 대기업들이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다.

대기업들 사이에서는 경총 회장은 노사관계 최일선에서 경영계의 의견을 대변해야 하는데 중소기업 출신 인사가 적합한 인물이냐는 의문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박 회장이 기업인이지만 정치인 경력이 있는 인물이라는 점도 반발을 샀다는 후문이다.

박 회장은 지난 2000년 16대 국회의원(새천년민주당 비례대표)를 지냈고 2012년부터 2016년까지는 새누리당 재정위원장을 맡는 등 정치권에서도 꾸준히 활동을 해 왔다.

재계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 출신 인사가 경총 회장이 되는 것에 대한 대기업들의 반발이 있었고 경총으로서는 비중이 큰 대기업 회원사들의 의견을 무시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정치인 색깔이 강한 인사가 선임되는 데 따른 부담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원사 의견 수렴 과정 없이 추진...모호한 규정도 한 몫

또 인물난에 시달린 경총이 사전에 회원사들의 중지를 모으지 못했고 이 과정에서 일부 인사가 무리하게 회장 선임을 추진한 것이 화를 불렀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박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적극 추대한 인물이 김영배 상임부회장으로 지난 14년간 자리에 있으면서 사실상 경총을 장악한 실세인 김 부회장이 자신의 입지를 유지하기 위해 움직였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총회를 앞두고 박 회장 내정설이 흘러나온 것도 김 부회장의 작품으로 경총 내부에서 이러한 무리한 추진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가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정기총회에서 김 부회장이 갑작스럽게 사퇴 의사를 밝힌 것도 자신이 추대했던 박 회장 카드가 결국 무산된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상임부회장은 그동안 줄곧 연임 고사 의사를 밝혔던 박병원 현 회장과는 달리 총회 전까지 사퇴할 조짐은 없었다.

이와함께 회장 선임과 선출 절차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는 것도 화를 부른 요인으로 작용했다. 경총의 정관에는 회장 선임에 대한 구체적 절차가 명시돼 있지 않고 다만 '총회를 통해 선임한다' 정도의 조항이 전부다.

또 회장을 선임하는 전형위원회 구성 권한이 현직 회장에 있기는 하지만 위원회 구성에 대한 규정도 없다, 회장이 관행적으로 회장단 중에서 위원을 선임해 온 터라 자신의 의지를 마음대로 반영할 수 있는 구조다. 박상희 대구경총 회장이 대기업 인사 일색으로 구성했다는 불만을 터뜨린 것도 이 때문이다.

그동안 관행상 회장단이 총회에 앞서 후보를 추대하고 전형위원회를 구성해 만장일치 형식으로 회장을 선임해 왔지만 이는 규정에 따른 것이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총회에 앞서 열린 19일 회장단 모임을 두고 적절한 절차였는지 여부에 대한 의견도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당초 19일 회장단 모임에서는 박상희 회장이 차기 회장으로 추대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 날 모임에서 이름이 거론된 여러 후보 중 한 명이었고 모임 자체도 회장단 21명 중 일부만 참석해 전체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와관련 이동웅 경총 전무는 전날 총회 관련 브리핑을 통해 “회장 선임은 총회 전형위원회를 통해서만 이뤄지며 공식적으로 내정이라는 절차 자체는 없다”며 “총회에 앞서 이뤄진 회장단 모임에서 일부가 박 회장을 추천한 것은 사실이지만 회장 선임은 총회에서 전형위원회를 통해 이뤄진다는 사실도 설명했다”고 밝혔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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