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문 대통령, 모처럼 맞았다는 ‘기회’ 어떤 건가요?


입력 2018.02.26 05:56 수정 2018.03.03 13:45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대북정책 결실 못맺은건 진보정권 '햇볕' 때문

미국 간섭 없으면 남북한 평화공존하게 될거라 믿나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선전부장과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선전부장과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Ⅰ]
요즘 한창 신문 방송 등에 분주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 문화예술계, 교육계 인사들은 아무래도 사람이 아닌 것 같다. ‘사람중심의 사회’라고들 유난히 떠드는 이 나라에서 그 구호를 외치는 사람들과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다고 여겨지는 이 유명 인사들을 ‘사람’의 테두리 밖에 내놔야 하는 기분은 참담하다.

이자들은 여성을 성적으로 모욕하고 유린하고 폭행했다. 자기 분야에서 획득한 권력을 이용해 저항할 수 없는 지위의 여성들에게 말로 다할 수 없는 수치와 고통과 상처를 안겼다. 문화계의 거목입네 거장입네 하는 따위의 추어주기에 아주 익숙해진 이들은 오래 동안 많은 여성들에게 온갖 못된 짓을 저지르면서 멈출 줄을 몰랐고, 사회적 고발을 당하기 전까지 뉘우칠 줄도 몰랐다.

인간이기 포기한 진보 거장들

이들은 자신들의 지배하에 있는 특별하고 격리된 커뮤니티를 악행의 치외법권 지대로 삼아 가장 잔인하고 교활한 방법으로 성적 범죄를 저질렀다(이들이 기회만 있으면 인권을 말했다던데 혹 위안부 문제를 들어 일본은 공격하지나 않았는지 궁금하다). 이자들은 가장 선량하고 정의로운 표정으로 대중의 갈채를 받으면서도(학생들의 교과서에 이름과 작품을 올린 자도 있다) 추악한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이들은 인간이기를 포기한 자들이다. 그러니 인간이 아니다. 그런데 이들의 죄과에 대한 사회적 징벌이 그리 엄한 것 같지 않다. 이들 가운데 대표적인 자들은 이른바 ‘진보 인사’로 불렸다. 어쩌면 진보세력에겐 문화예술 분야의 자랑, 지주(支柱)였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런지 진보적 지식인‧단체‧정당들은 별로 말이 없다.

진보의 민낯을 봤다는 말을 듣기가 거북하다면 악마적 이미지를 가진 이 거물들에 대해 무슨 말이든 해야 한다. 이념 이전에 우리가 인간으로서의 동질성과 공감대를 가진 사람들임을 같이 확인하고 안도하기 위해서라도!

[Ⅱ]
오랜 세월 온갖 죄를 저지르고도 악마적 권력을 여전히 휘두르고 있는, 인류사적 거악(巨惡)도 있다.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이라는 이름의 집단이다. 가당찮게도 ‘민주(民主)’라는 갑옷으로 무장했다. 물론 우리의 ‘민주’와는 동음이의어이다.

인류정치사에서 위대한 발견 혹은 자각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다. 우리가 아는, 그리고 우리 헌법과 헌정이 표방하는 ‘자유민주주의’가 이로써 가능해 졌다. 이게 아닌 민주주의는 허상이다. 그건 오히려 통치자의 폭정을 정당화하는 도구가 된다. 쥐나 개나 민주정부 민주권력을 들고 나온다. 그리고 민주의 이름으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박탈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정치적 동물(zoon politikon)’이라고 했다. 당시의 개념으로 말한다면 이는 ‘폴리스(polis) 안에 사는 존재’다. 폴리스에 속하지 않는 인간이란 신이거나 야만인인일 것이었다. 억지로 맥락을 이어서 말하자면 북한의 인민은 집단의 일원, 정치‧사회적 유기체의 세포로서만 존재의의를 갖는다. 세포이기를 거부하고 스스로 사고력을 발휘하려 하는 순간 그는 이미 체제 밖의 존재가 된다. 당연히 그 사회에서는 살아낼 수가 없다. 북한 체제는 ‘수령 뇌수론’으로 채워진 ‘수령유일체제’, 북한 헌법이 표방하기로는 ‘민주주의 중앙집권제’다.

과속하는 대통령의 대북정책

그 체제와, 평화를 위한 대화가 가능하고, 한반도 비핵화가 이를 통해 이뤄질 수 있다고 문재인 정부는 주장한다. 그 정도가 아니다. 우리체제와 북한체제가 간 연방제 통일이 가능하다고 우겨대기도 한다. 그들이 정권을 잡은 지금은 그 구체적인 준비작업에 들어간 느낌을 준다. 집권 더불어민주당의 개헌안이 보여주는 바도 그것이다.

이 사람들은 눈치 보는 법이 없고, 주저하는 빛도 없다. 누가 뭐라든 오불관언이다. 국민에게 친절하고 자상하게 설명해주는 수고도 극도로 아낀다. 거듭되는 정부 시책의 시행착오에 대해서도 진심어린 사과를 들은 기억이 없다.

특히 대북정책에서의 독선 독단 독주는 상식인의 상상력을 무색케 할 정도에 이르렀다. 문 대통령이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해온 △한반도 전쟁불가론, △대화를 통한 평화적 북핵문제 해결, △민족 자주적 한반도 문제 해결 등의 원칙은 애초부터 한국 정부 운신의 폭을 넓히는 정도에서 멈출 것이 아니었다. 문 대통령은 의도적으로 과속하는 인상이다. 그 끝에 미국 배제라는 과제가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그는 북한 핵문제를 논의한다는 전제가 없이, 아예 그것을 비켜나서 미국 또는 유엔의 제재대상인 김여정, 최휘에다 이제는 우리도 함께 제재 명단에 올린 김영철까지 입국시켰다.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중앙위 통일전선부장인 김영철을 위해 대한민국 정부는 군사도로를 열어줬고, (정부는 당연하다고 여겼겠지만) KTX 특별열차도 제공했다.

그가 지난 2010년 3월의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는 사실은 묵과됐다. 통일부측의 해명이 가관이다. “천안함 폭침은 분명히 북한이 일으켰지만 구체적인 관련자는 특정해 낼 수 없다”고 했다. 당시 정찰총국장이었다면 대남 공작의 총책임자다. 언제부터 북한의 군사적 도발이 현장 지휘관이나 병사들의 판단에 의해 저질러졌다는 것인가.

[Ⅲ]
일전에 가봤던 ‘영국군 설마리 전투 추모공원’이 잊히지 않는다. 1951년 4월 22일부터 25일까지 영국군 29여단 글로스터 대대는 파주시 설마리에서 중공의 대군과 혈전을 벌였다. 그들은 탈출하거나 항복하라는 명령이 있었음에도 항전을 선택했다. 59명이 전사했고, 530여명이 포로로 잡혔다. 탈출에 성공한 장병은 69명에 불과했다. 이들은 목숨을 바쳐 적의 남하를 사흘간이나 저지함으로써 중공군의 제5차 공세를 무산시키는 전과를 올렸다.

“이곳에서 싸우다 죽어간 영국군 장병들은 여기가 어디인지 알고나 있었을까? 그들이 조국을 떠나 이곳으로 올 때 한국이라는 나라를 알기나 했을까? 그들은 오직 자유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국가의 부름에 응했고, 싸웠고 죽어갔다. 단 한줌의 흙, 단 한 뼘의 땅도 저절로 지켜지지 않았음을 오늘 우리는 얼마나 절절히 기억하고 있을까? 누구의 염원으로, 누구의 목숨으로 우리의 오늘이 있게 됐는지를 우리는 마음에 새기고 있는가? 누가 다시 말해주시라. 이 땅은 우리만으로 지켜진 우리만의 조국이 아니라는 것을, 참전 16개국 젊디젊었던 장병들의 목숨도 함께 우리의 조국에 바쳐졌다는 것을!”

고마움과 미안함으로 눈시울이 젖어들었다.

김정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 참석차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딸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에게 문재인 대통령은 말했다. “한미양국은 모처럼 잡은 이 기회를 잘 살려 나가야 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이 역사적인 위업을 달성하고 싶다.” 어떤 기회를 잡았다는 것인가.

그는 “지난 25년간의 한미양국 정부 노력은 성공하지 못했다”는 자신의 인식도 밝혔다. 당국 간 대화는 그간에도 수없이 있어왔고, 언제나 뒤끝은 안 좋았다. 그게 한국정부 측의 지나친 온정주의 때문이었다는 생각을 문 대통령은 해 본적이 없는 것 같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50회 넘는 정상회담을 하면서 북한 대변인 역할을 했다고 김정일에게 보고하듯 말했는데, 다른 대통령도 그랬더라면 북한이 핵을 포기했을까?

문 대통령은 운전대를 자신이 잡았다고 여기는 빛이다. 그 점을 이방카를 통해 트럼프에게 확인시키고자 한 것 같다. 문 대통령이 운전대를 잡았다 하고, 이제 북한의 핵포기 선언을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것인지 듣고 싶다. 행여 목표를 ‘핵동결’ 정도에 두고 있는 것은 아니기를 바라면서….

천안함 폭침 주범 김영철을 25일 평창 모처에서 만났다는 문 대통령은 어떤 주문을 했을까? 천안함 희생장병 유가족들이 그렇게 분개했는데도 기어이 그의 입국을 허락하고 만나기까지 한 배경은 무엇인지, 그럴 가치가 있는 일이었는지 궁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단언 커니와 북한 체제는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 저들의 한반도 책략 또한 달라질 리 없다. 김정은 집단은 기어이 핵무장을 할 것이고, 우리를 자신들의 영향력 하에 두려고 할 것이다. 나아가 우리 체제를 자신들의 것과 근접시키려 책동할 게 뻔하다.

문 대통령은 이를 다 감안하고 미국을 밀쳐내려 하는 것일까? 미국의 간섭만 없으면 남북한이 평화롭게 공존하게 될 것인지, 북한 주민에 대한 학정을 중단시킬 수 있을 것인지, 국민들은 문 대통령으로부터 분명하게 들을 권리를 가졌다고 본다.

100여 년 전 일단의 혁명주의자들이 (말하자면) 인류적 질병인 봉건체제, 자본주의 체제를 무너뜨리고, 그 터전 위에 영원한 낙원, 공산체제를 세우겠다며 유혈혁명을 선동하고 이끌었다. 그 볼셰비키혁명은 이후 많은 나라들에 공산주의를 이식함으로써 기존 체제를 쓸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그들이 준 약은 환자까지 죽이고 말았다.

구소련이 무너진 지도 26년여가 지난 지금 그 아류조차 되지 못할 북한 체제에 우리가 휘둘려야 할 까닭을 알기 어려워 어이없고 기 막힌다.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이진곤의 그건 아니지요'를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