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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라이프 日 주주 '손 털었다'


입력 2018.03.08 06:00 수정 2018.03.08 13:48        부광우 기자

일본 라이프넷생명 풋옵션 행사…원금만 회수하며 지분 '전량 매각'

만성 적자에 실익 기대 어려워…"2018년 흑자 전환" 공허한 메아리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은 출범 첫해인 2013년부터 해마다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왔다. 지난해에도 3분기까지 13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며 5년 연속 적자가 확실시되고 있다.ⓒ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은 출범 첫해인 2013년부터 해마다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왔다. 지난해에도 3분기까지 13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며 5년 연속 적자가 확실시되고 있다.ⓒ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이하 교보라이프)의 시작부터 함께해 온 일본 주주 라이프넷생명이 투자 원금만을 회수하며 교보라이프 보유 지분을 전부 털어냈다. 교보라이프가 해마다 적자의 늪에서 허우적대면서 더 이상 실익을 기대하기 힘들어지자 라이프넷생명으로서는 손을 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교보생명 경영진이 손익분기점을 넘길 것으로 공언했던 올해 역시 뚜렷한 탈출구가 보이지 않으면서 교보라이프를 둘러싼 먹구름은 점점 짙어지는 분위기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라이프넷생명이 보유한 교보라이프 지분 7.49%(163만2000주)를 총 81억6000만원에 사들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교보생명은 기존 보유 지분을 더해 교보라이프 주식 100%를 보유하게 됐다.

이번 거래는 라이프넷생명의 풋옵션 행사에 따른 것이다. 라이프넷생명은 2013년 9월 교보라이프 설립 당시 투자에 참여하면서 3년 후 원래 투입 금액을 받고 이를 다시 되팔 수 있는 풋옵션을 교보생명과 맺은 상태였다.

풋옵션은 시장 가격과 관계없이 특정 상품을 정해진 시점 약속한 가격에 매도할 수 있는 권리다. 이 때문에 일반적으로 풋옵션에서 정한 가격이 시세보다 낮다면 권리 행사를 포기하고 시장 가격대로 매도하는 것이 유리하다. 하지만 옵션 행사 가격이 시장가격보다 높으면 풋옵션 권리를 통해 차액만큼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즉, 라이프넷생명은 시장에서의 시세보다 풋옵션 조건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이 풋옵션이 투자 원금만 받을 수 있는 조건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라이프넷생명은 교보라이프의 지분 가치를 5년 전 수준 혹은 그 이하로 평가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결국 라이프넷생명은 투입했던 돈만 건져도 괜찮은 상황으로 교보라이프를 바라봤다는 얘기다. 그간 라이프넷생명이 교보라이프를 통해 얻은 금전적 이익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교보생명은 교보라이프가 라이프넷생명에게 별도로 지급한 수수료 등은 없었다고 전했다. 또 교보라이프는 지금까지 주주에게 배당을 한 적도 없다.

라이프넷생명이 이처럼 불리한 선택을 할 만큼 교보라이프의 현실은 풍전등화에 가깝다. 교보라이프는 ▲2013년 50억원 ▲2014년 167억원 ▲2015년 212억원 ▲2016년 175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도 3분기까지 13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며 5년 연속 적자가 확실시된다. 이 기간 총 당기순손실만 739억원이다.

올해에도 별다른 비상구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업 특성 상 한계가 분명해서다. 교보라이프는 국내 유일의 인터넷 전문 생보사다. 이에 따라 교보라이프가 지난해 1~11월 온라인 판매 채널인 사이버마케팅(CM)을 통해 거둔 초회보험료는 33억원으로, 이는 생보사 전체(90억원)의 33.7%를 홀로 차지하는 최대 액수다. 초회보험료는 고객이 보험에 가입하고 처음 납입하는 보험료로 생보업계의 대표적 성장성 지표로 쓰인다.

하지만 생보업계 CM 시장의 규모를 놓고 보면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생보사 전체 초회보험료(6조9934억원) 중 CM 영업 채널이 차지하는 비중은 0.1%를 겨우 넘는 수준이다. 교보라이프로서는 태생적 장벽인 셈이다.

교보생명은 교보라이프를 만들며 5년 뒤인 올해가 흑자의 원년이 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런데 CM 시장이 성장하지 않으면서 이 같은 예측은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농후해진 현실이다. 더불어 이번에 설립 동반자였던 일본 주주까지 떠나면서 교보라이프는 더욱 힘을 잃는 모양새가 됐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되는 인터넷 전문 생보사라는 교보라이프의 약점을 메우기 위해 관련 노하우를 가진 라이프넷생명과 지분 투자 방식으로 파트너십을 맺었던 것"이라며 "라이프넷생명이 최근 현지 사업에 집중하기로 하면서 이번에 풋옵션을 행사하게 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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