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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주주 외면하는 노사갈등, 회사 성장도 멀어진다"


입력 2018.03.26 06:00 수정 2018.04.12 16:09        이미경 기자

노사간 갈등, 주총때마다 재현…주주불만 누적

KB금융 미래 실적 불안 지표 배제 못해

KB금융이 노사간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주주들도 이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KB금융이 노사간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주주들도 이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최고 금융회사 주식이라고 하지만 계속 가지고 있어야할 지 고민이 될 정도였다."

지난 23일 KB금융지주의 정기주주총회 행사장을 나서던 한 주주의 넋두리가 한참동안 귓가에 맴돌았다.

주주에게 경영 성과와 향후 비전을 제시하기 위한 소중한 자리가 노조원의 이런저런 의사 진행 방해로 파행으로 치닫게 되며 투자자들의 이탈을 야기하는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스쳤기 때문이다.

KB금융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며 리딩뱅크를 확고히했다는 점에서는 주주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얻었지만 이날 주총장 분위기는 실망감을 주기 충분했다.

또 다른 주주는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업무시간을 쪼개서 주총에 참여했는데 매번 안건과는 상관없는 노조원들의 성토장으로 이어지는 것이 내내 불편했다"며 "주총때마다 이런식으로 진행이 된다고 하면 주식 매각을 진지하게 고려해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측에서 사전에 노조들과의 관계개선에 노력했는지 의문"이라며 "아무리 실적을 잘낸다고 해도 노사갈등을 먼저 해소하지 않고 주주가치 제고에 나선다고 한다면 모순이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번 주총에서도 노사간 갈등은 전혀 해소되지 않은 모습이다. 양측의 팽팽한 대립 구도는 지난해 11월 말께 진행한 KB금융 임시 주총과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주총장으로 진입하는 입구에서도 고성이 이어졌고 곳곳에서 실랑이가 벌어지며 매우 혼잡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주주 자격으로 참석한 노조 측 대표 주주의 의견 개진 과정에서도 고성이 오갔고, 사전 의결권 행사 등을 포함해 정족수를 넘긴 안건에 대해서도 노조측은 문제 제기를 하며 시간을 끌었다. 주주와 노조측 주주간의 사소한 말다툼도 있었다.

이번 정기 주총은 8개의 상정 안건을 처리하는데 꼬박 1시간 30분이 소요되면서 주주들의 불만은 더욱 고조됐다. 지난해 임시주총때는 노조측의 제안으로 주총을 정회하고 표를 집계하는 시간까지 포함해 총 2시간 30분이 걸렸다. 주주들은 "안건을 빨리 처리해달라"고 요구하며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번 주총도 지난번과 다르지 않았다.

최근 은행주는 사상최대 실적을 내고 있지만 오히려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최근 금융권을 강타한 채용비리 영향도 있지만 노사갈등으로 인해 은행 업종 전체에 대한 투자심리가 약화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회사의 성장성이 높고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간다고 해도 노사갈등과 같은 외적 요인이 그 회사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성장을 가로막는 주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노사갈등을 해소하려면 회사 발전에 대한 방향성이 맞아야 가능하다. 최근 한 회사는 회사가 추구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사간의 불협화음을 최소화하기로 합의했다. 착한 노사관계를 형성하기로 한 것이다.

금융회사들의 노사관계가 상생보다는 집단 이기주의로 전락한다면 회사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지름길로 가는 길임을 명심해야한다.

이미경 기자 (esit91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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