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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며느리도 모르는 도시재생 뉴딜 추상화


입력 2018.03.29 06:00 수정 2018.04.12 16:09        이정윤 기자

문 정부 출범 1년 만 발표한 ‘도시재생 뉴딜 로드맵’…“여전히 알맹이 없어”

5년간 전국 250곳 혁신거점 조성…실현가능성 의문, 선거 제물로 바쳐질까

문재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해 4월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도시재생 뉴딜사업’ 정책 공약발표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문재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해 4월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도시재생 뉴딜사업’ 정책 공약발표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로드맵은 오늘 발표 됐지만 도시재생사업은 2013년도에 특별법이 도입되고 14년, 15년, 16년 쭉 해오던 거지 전혀 새로운 게 아니에요. 그러니까 점점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겁니다. 이번 로드맵은 뉴딜로 이름이 바뀌면서 앞으로 5년간의 사업 방향을 제시한 거죠.”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다 돼서야 나온 ‘도시재생 뉴딜 로드맵’. 예정대로 2022년까지 전국 250곳 혁신거점 도시재생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겠냐는 질문에 돌아온 국토교통부 관계자의 답변이다.

그의 말처럼 문 정부가 새롭게 도입한 사업이 아니라지만 진행 속도는 여전히 더디고, 내용도 모호하다. 작년 5월부터 정부가 야금야금 발표한 관련 정책을 한 데 묶어놓은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90쪽이 넘는 이번 로드맵 설명자료에는 ‘상생’, ‘통합’, ‘경제 생태계’ 등 듣기는 좋지만 구체적이지 못한 수식어들의 반복으로 가득하다. 문 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내건 대표 공약이었고, 새정부 출범 1년이 다 돼가는 시점에서 내놓은 정책 계획서라고 하기엔 너무나 추상적이다.

5년간 50조원을 투입하는 예산 문제만 봐도 그렇다. 정부는 재정 2조원, 기금 4조9000억원, 공기업 투자 3조원 등으로 연 10조원 가량의 예산을 마련할 계획이다. 사업성격과 규모에 따라 차등 지원한다고 하는데, 이 예산을 정확히 어떻게 쓸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유동적일 수 있는 향후 5년간 일정을 하나하나 나열하라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1년이나 걸린 계획서인데 최소한 올해 사업 정도는 어디에, 얼마만큼의 예산을, 어떻게 쓸 것인지는 정해져야 하지 않았나 하는 답답함이 남는다. 문 정부 출범 직후 쉴 틈 없이 쏟아냈던 부동산 규제들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이렇다보니 실현 가능성에도 의문이 든다. 정부는 5년간 전국에 250곳의 혁신거점을 조성한다며 ‘스페인 포블레노우’, ‘미국 시애틀 아마존 캠퍼스’, ‘독일 팩토리 베를린' 등 성공사례로 들었다. 굳이 연결하자면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히는 우수 사례와 비슷한 사업을 우리나라에 250곳이나 동시다발적으로 추진 한다는 계획인데, 그 포부에 자연스레 물음표가 찍힌다.

이 모든 것들이 지역 주도로 이뤄지도록 할 것이란 계획에도 고개가 갸우뚱 해진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광역지방자치단체인 서울시가 세운상가 한 곳을 재탄생 시키는 데만 무려 3년 6개월의 시간과 535억원의 비용이 들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갈등과 이견이 충돌했었다.

그런데 전국의 지자체들이 계획대로 목표량을 달성할 수 있을까. 혹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지역 후보들이 도시재생이라는 꽃바구니를 너도나도 들고 나와 선거의 제물로 바치진 않을까.

정부는 5년 내에 완성하지 못 한 사업은 그 이후에도 계속 진행하고, 완성된 곳도 지속적으로 사후 관리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겪어봤듯 정권이 바뀌면 쥐도 새도 모르게 가장 먼저 증발해 버리는 게 이전 정권의 주요 정책들이다.

그럴 듯해 보이고 선거판이든 어디든 잘 어울리는 도시재상뉴딜 사업이 이젠 조롱거리가 돼 버린 과거 ‘창조경제’와 겹쳐져 보이는 건 왜일까. 다음 달엔 올해 ‘사업지’도 아닌 ‘사업지 선정계획’이 나온다고 한다. 대부분 국민의 돈인 주택도시기금과 세금으로 진행되는 사업이다. 언제까지 듣기 좋은 수식어로 꾸민 추상화만 그리려는지.

이정윤 기자 (think_uni@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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