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며느리도 모르는 도시재생 뉴딜 추상화
문 정부 출범 1년 만 발표한 ‘도시재생 뉴딜 로드맵’…“여전히 알맹이 없어”
5년간 전국 250곳 혁신거점 조성…실현가능성 의문, 선거 제물로 바쳐질까
“로드맵은 오늘 발표 됐지만 도시재생사업은 2013년도에 특별법이 도입되고 14년, 15년, 16년 쭉 해오던 거지 전혀 새로운 게 아니에요. 그러니까 점점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겁니다. 이번 로드맵은 뉴딜로 이름이 바뀌면서 앞으로 5년간의 사업 방향을 제시한 거죠.”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다 돼서야 나온 ‘도시재생 뉴딜 로드맵’. 예정대로 2022년까지 전국 250곳 혁신거점 도시재생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겠냐는 질문에 돌아온 국토교통부 관계자의 답변이다.
그의 말처럼 문 정부가 새롭게 도입한 사업이 아니라지만 진행 속도는 여전히 더디고, 내용도 모호하다. 작년 5월부터 정부가 야금야금 발표한 관련 정책을 한 데 묶어놓은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90쪽이 넘는 이번 로드맵 설명자료에는 ‘상생’, ‘통합’, ‘경제 생태계’ 등 듣기는 좋지만 구체적이지 못한 수식어들의 반복으로 가득하다. 문 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내건 대표 공약이었고, 새정부 출범 1년이 다 돼가는 시점에서 내놓은 정책 계획서라고 하기엔 너무나 추상적이다.
5년간 50조원을 투입하는 예산 문제만 봐도 그렇다. 정부는 재정 2조원, 기금 4조9000억원, 공기업 투자 3조원 등으로 연 10조원 가량의 예산을 마련할 계획이다. 사업성격과 규모에 따라 차등 지원한다고 하는데, 이 예산을 정확히 어떻게 쓸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유동적일 수 있는 향후 5년간 일정을 하나하나 나열하라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1년이나 걸린 계획서인데 최소한 올해 사업 정도는 어디에, 얼마만큼의 예산을, 어떻게 쓸 것인지는 정해져야 하지 않았나 하는 답답함이 남는다. 문 정부 출범 직후 쉴 틈 없이 쏟아냈던 부동산 규제들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이렇다보니 실현 가능성에도 의문이 든다. 정부는 5년간 전국에 250곳의 혁신거점을 조성한다며 ‘스페인 포블레노우’, ‘미국 시애틀 아마존 캠퍼스’, ‘독일 팩토리 베를린' 등 성공사례로 들었다. 굳이 연결하자면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히는 우수 사례와 비슷한 사업을 우리나라에 250곳이나 동시다발적으로 추진 한다는 계획인데, 그 포부에 자연스레 물음표가 찍힌다.
이 모든 것들이 지역 주도로 이뤄지도록 할 것이란 계획에도 고개가 갸우뚱 해진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광역지방자치단체인 서울시가 세운상가 한 곳을 재탄생 시키는 데만 무려 3년 6개월의 시간과 535억원의 비용이 들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갈등과 이견이 충돌했었다.
그런데 전국의 지자체들이 계획대로 목표량을 달성할 수 있을까. 혹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지역 후보들이 도시재생이라는 꽃바구니를 너도나도 들고 나와 선거의 제물로 바치진 않을까.
정부는 5년 내에 완성하지 못 한 사업은 그 이후에도 계속 진행하고, 완성된 곳도 지속적으로 사후 관리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겪어봤듯 정권이 바뀌면 쥐도 새도 모르게 가장 먼저 증발해 버리는 게 이전 정권의 주요 정책들이다.
그럴 듯해 보이고 선거판이든 어디든 잘 어울리는 도시재상뉴딜 사업이 이젠 조롱거리가 돼 버린 과거 ‘창조경제’와 겹쳐져 보이는 건 왜일까. 다음 달엔 올해 ‘사업지’도 아닌 ‘사업지 선정계획’이 나온다고 한다. 대부분 국민의 돈인 주택도시기금과 세금으로 진행되는 사업이다. 언제까지 듣기 좋은 수식어로 꾸민 추상화만 그리려는지.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