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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이 서서히 죽는 길...전략공천? 정략공천!


입력 2018.03.31 08:14 수정 2018.03.31 15:53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상향식 공천 주장 의원들 쥐꼬리 권력에 침묵

신인재 영입 못하는것 보다 있는 인재 탄징이 더 무능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오랜만에 기초단체장을 하는 선배를 만났다. 자유한국당 소속 수도권 현역단체장이니 참 희귀한 생명체다.

“한참 바빠야 할 때는 왜 이리 한가하세요?”라며 인사를 했다.

“최악이야. 공천을 받는 것도 힘들지만, 받는다면 더 큰 문제야. 천막당사 때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야. 그 때는 상황은 암울했지만 지도자를 중심으로 뭉치기라도 했지... 지금은 상황이 더욱 안 좋은데, 당내 리더십은 찾아 볼 수 없어”

“그래도 현역이니 다행이죠. 맨땅에 헤딩하는 사람들도 부지기순데. 일단 공천걱정은 안 해도 될 거 아니예요?”

“상황도 모르며 한가한 소리 하지마. 혼란 중에 새로 들어 온 당협위원장이 ‘000’(알아서 상상하시길)야. 공천 안주겠다고 떠들고 다녀. 당내 들어와서는 ‘돌아다녀 봐도 (나에 대한) 칭찬을 들을 수 없다’며 깎아 내리고. 당협 내에서 당직자들은 눈치를 보느라 뒤에서 수군거리기만 하고... 그래서 일체 돌아다니지도 못해.”

그는 약간 뜸을 들이고는 다시 말했다.

“얼마 안있어 공천이 결정될 것 같기는 한데, 확정되도 걱정이야...”

“왜 걱정이에요? 남들은 못받아서 난린데...”

“본선 가능성이 거의 제로에 수렴하잖아. 사람들은 선거기간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그걸 기대하고 도와 줄 사람도 없고... 지난 대선 때 우리 후보가 3등을 한 지역이야. TK 빼고 대부분 대도시도 마찬가지겠지만, 지역을 돌아다녀보면 한숨만 나와. 오히려 공천을 안주면 ‘억울하다는’ 명분을 가지고 다음을 준비할 수나 있지.”

“뭐 도울 일 없어요?”

“뭐... 할 일이 있어야지. 할 수 있으면 당협위원장이나 좀 바꿀 수 있게 도와주면 좋고. 가뜩이나 어려운데 곳곳에 지뢰만 깔고 있으니, ‘위원장리스크’가 없으면, 그나마 원없이 싸워 보겠는데 말이야.”

중앙당이나 지역 당협이나 판박이같이 비슷한 상황이었다. 헤어지고, 안타까운 마음을 해소할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다른 선배에게 상황을 전했다.

“한국당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벌어지는 일이야. ‘위기가 기회’라고, 온갖 사람들이 나와서 ‘직위를 이용해 한 건 잡겠다’는 속셈을 노골적으로 보이고 있어. ‘작은 권력’, ‘새로 잡은 권력’, ‘뜬금없이 생긴 권력’, ‘다 놓쳤다 횡재한 권력’... 이런 권력을 이용해 최대한 수익을 보자는 것이지. 언제 없어질지 모르니까. 그것이 ‘전략공천’이란 이름으로 합리화되고 정당화되는게 현실이야.”

지난 주에 필자는 자유한국당 현 지도부 ‘인재영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라도 씹는다’는 속담이 있다. 정~ 영입을 하기 싫고 또 현실적으로 안 될 때, 내부 자원만이라도 잘 활용하면 그동안의 축적된 힘으로 마지막 결전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내부의 자원을 가볍게 여겨 버리고, 남겨놔도 상처만 입힌다.

내 페이스북 타임라인에는 전국에서 출마를 준비하는 페친들이 선거운동을 하는 사진을 올린다. 죄인처럼 길거리에서 팻말을 목에 걸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인사를 하던 이들이 어느 순간 조용해진다. 그 지역에 공천이 결정된 것이다. 수개월 목숨 걸고 뛴 사람은 ‘전략공천’이란 이름의 흉탄을 맞아 목숨을 잃는다. 정치적 수명 뿐 아니라 물리적 수명도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많은 지역에서 의외의 인물이 공천을 받는다. 미리 내락을 받았는지, 따로 믿는 구석이나 수단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길거리에서 열심히 활동을 하지도 않은 사람들이다. ‘힘을 아끼고 본선에 최선을 다하자’인지는 모르지만, 한정된 시간에 그런 작전은 통하지 않는다. 유권자는 무심한 듯 하지만, 매의 눈을 가지고 있다. 그 ‘아낀 힘’이 뒤에서 공천권자에게 낭비되었을 가능성도 배제 못한다. 안타깝게도 공천권이 정치적 권력인 동시에 재화가 되는 세상이다. 정치적 야망이 없는 사람들은 힘의 용도를 쉽게 바꿀 수 있는 구조다.

말이 좋아서 ‘전략 공천’이지 사실 ‘정략 공천’인 경우가 많다. 전략은 공적인 의미고 정략은 사적인 의미다. 2년전 총선에서 ‘전략공천’과 ‘상향식 공천’의 갈등이 당·청관계를 병들게 하고, 초유의 대통령탄핵사태까지 이르게 했다. 그 때 ‘상향식 공천’을 목숨 걸고 주장하던 사람들은 지금 숨을 죽이고 ‘전략공천’에 동조하고 있다. 그 때는 대통령의 절대권력을 막겠다고 하며 대통령을 끌어 내리더니, 지금은 ‘코딱지 만 한’ 남은 권력을 나누어 누리느라 ‘꿀먹은 벙어리’다. 그들이 정당하다면, 적어도 그때는 나쁘고 지금은 옳은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인적자원이 많고 기득권이 기승을 부리면, 전략공천을 통해 새로운 인물을 충원하고, 인적자원이 부족하다면 공개적인 경선으로 붐업(boom up)을 해 많은 인재를 끌어 들이고 그 중 경쟁력있는 후보를 띄워주어야 한다. 그래야 인적 누수도 막을 수 있다. 지금은 그런 일반원리를 완전히 역행하고 있다. 그런 극단적인 교차오류가 보수진영을 더욱 사지로 몰고 있다.

새로운 사람을 영입하지 못하는 무능보다, 기존에 남은 자원을 탕진하는 것이 더 큰 무능이고 폐단이다. 그들은 그렇게 역사의 죄인이 되려한다.

글/김우석 미래전략개발연구소 부소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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