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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막무가내 청약? 강남입성 수요?…웃픈 현실


입력 2018.04.04 06:00 수정 2018.04.12 16:09        원나래 기자

당첨이 ‘되도 걱정, 안 되도 걱정’…자금마련·세무조사 등 문의 글도 수두룩

‘디에이치 자이 개포’ 특별공급 당첨자 중에서 만 19세를 포함한 20대 이하가 상당수 포함되면서 부모의 재력이 있는 ‘금수저’만 청약이 가능한 것 아니냐는 논란도 이어졌다. 특별공급 접수 당시 현장 모습. ⓒ원나래기자 ‘디에이치 자이 개포’ 특별공급 당첨자 중에서 만 19세를 포함한 20대 이하가 상당수 포함되면서 부모의 재력이 있는 ‘금수저’만 청약이 가능한 것 아니냐는 논란도 이어졌다. 특별공급 접수 당시 현장 모습. ⓒ원나래기자


“결혼 생활 15년이 지났고, 자녀가 2명이 있다. 전세살이로 지내다 이제 내 집을 마련해보겠다는 생각으로 처음 청약통장을 써봤는데 떨어졌다. 예비당첨자 130번대 번호를 받았지만 내 순서까지 오지 않을 것 같다. 하긴 된다고 해도 자금을 마련할 엄두가 나질 않는다. 세상에 이렇게 돈이 많으면서 청약 점수도 높은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최근 강남 재건축 당첨에 탈락한 40대 주부 최모씨)

“그나마 전용면적 84㎡T(타워형)을 선택해서 청약가점 62점으로 간신히 당첨됐다. 최저 점수인걸로 안다. 하도 ‘로또 청약’이라는 말이 많아 청약을 넣었지만, 덜컥 당첨이 되고 나니 앞으로 어떻게 자금 계획을 세워야할지 벌써부터 걱정돼 잠이 안 온다. 계약도 전에 연체이자율이 얼만지 알아보게 되더라.”(같은 단지 청약에 성공한 40대 주부 박모씨의 말)

최근 한 채당 15억원의 ‘로또 청약’ 단지로 화제가 되고 있는 ‘디에이치 자이 개포’ 청약자들의 속내다. 이들 대부분은 ‘청약 당첨이 되도 걱정이요, 안 되도 걱정이다’라며 입을 모았다.

실제로 이 단지에서 떨어진 사람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디에이치 자이 개포’의 청약 결과 청약 가점제를 100% 적용하고 있는 중소형 면적(전용 85㎡이하) 당첨가점이 평균 60점 후반대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중소형 면적 평균 당첨 가점은 68점에 달했다. 공급 물량이 가장 많은 84㎡P(판상형)의 평균 가점은 70.03점에 달했고, 84㎡T(타워형)은 65.9점을 기록했다. 한 채당 15억원에 달하는 고가인데다 중도금 집단대출도 안 되는 이 단지에 부자인데다 청약 고점자들이 대거 몰린 셈이다.

앞서 특별공급 당첨자 중에서도 만 19세를 포함한 20대 이하가 상당수 포함되면서 부모의 재력이 있는 ‘금수저’만 청약이 가능한 것 아니냐는 논란도 이어졌다.

이 단지는 분양 당시 첫날 새벽 6시부터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는 등 견본주택을 다녀간 방문객만 4만3000여명이 넘어설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중도금 보증 제한과 시공사 보증 불발 등으로 현금 10억원 가까이가 있어야 청약이 가능한 단지임에도 당첨만 되면 4억~5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는 아파트로 알려지면서 수요자들이 몰린 것이다.

이에 정부는 ‘세무조사를 강력히 하겠다’, ‘위장전입 전수조사를 하겠다’ 등 각종 강력 경고를 날렸지만, 디에이치 자이 개포의 청약 결과 뚜껑을 열어보니 당첨가점은 전혀 아랑곳 하지 않은 채 높은 커트라인을 기록했다.

오히려 ‘디에이치 자이 개포’의 높은 청약 결과를 두고 시장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과연 청약자들이 충분한 현금이 없으면서 혹은 위장전입까지 해가면서 막무가내 식으로 청약을 넣은 것인지, 아니면 실제로 충분한 현금과 정직한 고가점자들이 이렇게 많은 것인지 의문만 증폭되고 있다.

벌써부터 부동산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일가친척 돈을 모두 끌어 모아 중도금을 치른다고 자금조달 계획을 세워 제출하면 세무조사가 들어올 것인지를 묻는 문의 글도 수두룩하다. 현금 동원은 그렇다 치더라도 “당첨된 20평대에는 거실에서도 두 명 씩 잔다고 하더라”며 부양가족으로 인한 위장전입을 꼬집는 비난의 글도 올라오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유일하게 강남에서 나온 대단지 물량인데다 강남입성을 원하는 수요자들이 마지막 ‘로또 단지’라 생각하고 10년 동안 돈을 모아왔고, 아껴왔던 청약통장을 꺼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3만여명에 가까운 강남입성을 원하는 수요자들이 대기하고 있다는 반증이라는 거다.

그렇게 기다려 아껴왔던 청약통장을 써 당첨의 기쁨을 누려야 하는 당첨자도, 차곡차곡 내 집 마련을 키워온 예비 청약자도,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게 최근 청약시장의 모습이다. 웃픈(웃기고 슬픈) 부동산 시장의 현실을 보면 그저 씁쓸하기만 하다.

원나래 기자 (wiing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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