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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개천 사는 붕어의 꿈


입력 2018.04.12 06:00 수정 2018.04.12 16:08        이정윤 기자

나올 건 다 나온 규제…투기와 함께 내집마련 동반차단

서민 주거안정 정책의 역효과 화살, 서민 향해선 안돼

서울 강남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 전경. ⓒ연합뉴스 서울 강남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 전경. ⓒ연합뉴스

이르면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보유세 인상이 입법절차에 들어간다. 정부가 주택시장을 안정화 하겠다며 내놓을 규제는 이제 다 나왔다는 평가다. 이는 집권 5년간 야금야금 부동산 규제를 발표했던 과거 참여정부에 비해 월등히 빠른 속도다.

정부의 규제대로 재건축 아파트 인기가 시들해진 것을 보면 투기수요는 어느 정도 잡혀가는 분위기다. 하지만 문제는 무주택 실수요자의 내집마련마저 함께 실종됐다는 것이다. 대출규제로 막혀버린 돈줄에 매매시장이든 청약시장이든 자금력이 충분한 사람들만 유리한 상황이 펼쳐졌다. 양극화의 간극이 더욱 커져버렸다.

이제 부모의 도움 없이 평범한 서민이 꺼낼 수 있는 내집마련 카드는 크게 3가지가 남았다. 지방 이전, 비중심지 노후주택, 이도저도 아니면 임대주택에 잠시 머물기. 내집마련 자체가 ‘불가능’ 한 건 아니지만, 그동안 이러려고 숨 가쁘게 달려왔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턱 막힌다.

집값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 지방으로 가자니 마땅한 일자리가 없다. 또 서울 비중심지역의 오래된 아파트나 단독주택은 가능할 법 하지만, 좋은 입지의 쾌적한 주거환경은 포기해야 한다.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전국에 임대주택 100만가구를 공급하는 데 팔을 걷어붙였다. 하지만 내집마련 수요에게 임대주택은 잠시 거쳐 가는 곳일 뿐 근본적인 대안은 아니다. 장기임대주택에 살다 나와 보면 집값은 이전보다 더 뛰어있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임대주택 기피현상도 간과 할 순 없는 문제다. 사람들 대부분이 임대주택에 들어갈 바엔 전세로 눈을 돌리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이제 서민에게 괜찮은 입지의 쾌적한 주거환경은 강 건너 불구경이 돼버렸다. 역효과 없는 정책은 없다지만, 서민 주거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정책의 역효과 화살이 서민을 향해선 안 된다.
데일리안 생활경제부 이정윤 기자. 데일리안 생활경제부 이정윤 기자.

조국 민정수석이 ‘모두가 용이 될 수 없으며, 또한 그럴 필요도 없다. 더 중요한 것은 개천에서 붕어, 개구리, 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하늘의 구름 쳐다보며 출혈경쟁하지 말고 예쁘고 따뜻한 개천 만드는데 힘을 쏟자!’라고 SNS에 쓴 글이 생각난다.

붕어도 열심히 살면 용까진 아니더라도 개천보단 나은 한강에서의 행복을 꿈 꿀 수 있는 게 자유시장경제의 백미 아닌가.

이정윤 기자 (think_uni@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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