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에 참여연대까지...'우군' 흔들리는 김기식 사태
정의당 "결자해지할 시간" 참여연대 "매우 실망스럽다"
文 입장문 내고 '사임' 언급...기류변화 의식한 퇴로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이른바 ‘정의당 데스노트’에 이름을 올렸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시작으로 조대엽 노동부 장관 후보자,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등 현 정부에 우호적인 정의당조차 반대한 인사는 대부분이 자진 사퇴했다는 데서 ‘데스노트(death note)'란 말이 나왔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지난 12일 "이제 결자해지할 시간"이라며 김 원장이 자진 사퇴해야 한다는 당론을 정했다고 밝혔다. 그간 정의당은 김 원장이 금융개혁의 적임자라는 점에서 야권의 공세에 직접 뛰어드는 것은 자제해왔다. 하지만 김 원장의 새로운 의혹들이 연일 드러나며 금융개혁을 시작도 하기 전에 리더십을 잃을 거란 우려가 커지자, 당내 격론에도 불구하고 난상토론을 거쳐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김 원장의 ‘친정’인 참여연대도 부정적 기류로 돌아섰다. 참여연대는 이날 홈페이지에 '김기식 금감원장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회원께 드리는 글'을 게재하고 "김기식 원장에 대해 현재 제기는 의혹 중 비판받아 마땅한 부적절 행위가 있었고, 누구보다 공직윤리를 강조하며 제도개선을 촉구했던 당사자였기에 매우 실망스럽다는 점도 분명하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 사실관계를 파악하며 면밀히 검토 중"이라며 최종 입장 표명은 지체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참여연대 일부 회원들은 이번 입장 표명이 김 원장을 공격하는 데 악용되고 있다면서 "국민 정서와 맞지 않는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일 잘하는 금감원장을 뽑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진보성향 시민단체인 투기자본감시센터는 같은 날 논평을 내고 “피감기관이 제공한 여비로 외유성 출장을 간 것은 부패를 제거하라는 촛불에겐 절망이고 배신”이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직접 입장문을 내고 ‘사임’ 조건을 언급한 건 이러한 기류 변화를 의식한 ‘퇴로 열기’로 보인다. 청와대는 그간 “야당은 김 원장을 비판할 자격이 없다”는 논리에 따라 사퇴 불가 입장을 천명해왔다. 하지만 정의당과 참여연대 등 진보진영 내 ‘우군’들이 등을 돌리는 현실을 감안해, 명분을 확보한 뒤 사퇴 수순을 밟기 위한 절차란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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