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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뮌헨’ 꿈꾼 황선홍, 현실은 냉혹


입력 2018.04.18 00:05 수정 2018.04.18 07:35        데일리안 스포츠 = 박시인 객원기자

취임 당시 "한국판 바이에른 뮌헨 만들겠다"

지난해 부진 이어 올 시즌도 10위로 처져

올 시즌 최악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황선홍 FC 서울 감독. ⓒ 연합뉴스 올 시즌 최악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황선홍 FC 서울 감독. ⓒ 연합뉴스

2016년 6월 황선홍 감독이 FC서울 지휘봉을 잡을 때만 해도 우려보단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그도 그럴 것이 부산에서 감독 첫 커리어를 시작한 황 감독은 포항에서 K리그 우승 1회(2013년), FA컵 우승 2회(2012, 2013년)를 달성하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서울 감독 취임 기자회견에서 “섬세하고 빠른 축구를 구사하고, 조금 더 역동적인 축구를 하겠다”며 “한국에는 왜 바이에른 뮌헨처럼 독보적인 팀이 없을까하는 의문이 생겼다. 희망을 주고 꿈을 줄 수 있는 서울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 해 시즌은 성공적이었다. 당장 자신의 축구 철학을 선보이는 대신 지휘봉을 내려놓은 최용수 전 감독의 전술적인 틀을 유지하면서 리스크를 최소화했다. 결국 서울은 최종라운드에서 전북을 물리치고 극적인 리그 역전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최용수 감독의 유산을 물려받았으며, 전북의 승점 삭감에 힘입은 우승 탓일까. 이와 관련해 황선홍 감독도 “완벽한 우승은 아니었다”고 인정했다.

제대로 된 황선홍식 축구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는 다음 시즌이었다. 그러나 2017시즌은 오히려 실망으로 가득 찼다. 서울은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3연패로 출발하더니 결국 16강에도 오르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심지어 리그에서도 5위에 그치며 챔피언스리그 진출 실패라는 성적표는 덤이었다. 그동안 챔피언스리그 단골손님이었던 서울로선 최악의 결과였다.

2018 시즌은 어떻게든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하지만 스쿼드 구성부터 엇박자를 드러냈다. 한 때 외국인 스쿼드만큼은 K리그 최강이라고 자부했던 서울이지만 황선홍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다카하기를 비롯해 아드리아노, 데얀, 오스마르 등이 서울을 떠났다. 특히 데얀의 수원 이적은 숱한 화제를 불러 모았다. 황선홍 감독은 안델손, 에반드로 등으로 이들의 공백을 대신했지만 별다른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국내파들의 클래스도 한층 낮아졌다. 지난 3월 발표된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A대표팀 23명 명단에서 서울 소속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몇 년 동안 이어진 구단의 소극적인 투자마저 맞물리면서 서울의 스쿼드는 질적 하락을 거듭했고, 결국 올 시즌 최악의 참사를 맞고 있다. 서울은 7라운드 현재 1승 3무 3패(승점 6)으로 12개 팀 가운데 10위다. 최하위 전남(승점 5)와는 불과 1점차다. 이와 같은 추세라면 스플릿 B에서 강등권 경쟁을 펼쳐야 할지도 모른다.

AFC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바닥권이다. 공격 축구라는 모토와는 반대로 7경기에서 단 5득점이다. 득점력만 놓고 보면 뒤에서 대구(4득점)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

팬들 사이에서는 황선홍 감독과 2011시즌 짧은 기간 동안 지휘봉을 잡은 황보관 전 감독을 비교하기 시작했다. 당시 황보관 감독은 서울에서 리그 1승 3무 3패로 부진에 빠지자 결국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놨다. 7라운드까지 결과는 두 감독의 성적이 동일하다.

올 시즌 서울에서 황선홍 감독이 추구하려는 역동적이고 빠른 축구는 종적을 감췄다. 특히 수원과의 슈퍼매치에서는 소극적인 전술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6라운드 포항전 2-1 승리 역시 뛰어난 경기력이라고 보긴 어려웠다. 연승으로 이어가야 할 타이밍에서 지난 14일 열린 7라운드 울산전 패배는 서울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속도감 있는 플레이와 다득점을 기대한 팬들은 날이 갈수록 답답한 경기력에 실망한 나머지 경기장을 찾지 않고 있다. 급기야 팬들은 “책임감을 느끼고, 다음 경기에는 달라질 것”이라는 황선홍 감독의 반복된 기자회견 멘트에 단단히 뿔이 났다. 서울월드컵경기장 곳곳에는 ‘황선홍 아웃’이 쓰인 걸개가 보인다.

정작 황선홍 감독이 꿈꾼 바이에른 뮌헨은 서울보단 오히려 전북이 더 가깝다. 전북은 리그 6승 1패로 지난 시즌에 이어 독주 체제를 질주 중이다.

서울과 대조적인 것은 막대한 투자와 관심이다. 더블 스쿼드를 구축하는 등 스타 수집에 나섰고, 전주를 축구 도시로 만들었다. 전북은 올 시즌 리그 우승뿐만 아니라 아시아 정복에 다시 한 번 도전장을 내밀었다.

K리그를 선도하는 서울의 모습을 언제쯤 지켜볼 수 있을까. 이를 실현하려면 부단히 많은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박시인 기자 (asd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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