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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 공황과 위기의 이면에 있는 진실


입력 2018.04.29 06:06 수정 2018.04.29 06:18        데스크 (desk@dailian.co.kr)

<호호당의 세상읽기>헤게모니를 쥔 미국의 마음, 즉 엿장수 생각하기 나름

오늘은 약간 색다른 이야기를 한 가지 들려드리고자 한다. 경제 공황 또는 위기에 관한 얘기이다. 2008년 미국에서 터진 세계금융위기 이후 현재 그런대로 잠잠한 상황에서 이런 얘기를 하자니 시류와 다소 맞지 않는 감도 든다. 하지만 오늘의 얘기를 잘 새겨두시면 향후 살아가면서 적지 않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하게 되었다.

2008년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 사람들은 대뜸 1929년의 대공황을 떠올리면서 전전긍긍했다. 정말이지 1929년의 대공황은 참으로 파괴적이었다. 저마다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관세를 높였으며 심지어는 제2차 대전이 터진 것 역시 결국은 대공황의 연장선상에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8년의 금융위기는 버냉키가 등장해서 그냥 무진장 무한정 무작정 넉넉히 돈을 찍어내더니 그런대로 수습이 되었다. 너무 돈을 많이 찍어서 푼 바람에 오늘날 글로벌 경제는 돈의 홍수를 이루고 있지만 말이다. (그 돈이 독자의 돈이 아닌 이상 ‘돈의 홍수’는 절대 좋은 일이 아니란 사실이다.)

2008년의 금융위기는 어떤 면에서 1929년의 대공황보다도 더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어떤 연유에서 저처럼 비교적 쉽게 수습될 수 있었던 것일까?

그 이유를 알면 향후 또 다시 다른 금융위기나 공황이 발생한다 해도 이 글을 읽은 독자들은 훨씬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 나 호호당은 자신한다. 오늘의 얘기는 참으로 중요한 팁(tip)이다, 사실 전부터 얘기할 까 싶었지만 내게 당장 돈이 생기는 일도 아닌 것을 굳이 밝힐 필요가 있나? 싶어서 속에 담아왔다.

그럼 얘기해보자. 경제공황이든 금융위기든 그를 떠나 결국은 ‘돈의 문제’로 귀착이 된다는 점부터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돈이란 것은 보통의 우리들에겐 지갑 속에 들어있는 현금이나 은행 통장에 들어있는 것 정도로만 인식되지만 사실 돈은 그 자체로서 신용을 나타내는 정보란 사실이다.

당신이 지금 돈 1억원이 필요하다고 할 때 통장에 그 액수만큼의 잔고가 있지 않는 이상 어떻게 하는가? 아주 가까운 친지에게 빌리거나 아니면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아야만 해결이 된다. 결국 돈은 그 자체로서 신용, 즉 credit 인 것이다. 당신의 신용을 보고 대출해주거나 친지가 빌려주는 것이니 말이다.

우리나라 안에서 그런 신용을 공급할 수 있는 최고의 큰 손은 다름 아닌 한국은행이다. 최후의 대출자이고 신용공급자가 바로 한국은행인데, 나라 사이에선 어떻게 되는가?

나라간의 관계에 있어선 공식적으로 최후의 대출자나 신용공급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글로벌 사회는 근본적으로 무정부 상태이기에 글로벌 중앙은행 또한 당연히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오늘날 글로벌 세계를 보면 나라 사이에 엄청난 물류와 함께 무지막지한 액수의 돈이 흘러 다닌다. 글로벌은 무정부 상태이고 글로벌 중앙은행도 없는 마당에 잘도 무역이 이루어지고 금융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으니 신통한 노릇이다.

솔직히 말해서 빚이 많은 나라가 ‘배 째라’ 하고 나자빠지면 딱히 수단도 방법도 없지 않은가 말이다. 우리가 흔히 국가부도(sovereign default)라 부르는 것이 그것이다.

가령 몇 년 전 그리스가 국가부도 일보 직전까지 갔었다. 그리스가 부도를 내면 글로벌 금융공황이 오네 마네 하면서 열나게 떠들어 대었다. 하지만 결과는 유럽중앙은행(ECB)이 거액의 ‘구제금융’을 해주면서 잘 마무리가 되었다.

그리스 부도 위기가 해결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유럽중앙은행이라는 최후의 자금공급자, 쉽게 말하면 최후의 돈줄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이 대목이 핵심이고 요지이다. 어떤 상황이 되었든 닥쳤든 간에 최후의 전주(錢主), 자금줄이 있으면 파국(破局)으로 치닫는 법은 없다는 사실이다.

1929년의 대공황이 엄청난 파괴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상황에서 그런 최후의 전주(錢主) 역할을 할 수 있는 주체가 국제적으로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997년 우리가 외환위기를 겪을 당시 결국 IMF의 자금 수혈을 통해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그런데 사실 당시 IMF가 제공한 자금은 지금 생각하면 그야말로 몇 푼 되지도 않는 것이 겨우 195억 달러였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20조 정도에 불과하다.

그런데 자금수혈을 받긴 했지만 당시 우리나라 은행들은 사실상 도산상태, 자본잠식 상태였다. 이에 한국은행이 200조 이상의 특융을 실시한 뒤 구조조정을 통해 지금의 은행 체제가 탄생했다.

대외 결제에 필요한 것은 달러였기에 IMF가 빌려주었지만 국내 문제는 우리 돈인 ‘원화’로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이고 원화는 한국은행이 그냥 찍어내면 그만이기에 그렇다.

각 나라의 중앙은행은 이처럼 그 나라의 통화와 관련된 일에 대해선 최후의 신용공급자 역할을 하고 있다. 문제는 국제간의 일이다. 그런데 오늘날 글로벌 사회는 글로벌 중앙은행이 공식적으론 존재하지 않건만 어떤 연유로 이처럼 국제간의 거래가 원활하게 잘 돌아가고 있을까? 뭘 믿고 그럴까?

그 이유는 아주 명확하다. 달러를 주무르는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가 사실상 글로벌 중앙은행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에 그렇다. 미국 연준이야말로 오늘날 세계에 있어 최후의 신용공급자, 최종의 대출자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영어로는 ‘Lender of last resort’ 라 부른다.

공식적으로 국제간에 대외지불수단이 부족한 문제가 생겼을 경우 직접 그를 처리하는 조직은 IMF와 세계은행이지만 그 모두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에 있다는 점이다. 두 조직 모두 본부가 미국 워싱턴의 약 1 킬로미터 떨어진 미국 연방준비은행(FRB)과 미국 재무부 사이에 끼여 있다. ‘끼여 있는 조직’들, 즉 미국 연준과 재부무의 하위 정책 집행 조직이란 얘기이다.

오늘날 미국이 많이 약해진 것은 사실이라 하겠으나 여전히 세계 경찰 역할과 더불어 글로벌 차원의 최종 대부자 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인 것이다.

1929년 대공황 당시 그 이전까지 세계 경찰 역할과 최종 대부자 역할을 하던 대영제국의 힘이 많이 쇠약해져 있었기에 대공황이 발발했어도 영국은 그럴 수가 없었다. 그 결과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만 해도 미국 역시 그럴 정도는 아니었고 영국 또한 이미 맛이 간 상태라서 모른 척 손을 빼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에 전 세계가 저마다 보호무역을 통해 자국의 산업과 일자리를 지키는데 급급했다. 저마다 코가 석자이다 보니 전체적으로 무지막지한 피해가 발생했던 것이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 미국의 달러는 여전히 의심받지 않는 상태, 다시 말해서 미국 연준에 대한 국제적 신뢰는 여전히 확고부동했기에 그냥 달러를 찍어서 넘길 수 있었다. 즉 여전히 미국을 제외하면 국제 사회에서 최종 대부자 역할을 자처할 역량을 가진 나라는 없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이제 대충 글을 정리해볼 때가 되었다.

미국의 최종 대부자 역할, ‘Lender of last resort’가 유지되는 한 앞으로 그 어떤 금융위기나 경제공황이 어느 곳에선가 터진 다 하더라도 해결될 수 있고 마무리될 수 있다는 얘기이다.

다만 문제는 이런 점이 있다. 가령 향후 3년 뒤 정도쯤에 중국에서 그간의 거품이 붕괴되면서 중국은 물론이고 국제적으로 위기상황이 닥친다고 가상해보자.

이럴 경우 미국이 중국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려있는 문제가 된다.

잘 된 일! 하고 쾌재를 외치면서 그냥 중국이 죽게 내버려 둘 수도 있을 것이고 그로 인해 관련된 나라들이 피해를 입을 지라도 해결을 지연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또는 반쯤 죽게 한 다음에 중국이 울고불고 하면서 그간 잘못했다고 통렬한 반성과 함께 읍소해오면 그때 가서 인정을 베풀 수도 있을 것이다.

헤게모니를 쥔 미국의 마음, 즉 엿장수 생각하기 나름이란 것이다. 가령 현재 남미의 베네수엘라는 사실상의 국가 부도 상태에 빠져있다. 그러나 미국은 당장 급한 일이 아니라 보고 있기에 마냥 내버려두고 있다. 장차 하는 거 봐서 결정하겠다는 미국이다.

자 이제 그럼 마무리를 하자. 금융위기나 경제공황이 터진 다 해도 터진 당사국이야 물론 고통을 받겠지만 글로벌 차원의 문제가 되려면 최후의 전주(錢主)이자 돈줄인 미국이 어떤 주판알을 튕기느냐에 달린 문제란 점이다.

미국의 최종 전주(錢主) 역할이 살아있는 한, 그리고 위기가 터진다 해도 미국이 살려줄 의향이 있는 한 사실 글로벌 경제 전체가 파국으로 치닫는 법은 없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그런 조건에 해당되는 한 금융위기나 경제공황은 오히려 절호의 투자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사실 미국에 본부를 둔 거대 금융자본이나 사모펀드들이 돈을 잘 벌고 있는 이유 역시 바로 여기에 있다. 솔직히 말해서 거대 금융자본이나 사모펀드를 운용하는 이들이 특별히 머리가 비상해서 돈을 잘 버는 것이 아니란 말씀이다.

우리 역시 외환위기 때 삼성전자를 사 놓았더라면 대박이 났을 것이고, 앞으로도 미국이 살려줄 의향이 있는 한 어느 곳에서 금융위기나 공황 발생한다면 미국이 살려줄 의향이 있다면 무조건 매수 찬스로 보면 된다는 얘기이다.

오늘은 이 정도로 그치고 다음 글에선 미국의 세계 경찰 역할과 그 전망에 대해 얘기를 해보겠다.

글/김태규 명리학자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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