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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섣부른 기대심리로 들썩이는 남북접경 땅값…허탈한 월급쟁이


입력 2018.05.04 06:00 수정 2018.07.03 08:34        원나래 기자

파주 땅값 연초 대비 2배 껑충…김 장관의 연천 땅도 시세차익 가능

파주의 한 군사분계선 접경지역 모습.ⓒ연합뉴스 파주의 한 군사분계선 접경지역 모습.ⓒ연합뉴스

“최근 남북 정상회담 모습을 보고 저도 기뻤죠. 하지만 이후 들려오는 소식은 그리 즐거운 소식이 아니더군요. 파주 땅값이 며칠 새 1억원은 그냥 올랐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땅 있고 돈 있는 사람만 또 돈 벌었구나’라는 허탈감만 오더라고요. 제 월급은 몇 년째 그대로입니다. 땅은커녕 집도 하나 없는데 정부가 대출창구도 막아버리니 결국 많이 가진 사람만 또 돈 벌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생각만 드네요.”

남북 정상의 판문점 선언으로 한반도에 봄이 찾아왔지만, 직장인의 마음은 평화롭지 못하다.

정부의 각종 부동산 규제로 아파트 시장이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이제는 땅값이 들썩이고 있다. 남북 해빙무드가 본격화되자 접경지역의 개발 기대심리가 커지면서 해당지역의 호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것이다.

이번 판문점 선언에는 사회기반시설(SOC) 개발 계획과 연내 종전 선언 추진 등이 담겼다. 이에 경기도 파주와 강원도 고성 등 접경지역 토지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격도 뛰고 있다.

실제로 경기도 파주와 문산 등지의 부동산 중개업소에 따르면 정상회담 이후부터 문의 전화가 빗발치는 것은 물론 호가가 급등했다. 일대 땅값은 올 초 3.3㎡당 15만원에 거래되던 것들이 지금은 30만원 가까이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회담 전 2억원 초반이었던 물건은 회담 이후 3억원이 됐는데도 땅 주인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팔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전해진다.

파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잠잠했던 경기도 연천 등도 간접효과를 보이고 있다. 경기도 연천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소유하고 있던 집을 친동생에게 팔면서 논란이 됐던 곳이기도 하다.

최근 김 장관은 연천 집 소유로 인해 다주택자로 지적을 받자, 주택은 1억4000만원에 친동생에게 팔고 집을 지은 땅 외에 인접한 땅은 계속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구입 당시인 2012년 해당부지가 3.3㎡당 20만원 초반이었으나, 현재 30만원까지는 거래돼 시세차익이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향후 개발 시기와 거래 추이에 변수가 크다고 판단되면서 치솟는 땅값이 섣부른 기대심리로 인한 ‘반짝 효과’라고 경계하는 시선도 있다. 어차피 현재로선 개발이 불가한 땅이기 때문에 가격 상승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거다.

하지만 그간 비현실적으로 오르는 서울 집값을 보던 월급쟁이의 허탈감은 또 다시 땅값에서 재현될 수밖에 없다. ‘또 돈 버는 사람들만 버는 현상’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허탈감에 빠지고 상대적 박탈감마저 느끼는 사람도 많다.

1억원은 월급쟁이가 한 달 월급(평균기준)을 단 1원도 쓰지 않고 고스란히 3년을 모아야 모을 수 있는 액수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1월까지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의 임금총액을 조사한 결과 1인당 월평균 소득은 347만이었다.

단 며칠 사이 엉뚱하게 수억원씩이나 오르는 집값과 땅값을 보고 있자니 ‘배가 아프기’보다 이제 그저 내얘기가 아닌 남의 얘기처럼 ‘강 건너 불구경’이 돼버린 것이 더 애석하기만 하다.

원나래 기자 (wiing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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