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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민주주의 최후 보루 사법부도 코드 심기?


입력 2018.05.06 08:30 수정 2018.05.06 10:09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판사 파면 청원' 전달 명백한 삼권분립 위배

대법원장 좌시 말아야…국민청원 게시판 중우정치 난무

청와대가 대법원에 전화를 걸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정형식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파면하라는 국민 청원을 전달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있다. (자료사진) ⓒ데일리안 청와대가 대법원에 전화를 걸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정형식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파면하라는 국민 청원을 전달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있다. (자료사진) ⓒ데일리안

청와대가 대법원에 전화를 걸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정형식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파면하라는 국민 청원을 전달한 사실이 드러나 평지풍파가 일고 있다.

한마디로 '삼권분립'과 '법치주의'를 해치는 중대한 헌법 위반 행위다. 판결에 대한 정당한 비판은 허용되지만 그 판사를 파면하라는 청원은 부당한 인신공격으로 정당한 청원의 대상이 아니다.

또한 헌법 106조 1항은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않고는 파면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어 위헌적 청원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청와대는 당초 “삼권분립에 따라 현직 법관의 인사와 징계에 관련된 문제는 청와대가 관여할 수 없으며, 관여해서도 안 된다”고 밝힌 대로 종결 처리를 했어야 했다. 그럼에도 정혜승 뉴미디어비서관은 법원행정처에 전화를 걸어 청원 내용을 전달해 스스로 논란을 자초했다

정 비서관은 대통령이 대법원장과 대법관 임명권을 가진 상황에서 청와대가 특정 판사를 파면하라는 청원을 전달하면 사법부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전혀 짐작하지 못했는가? 특정 법관에 대한 불신이나 편견을 담은 청원이 최고 권력기관인 청와대를 통해 전달되면 결국 사법부의 독립을 흔들고 법관이 여론 재판을 하게 만들 우려도 있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는가?

정 비서관 스스로의 말처럼 현직 법관의 인사와 징계에 관련된 문제는 청와대가 관여할 수 없으며, 관여해서도 안 된다면 당연히 전달도 하지 말아야 한다. 전달하는 그 자체가 사법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고, 판사 개인에 대한 심각한 압박이기 때문이다.

정권과 특정 이념을 지지하는 국민의 마음에 들지 않는 판결을 내린 판사들이 이런 협박을 받게 되고 이것이 판결에 영향을 미치면 결코 사법부 독립은 유지될 수 없다.

청와대의 청원 전달로 말미암아 실제 앞으로 정 판사가 인사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 않은가? 너무도 당연한 말이지만 사법부는 헌법 질서와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이자, 법치주의를 실현하는 근간이다.

정치권력이든, 여론이든 외부의 어떤 세력에 의해 압력을 받는다면 결국 사법부 독립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사법부가 무너지면 법치가 무너지고, 법치 없는 민주주의란 포퓰리즘만이 극성을 부리는 '중우정치(衆愚政治)'로 전락하게 된다.

차제에 청와대의 청원 제도도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참고할 만한 여론과 정치 공격성 집단행동을 구별하지 않고 무조건 20만이 넘으면 답을 하도록 한 규정은 문제다.

판결의 당부(當否)를 다투는 것과 같이 청와대가 관여해선 안 될 사안에 대한 청원은 아예 받지 말거나 아니면 해당 기관 통보라도 자제해야 한다. 아무리 인터넷 소통 등 직접민주주의가 중요하다 하더라도 청원법상 제한 규정이 있고, 또 최근 드루킹 사건에서 보는 바와 같이 얼마든지 여론 조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결코 정 비서관 개인의 문제로 가벼이 다룰 사안이 아니다. 판사 블랙리스토 사건부터 일관되게 추진해온 '사법부 코드 인사'의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이다. 현 정권은 더 이상 온 국민의 열망과 값진 희생으로 일궈낸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해서는 안 된다.

정권의 고공 행진 지지율에 취해 법치와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인 사법부까지 코드 인사로 장악하려 해선 결코 안 된다.

"판사의 판결은 대법원장인 나도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는 것이다. 판결이 잘못되었다고 한다면 절차를 밟아 상소하시오."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이 부당하게 재판에 개입하는 이승만 대통령에게 한 일갈이다. 이재용 부회장 판결도 검찰이 상고를 하였으므로 당연히 이후 대법원에서 최종 결정이 날 것이다. 굳이 항소심 판사를 비판하고 파면을 청원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해 9월 취임사에서 "법관 독립을 침해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온몸으로 막아내겠다"고 다짐했다. 과거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과 같이 직접 나서서 단호한 입장을 표명해야 할 때다.

법관들 스스로 사법권 수호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면 국민들의 지지도 받기 어렵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글/서정욱 변호사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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