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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낳아야 혜택주는 출산장려정책, ‘독신세’의 다른말?


입력 2018.05.28 04:20 수정 2018.05.28 05:59        김지수 기자

‘독신세’ 명목 없지만 사실상 세금 더내는 미혼남녀

1인가구 급증에 ‘4인가구 위주 정책 재고’ 목소리도

‘독신세’ 명목 없지만 사실상 세금 더내는 미혼남녀
1인가구 급증에 ‘4인가구 위주 정책 재고’ 목소리도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1.05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은 가정에 혜택을 주는 출산장려정책들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런 정책들이 사실상 미혼 남녀에게 세금을 매기는 독신세의 형태와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1.05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은 가정에 혜택을 주는 출산장려정책들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런 정책들이 사실상 미혼 남녀에게 세금을 매기는 독신세의 형태와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티이미지뱅크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월 신생아 수가 2만 6500명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000명(9.8%) 줄었다. 이는 월별 출생아 수 집계를 시작한 1981년 이후 2월 기준 출생아 수 최저치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1.05명으로 사상 최저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출산율은 더욱 떨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정부와 여야 정치권에서 각종 저출산 대책들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아이를 낳은 가정’에 혜택을 주는 정책들이 사실상 ‘독신세’와 다를 바 없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독신세는 일정 연령 이상의 독신 근로자에게 별도로 부과되는 세금으로 ‘싱글세’로도 불린다. 독신세 도입 역사는 고대 로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는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 ‘정식 혼인에 관한 율리우스법’을 시행했다.

이 법안은 미혼 상태인 로마인 남녀(25~60세 남자와 20~50세 여자)에게 수입의 1%를 세금으로 부과했고 여성이 독신인 채로 50세가 넘으면 유산 상속권도 잃게 했다. 또 30세가 넘도록 미혼이면 선거권을 박탈하는가 하면 결혼 후 셋째 아이를 낳아야 독신세를 면제받도록 했다.

독신세 논란은 고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는 인구감소를 막기 위해 독신세에 해당하는 법을 시행했다. ⓒ게티이미지뱅크 독신세 논란은 고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는 인구감소를 막기 위해 독신세에 해당하는 법을 시행했다. ⓒ게티이미지뱅크

독일의 히틀러와 이탈리아의 무솔리니, 루마니아의 차우셰스쿠 등 독재자들은 인구를 늘려 국력을 키우는 것이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길이라 여겨 ‘독신세’를 시행했다.

독신세 도입 논란은 지금까지 이어졌다. 2010년 우크라이나 테르노폴 시의회는 인구감소 대책으로 구소련 시절 자녀가 없는 성인 남자에게 부과했던 ‘무자녀세’ 재도입을 추진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5년 “독신이 너무 늘어나니까 인식을 바꾸기 위해 ‘독신세’ 신설을 고려해봐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간 LG경제연구원의 보고서가 보건복지부 정책관련 게시판에 올라가면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또 2006년 1~2인 가구에게 주던 소득공제 혜택을 없애는 쪽으로 법률을 개정했고, 2010년 세제개편안에서는 두자녀 이상 가구에 보육료 지원을 확대하고 세제지원을 강화했다.

그 결과 2011년 1월1일부터 자녀 2명 가구에 대한 추가 공제 규모는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확대됐다.

2014년 세법개정안도 ‘싱글’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방향으로 근로소득공제 시스템을 개정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2015년부터 연봉 3000만원 미만의 독신자의 경우 세금을 연 17만여원을 더 내야 했다. 즉 연봉이 3000만원인 미혼자는 같은 연봉의 기혼자 대비 연 17만3250원을 세금으로 더 납부하는 식이다.

이렇듯 현행 정책들은 ‘독신세’라는 명목으로 세금을 내게 하지는 않지만 사실상 미혼 남녀들이 결혼해서 아이를 낳은 사람보다 세금을 더 내는 실정이다.

2017년 연령대별 출산율 및 합계출산율 ⓒ통계청 2017년 연령대별 출산율 및 합계출산율 ⓒ통계청

이런 가운데 정부의 저출산 대책이 결혼한 부부와 자녀로 이루어진 전통적 가정에만 집중됐다는 지적도 있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저출산 대책 사업비로 집계된 30조 6002억원 중 64%에 해당하는 16조 8230억원은 보육·교육 분야 예산으로 이미 아이를 낳은 부부를 대상으로 한다.

주거·사회보장·세제 등 공공정책도 여전히 기혼부부로 이루어진 가구를 대상으로 한다. 1인 가구는 청약가점제 때문에 국민주택 및 공공임대주택 입주대상자 선정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최저생계비 산정 방식과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선정 기준도 4인 가구의 최저 생계비를 산정한 후 여타 가구 유형에 OECD 가구균등화지수를 적용해 산정하고 있다.

자녀가 2명 이상인 자를 기준으로 100만원을 공제하고 2명을 초과하는 1명당 200만원을 추가 공제하는 방식인 ‘다자녀추가공제’, 소득자의 공제대상가족 수에 따라 공제액이 결정되는 ‘부양가족 공제’ 등 전통적 가구 위주의 정책을 넘어 ‘제도 밖’ 가구를 위한 정책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김지수 기자 (jskim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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