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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CVID' 아니면 '체제전복'이 유일한 대안이다


입력 2018.05.22 22:46 수정 2018.05.23 05:55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생존 위해 비핵화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 만들어야

'천천히 서두르라' 새겨 자제하고 기다리며, 인내할 줄 알아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데일리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데일리안

'위대한 성공(great success)'을 가져오리라는 장미빛 전망으로 가득했던 북핵 담판이 삐꺽대며 휘청거리고 있다.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통해 한반도를 통일과 번영의 길로 인도해줄 것이라고 믿었던 북핵 담판이 거대한 암초를 만나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왜일까? 왜 장미빛 환상으로 부풀었던 국민들의 기대가 풍계리 핵실험장 파괴 쇼처럼 허무하게 무너지고 있을까?

"아무리 북한이 정상국가를 지향하더라도 생존의 문제보다 우선할 수는 없으며, 따라서 북한은 결코 '스스로' CVID를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북핵 협상의 역사'라는 거울을 통해 필자가 내린 결론이다.

"CVID를 위해서는 강제사찰과 무작위 접근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는 김정은 정권의 붕괴이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결국 북미회담을 통해서 북한은 CVID가 아닌 'SVID(Sufficient)'로 비핵화로 포장된 핵보유국이 되려고 한다."

20여 년간 북한의 핵개발 전략을 꿰뚫어 보고, 북한 최고 권력층의 숨겨진 속내를 가감없이 드러낸 태영호 공사의 결론이다. 그의 말에는 자신의 직접 체험에서 뿜어져 나오는 진실의 힘이 있어 필자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북한 체제는 김정은 1인에게 권력이 집중되어 있는 유사 왕조 체제로, 세계에서 유일하게 3대 세습 체제를 구축했다.

'비핵화'는 결코 김일성과 김정일의 유훈이 아니다. 북핵은 6·25전쟁 직후 김일성에 의해 시작된 북한 국가 대전략의 핵심 요소며, 북한이 꿈에도 그리는 강성 대국의 결정적 요소다.

또한 북핵은 단순한 군사무기가 아니라 '3대 세습 체제의 유일한 정치적 생존 수단'이다. 결국 CVID란 호랑이에게 이빨을 빼는 것과 같은 행위로 이는 3대 세습 체제의 유일한 정치적 무기인 핵을 영원히 포기하라는 것이다.

이것이 과연 기대 가능한가? 지금 북한은 자본주의라는 눈덩이가 브레이크도 없이 굴러가 심각한 체체위협을 겪고 있으며, 핵경제 병진노선은 이미 그 수명을 다하고 있다. 그래도 핵은 끝까지 3대 세습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잡아야 할 동아줄이다.

그런데 과연 CVID가 기대 가능한가? 우리와 마찬가지로 북한에게도 핵은 생존의 문제다. 생존의 문제는 결코 국제사회의 선의에 의존할 수는 없다.

"어떤 나라가 핵무장에 성공하는 경우 그 나라의 핵무기는 이웃 나라들과 무언(無言)의 '불가침 협정'을 체결한 효과를 낼 수 있다."

헨리 키신저 박사가 갈파한 경구다.

상식적으로 북한이 '핵무기'라는 가장 확실한 불가침 협정을 두고 평화조약이라는 종이 위의 약속으로 체제안전 보장을 받으려는 것을 기대할 수 있는가? 미국과 국제사회가 아무리 북한에 대해 정권 교체를 시도하지 않을 것이고, 침략도 하지 않을 것이며, 체제도 보장해 준다고 약속을 해도 북한이 '종이 위의 약속'과 '핵무기'를 맞바꿀만큼 순진하고 어리석은 집단인가?

철수한 미군은 다시 올 수 있고, 수립된 외교 관계는 단절될 수 있으며, 종이 위에 쓰여진 평화협정은 언제든지 휴지로 변할 수 있다. 북한이 이러한 냉엄한 국제정치의 본질도 꿰뚫어 보지 못할만큼 순진하고 어리석은 집단인가?

이제는 우리도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보고 싶은 현실만 보려해서는 결코 안 된다.

북한에게 완전한 비핵화는 체제 생존의 문제로 결코 스스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며, 기술적으로 가능하지도 않음을 직시해야 한다.

“핵개발의 전 공정이 과학적으로, 순차적으로 다 진행되었고, 운반타격수단들의 개발사업 역시 과학적으로 진행되어 핵무기 병기화 완결이 검증된 조건에서 이제는 우리에게 그 어떤 핵시험과 중장거리, 대륙간탄도로켓 시험발사도 필요없게 되었다.”

김정은 위원장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한 발언이다. "미국이 체제 보장을 해주면 우리가 왜 어렵게 핵을 갖고 살겠느냐"는 말보다는 훨씬 진심이 담긴 말이다.

북한이 결코 CVID를 스스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과연 대안은 무엇인가?

'더 철저한 국제공조와 강력한 압박' '북한이 '스스로의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비핵화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

필자는 이것이야말로 유일한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이번만큼은 정말 북한을 '검증 가능한 핵 폐기'냐, 아니면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냐의 기로에 세워야 한다.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북한이 결코 현 체제를 유지할 수 없다는 점을 한미 정상은 단호하게 김정은에게 또다시 경고해야 한다. CVID라는 최종 목표를 달성하기 전에는 어떠한 보상도 제재완화도 없다는 점을 말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미·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문 대통령이든 트럼프 대통령이든 국내 정치적 상황을 감안해 절대 서둘러선 안 된다. 북한의 변덕과 몽니에 결코 일희일비하거나 그들 요구에 끌려다녀서도 안 된다.

절대 존엄 김정은의 임기는 무제한이지만 한미 대통령의 임기는 몇년 남지 않았다. 이럴수록 '천천히 서두르라(Festina lente)'라는 경구를 새겨 자제하고 기다리며, 인내할 줄 알아야 한다. 바로 '호시우보(虎視牛步)'의 자세다. 

지금 한반도는 격랑에 휩싸여 있고, 만약 이번에 비핵화 협상이 실패한다면 한반도의 운명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대혼란에 빠지게 된다. 보고 싶은 현실만 보는 대부분의 사람과 달리 책임있는 지도자는 보고 싶지 않은 현실까지도 직시해야 한다.

또한 운명과 상황이 달라지면 그에 맞게 적절히 달라지는 임기응변으로 대처해야 한다. 부디 한미정상이 북한의 상황변화에 맞는 현명한 대책을 마련하여 한반도에 '핵 없는 평화'가 도래하기를 기대한다.

글/서정욱 변호사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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