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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최저임금법 개정안 환노위 통과, 유노조 기업은 무용지물"


입력 2018.05.25 10:27 수정 2018.05.25 14:06        박영국 기자

"정기상여금 지급방식 변경해야 최저임금 포함…노조 동의 얻기 힘들어"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원회 임이자 소위원장과 위원들이 24일 오후 국회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과 관련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재논의하고 있다.ⓒ연합뉴스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원회 임이자 소위원장과 위원들이 24일 오후 국회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과 관련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재논의하고 있다.ⓒ연합뉴스
"정기상여금 지급방식 변경해야 최저임금 포함…노조 동의 얻기 힘들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25일 새벽 ‘최저임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킨 가운데, 재계는 “노조가 있는 기업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날 환노위를 통과한 개정안은 매달 지급하는 정기상여금과 현금성 숙식비 등의 일정부분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시키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경총은 이날 논평을 통해 “개정안 통과로 노조가 없는 기업은 정기상여금과 숙식비를 매달 지급해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시킴으로써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부담을 다소나마 줄일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경총은 그러나 “이번 입법이 최저임금 제도개선 TF 권고안보다 다소 후퇴했다는 점은 아쉽다”면서 “노조가 있는 기업은 여전히 노조 동의 없이는 정기상여금 지급방식을 변경할 수 없어 산입범위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애초에 산입범위에 ‘매월 지급’ 조항을 제외했더라면 모든 기업에 동일하게 적용됐겠지만, 통상 2~3개월에 한 번씩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을 월할 지급 방식으로 변경해야 산입범위에 포함되도록 함으로써 노조가 있는 대기업은 효과를 보지 못하게 됐다는 것이다.

정기상여금을 매달 지급으로 변경하려면 노조의 동의 하에 단체협약 조항을 개정해야 하는데, 노조로서는 굳이 정기상여금 지급 방식을 변경해 임금 상승 요인을 포기할 이유가 없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경총은 “이로 인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임금을 받는 대기업 근로자가 여전히 혜택을 보는 불공정한 상황이 지속되고 양극화 해소에도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최저임금 산입범위 문제의 기저에는 우리나라의 복잡한 연공급 임금체계가 자리 잡고 있다”면서 “경총은 입법 이후 개정된 산입범위가 기업 현장에 안착될 수 있도록 노력함은 물론, 연공급 임금체계를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로 개편해 최저임금제도의 공정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 역시 같은 이유로 아쉬움을 표했다. 추광호 한경연 일자리전략실장은 “환노위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과거에 비해 넓혀 통과시킨 것은 진일보한 측면이 있지만, 모든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기상여금은 설·추석 명절과 분기별(또는 격월) 지급이 일반적인데, 단체협약에 정기상여금 규정이 있는 기업의 경우 노조의 동의가 필요해 적용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면서 “최저임금에 해당하는 대기업·유노조 근로자의 경우, 단체협약의 격월 또는 분기 정기상여금은 산입범위에 포함되지 않아 중소·영세기업 근로자보다 임금 인상을 더 많이 받게 되는 문제가 여전히 발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추 실장은 “영국, 프랑스, 아일랜드 등 주요 선진국은 상여금 전부를 최저임금에 포함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산입범위를 보다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정부와 정치권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경제 및 고용에 대한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여 제도 개선에 반영해 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이번 개정으로 고임금근로자 편승 문제가 해소되고 급격한 상승으로 인한 기업부담을 다소나마 줄일 수 있게 됐다”면서 “다만 산입범위에서 1개월 초과를 주기로 지급하는 상여금이 제외된 점은 아쉬움이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무노조 사업장이 대부분인 중소기업계는 최저임금법 개정 합의를 존중하되, 상여금의 최저임금 산입 한도를 정해둔 부분에 아쉬움을 표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번 개정 법안은 제도의 당사자인 영세중소기업계가 줄곧 요청해온 숙식비 등 복리후생비 및 정기상여금을 점차 확대 포함시켜 결국 기업이 지불하는 고용비용을 합리적으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개선했다는 점에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이를 통해 불합리한 제도로 발생한 각종 부작용을 줄이고 대중소기업 임금격차를 다소 줄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중기중앙회는 그러나 “일정 한도 이상의 월정기상여금만 최저임금에 포함하는 점은 올해 고율인상으로 경영의 어려움에 시달리는 영세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을 바로 해결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고 언급했다.

중견기업계를 대표하는 한국중견기업연합회도 우려를 나타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설정을 위한 고충은 이해하지만 의결된 개정안에는 여전히 기업 부담을 가중시키고 최저임금의 혜택을 고임금 근로자에게 집중시켜 오히려 근로자 임금 양극화를 악화할 소지가 많다고 밝혔다.

중견련은 "산입범위에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일부가 포함돼 기업에 미치는 충격이 다소나마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합의’로 설정된 자의적인 한도는 최저임금제도 자체에 내재한 갈등 요인을 회피하는 것일 뿐 근원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불어 노조가 있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근로자 간 또 다른 차별을 야기하고 불합리한 노조 기득권을 강화해 기업 경영 환경을 더욱 악화시킬 여지마저 있다"고 강조했다.

중견련은 "가장 첨예한 경제‧사회 현안인 만큼 상이한 기업 별 상황을 면밀히 검토해 복리후생비 등 여타 항목의 산입 여부 적절성에 대한 사회적 숙의를 확대, 합리적인 개선 마련 노력을 지속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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