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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잔꾀 부리면 체제 와해 앞당겨 진다


입력 2018.06.04 05:46 수정 2018.06.04 05:57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김정은 개과천선 했길 바라지만 가능성은 거의 제로

국민 뜻 물어가며 확고한 '북핵반대' 원칙 지키는게 상책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일, 김정은의 특사로 방문한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김영철을 극진히 환대했다. 김영철이 백악관 집무동까지 차를 타고 들어갔다. 그가 떠날 때는 트럼프가 차량이 대기 중인 곳까지 나란히 걸으며 친밀감을 과시했다.(자료사진 합성)ⓒ데일리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일, 김정은의 특사로 방문한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김영철을 극진히 환대했다. 김영철이 백악관 집무동까지 차를 타고 들어갔다. 그가 떠날 때는 트럼프가 차량이 대기 중인 곳까지 나란히 걸으며 친밀감을 과시했다.(자료사진 합성)ⓒ데일리안

[1] 신권위주의 시대가 온 것인가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중요한 국가적 결정에 있어, 대개 일방통행식의 행태를 보여 왔다. 정말 ‘보기와는 딴 판’이다.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으로 중의(衆意)를 중시하는 리더십을 가졌을 것으로 여겨졌었다. 그런데 대통령에 취임하자말자 지시형 리더십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하긴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때 이미 “헌재가 탄핵을 기각하면 그 다음엔 혁명 뿐”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선동가‧혁명가적 기질을 드러내 보이긴 했다. 그렇지만 그건 선거용 레토릭 정도로 이해됐다. 수더분하고 마음씨 좋을 것 같은 ‘아저씨 얼굴’과 ‘혁명’은 도무지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취임 후 행정부엔 오직 문 대통령과 그의 청와대 측근 참모들만 있는 것 같은 상황이 이어졌다. 중요한 국가적 과제들을 정하고 추진하는 과정에 정부 해당 부처는 보이지 않았다. 문 대통령의 결심과 청와대 유력참모들의 발표만 있을 뿐이었다.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경제 컨트롤타워”라고 인증하는 해프닝을 벌인 것이 문 대통령 독주(獨走) 현상의 반증이다.

김 부총리는 지난달 29일 청와대 가계소득 동향 점검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주장한 것으로 언론들이 전했다. 그는 “가격(최저임금)을 올리면 수요(노동시장의 일자리)가 영향을 받는 것은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인정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정책 보완의 필요성을 제기했다고 한다.

경제 컨트롤 타워의 이 말은, 그러나 아주 쉽게 제압당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 이틀 후인 31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강조함으로써 김 부총리의 문제 제기는 무색해지고 말았다. 형식상의 컨트롤 타워 지위는 인정받았지만 실질적인 컨트롤 파워는 부여받지 못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90%’ 언급이 민심과 너무 동떨어진 말이라고 여겨졌던지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이 3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보충 설명을 했다. 가구별 근로소득 대신 개인별 근로소득을 따로 분석한 결과라는 것이다. 그랬더니 하위 10%의 소득 증가율만 작년 1분기에 비해 떨어졌을 뿐 나머지 전 계층의 소득 증가율은 작년 동기보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최저임금 대폭인상으로 일자리가 줄어들고 자영업자의 폐업이 늘어난 현상 등이 문제다. 그런데 일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의 소득 증가율이 높아졌으니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대통령은 말했다. 이런 걸 궤변이라고 한다. 전체 가구 중 72.4%의 소득이 줄었다(조선닷컴)는 사실도 대통령은 밝히지 않았다.

문제가 드러나면 보완하거나 고치면 된다. 그런데 정부는 고집이 세다. 독선적 마인드를 가졌거나 ‘대통령 무오류론’ 탓인지도 모른다. “촛불혁명 대통령이 어떻게 오류를 범할 수 있는가!” 아니면 강박증에 쫓기는 것일까?

[2] 북한핵 폐기에 관심 있나 없나

정부의 독선 독단 독주 행태 중에서도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대북정책이다. 법도, 제도도, 관행도 문 대통령에겐 통하지 않는다고 여기는 인상이다. 북한 체제 측과의 관계설정은 국가의 장래를 좌우하는 과제다. 그건 곧 5150만 국민과, 우리 후손들의 운명에 직결된 일이기도 하다. 당연히 중의를 모으는 과정이 전제된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지난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보여준 것은 ‘마이 웨이’였다.

북측의 올림픽 참가는 그렇다하고, 4‧27판문점 정상회담 및 합의서 채택, 5‧26 판문점 회동, 미‧북정상회담 이후의 대책 구상 등에서 공론화 과정은 배제됐다. 적어도 여야 정치권과는 진지한 논의를 거쳤어야 할 텐데, 문 대통령은 일방적이었다. 그랬으면서도 엄청난 경제적 부담이 따르는 합의서에 대한 국회의 비준을 요구했다. 이런 대의민주주의도 있는 것인가.

더욱이 5‧26 회동은 법적 절차조차 무시된 대통령의 모험이었다. 언제 김정은과 100% 자신할 만한 신뢰관계로 맺어졌다는 것인지,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도 알리지 않은 채 측근 몇 명만 대동하고 판문점 분계선을 넘었다. 거기서 만난 사람은, 반국가단체의 수괴인 김정은이었다. 있을 수 없을뿐더러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을 문 대통령은 혼자 결정으로 감행한 것이다. 이런 게 바로 ‘초법적 행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문 대통령과 회담한 다음날 김정은에게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취소 결정을 통보했다가 금방 마음을 바꾼 바가 있었다. 주춤했던 우리 정부는 다시 ‘싱가포르 종전선언’을 운위하기 시작했다. 물론 지금의 휴전상황은 종식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종전선언은 그것으로 완결되는 게 아니라 종전협정(혹은 조약), 평화협정(혹은 조약)으로 이어진다. 이 또한 우리 국민과 후손의 운명을 좌우하게 될 역사적 대사건이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국민은커녕 국회의 눈치도 보는 법이 없다. “내가 곧 법이다.” 그런 생각인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일, 김정은의 특사로 방문한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김영철을 극진히 환대했다. 김영철이 백악관 집무동까지 차를 타고 들어갔다. 그가 떠날 때는 트럼프가 차량이 대기 중인 곳까지 나란히 걸으며 친밀감을 과시했다. 트럼프는 북한에 대해 신규 제재를 하가하지 않겠다, 최대의 압박이란 표현도 쓰지 않겠다며 미‧북 사이의 담을 아예 허물어 버릴 듯이 말했다.

아마 그에 힘입은 것이겠지만 우리 정부는 서둘러 싱가포르 회담 이후를 준비하는 분위기다. 트럼프가 김정은과 종전선언에 대해 논의하면 문 대통령도 싱가포르에 가 있다가 한‧미‧북 종전선언을 이끌어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족사에 길이 빛날 위업을 이루어 이름을 청사에 남기고 싶은가? 그게 왜 잘못이랴! 문제는 본말이 전도되는 것 같은 북핵협상 분위기다. 북한 핵은 젖혀두고 김정은과 우의만 자랑하겠다는 것인가.

[3] 극진한 환대 대북 경고일 수도

트럼프는 돌변해서 김정은에 대해 친애의 표정을 짓고 있다. 북한이 원하면 뭐든 해줄 기세다. 김정은과의 회담에서 CVID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비핵화가 쉽게 되는 일이 아니라고는 말도 덧붙였다. 시간이 많이 걸릴 것임을 트럼프가 먼저 예고하고 있다. 김정은이 빈말로라도 호응해 오면 그 선에서 양해하고 말 것 같은 언설이다.

트럼프의 개인적 사정, 그러니까 특별검사의 수사, 11월 중간선거, 2년 후의 재선 선거 등에 구애되어 조급히 결정할 위험성을 아주 배제하긴 어렵다. 미국을 겨냥할 수 있는 수단, 그러니까 ICBM을 완전히 제거하고 포기시킨다면. 그래서 미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기만 하면 성과로서는 부족함이 없다고 여길 수 있다. 핵보유국 북한과 이웃해서 살아야 할 부담은 한국‧일본‧중국‧러시아의 몫이라며 떠넘겨 버려도 된다. 이미 명시적으로 그런 생각을 내비치기도 했다.

트럼프가 정말 그런다고 해도 우리로서는 저지할 수가 없다. 그렇지만 트럼프가 그런 식으로 문제의 본질을 피해가지는 않을 것으로 믿는다. 트럼프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거둘 생각은 없다. 미국은 세계질서의 기준을 세우고 그것을 수호하는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다. 역사의 고비마다 미국인들은 책임 있는 결정을 내렸고, 큰 희생을 무릅쓰면서 그 책무를 다해 왔다. 미국은 대통령 혼자서 정책을 결정하는 그런 나라가 아니다. 미국은 세계 민주국가의 전범(典範)이다.

그렇다면 트럼프의 지나치게 가벼워 보이는 언행은 일종의 책략일 수도 있다. 최대의 호의를 보임으로써 김정은이 딴 생각을 못하게 한다는 계산이 아닐까?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나를 속이려 한다면 대가를 각오해야 할 것이다. 나를 망신준 것에 대해, 미국을 우습게 안 것에 대해, 그리고 국제사회를 만만하게 여긴 것에 대해!”

미국이 북한의 책략에 속을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일개 필부도 짐작할 수 있는 일을 세계 최고의 정보 수집‧분석력을 가진 미국이 모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북한의 핵무장을 인정할 때 초래될 수 있는 후유증의 크기도 충분히 계산하고 있을 것이다. 김정은이 싱가포르에서 또 예전 버릇대로 상대를 속이려 할 경우 호된 후폭풍과 맞닥뜨리게 되리라고 믿는다. 온 세상을 들썩이게 하고서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격으로 미봉하고 말기야 하겠는가.

김정은이 개과천선을 했다면야 더 바랄 게 없지만 가능성은 거의 제로다. 전체주의 집단의 3대 전제군주, 사이비 신(神)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서는 권위와 권력을 유지할 수단이 필수적이다. 그건 돈과 군사력이다. 핵과 미사일을 가져야 돈과 힘을 가질 수 있다. 그걸 포기하는 것은 자살행위다. 더욱이 미국에 굴복하는 모습을 보이게 되면 북한 주민은 그를 버리게 될 것이다. 그래서 시간을 벌려고 잔꾀를 부리겠지만 그게 언제까지 통하겠는가.

트럼프의 노련한 협상술이 김정은의 완전한 항복을 받아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부도 차분히 결과를 지켜봐주는 게 옳다. “종전선언하자. 협력사업 추진하자. 우리는 지원할 준비가 다 돼 있다.” 이런 식으로 앞질러 가면 북한의 버릇만 버려놓고 만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송도(松都)적의 불가사리를 되살려내 우리가 큰 화를 입는 상황을 초래할 위험성도 크다. 이럴 때는 국민의 뜻을 물어가며 확고한 ’북핵반대‘ 원칙을 지켜가는 게 상책일 것이다. 그렇지 않습니까?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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