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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의 지리산 산책 ⑨] 푸른 물빛의 산골 물옆 숲 ‘취간림’


입력 2018.06.14 17:00 수정 2018.06.21 09:27        데스크 (desk@dailian.co.kr)

우리 동네, 하동군 정서리 악양천변에 있는 취간림은 ‘푸른 물빛이 깃든 산골 물 옆에 있는 숲’ 이라는 예쁜 이름을 갖고 있는 마을 숲입니다.


정서리 면소재지 입구에 있는 이유는 풍수지리에서 말하는 ‘수구막이’ 용도로 만든 인공 숲이기 때문입니다. 수구막이는 마을에 나쁜 기운이 못 들어오게 막거나, 마을의 좋은 기운이 밖으로 빠져 나가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하는 돌이나 숲을 말합니다. 장승이나 선돌이 수구막이 돌입니다.

실제 생활에서는 들판에서 마을로 불어오는 바람을 막는 방풍림의 역할도 하고, 조용히 산책할 수 있는 힐링의 장소로도 제법 훌륭합니다.


그리 크지 않은 숲이기에 이리 걷든 저리 걷든 취간림 한가운데 있는 팔경루를 바라보게 됩니다. 해서 걷다가 조금 힘들다 싶으면 팔경루에 올라 잠시 쉬어도 좋습니다. 숲 그늘 안에서 누각의 그늘을 더하니 이곳에 앉아 바람을 맞으면 여름 더위는 하릴없이 사라집니다.


숲 그늘에서 일렁이는 바람 따라, 더러 제 뒤를 따라다니는 물까치 지저귐도 들어가며 소리 없는 발걸음으로 걸었습니다. 그저 한 걸음 한 걸음에만 집중하는, 생각 잊은 발걸음은 힐링을 넘어 영성으로 갈 수 있는 발판이 되기도 합니다. 온전한 발걸음은 단지 한 걸음입니다.


두루 숲 한 바퀴를 걷다가 물까치의 지저귐보다 더 큰 아이들의 지저귐이 들려 악양천 변 뚝길에 올랐습니다. 역시 꼬맹이들이었습니다. 물장난치고, 물수제비뜨고, 텀벙텀벙 뛰놀고 있습니다.

슬쩍 말을 걸어보니 전주, 진주, 창원에 사는 아이들이 모두 악양 할아버지 집에 놀러 온 손주들이었습니다. 족대를 든 악양 삼촌을 쫓아다니며 할아버지 집 추억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아주 오래 전, 취간림을 만든 옛사람들도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아이들의 지저귐을 듣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한마디 덧붙이자면, 매월 4째 주 토요일에는 지리산학교 마당장이 취간림에서 열립니다. 인정 두툼한 먹거리, 살거리, 볼거리가 풍부하니 시간 날 때 한번 들러 추억을 쌓아보길 바랍니다.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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