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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무는 '권오O'의 시대…하나 둘씩 경영 일선 물러나


입력 2018.06.25 11:06 수정 2018.06.25 11:36        박영국 기자

재계 주름잡던 '권'씨 성에 '오'자 돌림 4인방

권오철, 권오현 이어 권오준 CEO 자리 하차…권오갑 부회장만 남아

권오현 삼성종합기술원장(왼쪽부터),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권오철 SK하이닉스 고문.ⓒ각사. 권오현 삼성종합기술원장(왼쪽부터),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권오철 SK하이닉스 고문.ⓒ각사.

재계 주름잡던 '권'씨 성에 '오'자 돌림 4인방
권오철, 권오현 이어 권오준 CEO 자리 하차…권오갑 부회장만 남아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후임이 사실상 결정되며 한때 재계를 주름잡았던 ‘권’씨 성에 ‘오’자 돌림 최고경영자(CEO)들이 대부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25일 포스코에 따르면 지난 23일 이사회에서 차기 포스코 회장 후보로 결정된 최정우 포스코켐텍 사장은 오는 7월 27일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포스코 회장에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권 회장은 차기 회장 취임과 함께 8월부터 현직에서 물러난다. 전임 회장들의 선례로 볼 때 자문역 등으로 회사 경영에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권 회장은 한때 같은 성에 이름의 첫 자까지 같은 안동 권씨 35대손 항렬의 CEO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재계를 이끌어 왔다.

2010년대 초중반부터 최근까지 권오현 삼성종합기술원장(회장)과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 권오철 SK하이닉스 고문, 그리고 권오준 회장을 포함한 4인방이 전자, 반도체, 중공업, 철강 등 국내 주력 산업의 대표 기업들을 이끌며 승승장구해왔다. 일각에서는 SK그룹에서 사장까지 역임한 권오준 회장의 친동생 권오용 효성그룹 상임고문까지 ‘5인방’으로 지칭하기도 한다.

이들은 부친으로부터 가업을 물려받은 오너 출신이 아닌, 말단 사원에서부터 시작해 CEO자리에까지 올라 ‘셀러리맨 신화’로 불린다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1986년 포스코에 입사한 권오준 회장은 포스코 기술연구소 부소장, 포항산업과학연구원 원장, 포스코 기술총괄 사장 등을 거쳐 2014년 3월부터 포스코 대표이사 회장을 맡았다.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해 2020년 3월까지만 임기지만 올해 4월 “포스코의 새로운 100년을 만들기 위해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용퇴를 결정했다. 권 회장은 올해 만 67세다.

권오현 회장은 한국전자통신연구소 연구원으로 시작해 1985년 미국 삼성반도체연구소에 스카웃되면서 삼성과 인연을 맺은 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삼성전자의 부품부문에서 승진코스를 밟아 CEO의 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2012년 6월부터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삼성전자를 이끌다 지난해 11월에는 회장으로 승진까지 했으나 올해 3월부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자리를 내놓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올해 만 65세인 그는 종합기술원 회장직만 맡고 있다.

권오철 고문은 1984년 현대그룹에 입사해 현대전자 시절부터 하이닉스에 몸담아온 인물로, 2010년 3월부터 하이닉스반도체 대표이사를 맡아 회사가 SK그룹으로 인수된 이후에도 한동안 회사를 이끌었다. 고문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선 것은 2013년 2월이다.

올해 만 59세로 아직 젊은 축에 속하는 권 고문은 2013년 말 KT CEO 선임 과정에서 황창규 회장과 경쟁하는 등 경영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만큼 향후 현업 복귀 가능성도 남아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물론 안동 권씨 35대손 항렬의 CEO들이 모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것은 아니다. 권오갑 부회장은 67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현대중공업그룹을 이끌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1978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직장생활을 시작해 2007년 부사장까지 오른 그는 2010년 현대중공업이 현대오일뱅크를 인수할 당시 대표이사를 맡아 안정적인 계열사 편입과 경영실적 개선을 이끌어냈다.

현대중공업이 대규모 적자로 어려움에 빠진 2014년에는 다시 본사로 복귀해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했으며, 지난해 현대중공업그룹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과 함께 지주회사의 부회장 자리에 올라 계열사들의 경영을 조율하고 신사업 투자를 진두지휘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룹의 주요 사안이 있을 때마다 여지없이 투입돼 핵심 역할을 맡아 최대 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복심(腹心)’으로 불린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한때 재계에서 ‘권·오’ 두 글자가 들리지 않는 날이 없을 정도로 안동 권씨 35대손 CEO들의 역할이 막중했지만 어느새 하나 둘씩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있다”면서 “오너 출신 총수와 달리 전문경영인들은 정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고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줘야 하는 상황이 오는 만큼 한 시대를 풍미했던 ‘권·오 CEO의 시대’도 추억으로 남게 됐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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