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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夏至)에 바라본 글로벌 세상


입력 2018.06.27 07:16 수정 2018.08.17 06:03        데스크 (desk@dailian.co.kr)

<호호당의 세상읽기>세상 밖으로 나온 북한, 순진하게 도전장 내민 중국

절기상 1년 중 낮의 길이가 가장 길다는 하지인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양화대교 남단에 14시간 46분 가량 떠있던 해가 지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절기상 1년 중 낮의 길이가 가장 길다는 하지인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양화대교 남단에 14시간 46분 가량 떠있던 해가 지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여수 사람과 좋은 인연을 맺었으니 2012년 여수 엑스포 때부터 지금까지 해마다 빠지지 않고 여수를 한 두 차례 다녀온다.

서울에서 여수까진 KTX 기차로 3시간이고 큰 스트레스 없이 담배를 참을 수 있는 시간이 3시간이니 다닐 만하다. 해마다 기차 시간도 10분씩 줄어들고 있는데 노선이 조금씩 정비가 되는 모양이다.

부산에서 태어나 드센 동해바다를 보고 자란 나에게 여수의 바다는 그냥 호수로만 느껴진다. 여수에서 흰 파도를 본 적이 없다. 바깥 멀리까지 섬들로 둘러져있는 여수 바다는 그저 얌전하다.

여수에 가면 으레 여수 후배의 세컨하우스에 머문다. 돌산 평사리의 바닷가 낮은 경사지에 있어 밤이면 먼 불빛 어리는 가막만과 마주할 수 있다.

세컨하우스답게 가막만 쪽으로 데크가 나 있어 밤이면 그곳 테이블에서 술자리를 펼쳐놓고 얘기하며 노는 것이 여수 여행의 가장 큰 즐거움이다. 여기저기 모기향 피워놓고 선풍기도 틀어놓고 그래도 모기가 달라붙으면 손으로 밀쳐가면서 술과 안주 그리고 실없이 오가는 담소를 즐긴다.

가막만의 ‘가막’은 과연 무슨 뜻인지 궁금해서 찾아보니 만의 한 가운데 있는 ‘까막섬’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여수 일대의 섬들은 대부분 나무가 잘 자라지 않았는데 섬 하나가 이상하게도 숲이 ‘까맣게’ 울창하게 덮여있다고 해서 까막섬이란 이름이 붙여졌고 그 바람에 가막만이란 명칭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가막만 물가까지 150미터 정도 되려나. 경사면이라 빤히 내려다볼 수 있다. 가막만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포종점’ 가사가 떠오른다. “강 건너 영등포에 불빛만 아련한데” 하는 구절과 “저 멀리 당인리에 발전소도 잠든 밤 하나 둘 씩 불을 끄고 깊어가는 마포종점”이란 구절이다.

영등포나 당인리 발전소, 그리고 마포 종점을 가막만 건너편의 현지 지명으로 바꾸기만 하면 된다. 느껴지는 情趣(정취)는 그야말로 동일하다.

늦은 밤 시각 돌산 별장의 데크에 나와 앉아 우두커니 가막만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낸 적이 이미 십 수 차례. 물결 없이 그저 잔잔한 가막만과 건너편의 여수 시내 불빛을 바라보며 서늘한 밤공기 속으로 담배 연기를 흘려보내면서 상념에 잠기기도 하고 때론 정말 아무런 생각 없이 바다만 마주하고 앉았을 때도 있다.

그러다 보면 검은 바다가 나를 포근하게 감싸 안은 채 내 등을 슬어주고 또 도닥거려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번 여수 여행에선 가막만에 내리는 새벽녘의 빗소리가 가장 인상에 남는다. 건물 지붕과 데크 위 판재 위로 떨어지는 후두득 빗소리에 잠에서 깨어나 한참 동안 그 소리를 들으며 잠자리에 누워 있다가 다시 잠이 들었다.

늘 느끼는 바이지만 여수 사람들은 정이 많고 마음이 여리다. 허세를 부리는 모습 또한 세련되지 않은 것이 오히려 귀엽게 여겨진다. 확장해서 얘기하면 전라남도 남해안 쪽 사람들이 대부분 좀 그렇다.

기차를 타고 내려가고 다시 올라오면서 이번 여행은 하지(夏至) 여행이구나 하는 생각이 여러 차례 떠올랐다.

하지(夏至)는 해마다 한 번 오는 빛의 축제. 한 해를 통해 빛이 가장 많은 때, 밝은 빛이 많고 강하면 멀리까지 조망(眺望)할 수 있으니 올 2018년의 일들도 하지로서 뚜렷해지고 있다.

정치는 이번 지방선거 결과 여당의 압승으로 나타났고 수십 년간 웅크리던 북한이 바깥으로 나왔다. 시진핑은 북한이 친미쪽으로 급속하게 기울 것을 우려해 김정은 위원장을 극진히 대접하고 있는 오늘이다.

그런가 하면 미중간의 무역전쟁이 이제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1년이면 승패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유로존이 표풀리즘과 난민문제 등으로 흔들리자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결국 프랑스 마크롱의 제안에 동의해주었다. 마크롱은 그간 유로존을 살리기 위해선 유로존 공동예산을 창설하고 유로통화기금(EMF)을 확대해서 재정위기가 발생한 나라의 문제를 카버해주어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고 독일은 반대 입장이었다.

독일은 유로존 공동예산이나 기금 확대가 결국 독일인의 돈으로 재정 위기국을 무상 지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비판해오다가 이번에 결국 받아들인 것이다. 이탈리아의 이탈을 걱정한 모양이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기만 한 유럽연합이다.

그런가 하면 영국 의회는 메이 정부가 제출한 유럽연합(EU) 탈퇴(일명 브렉시트) 법안을 승인했다.

영국 의회는 지난해 9월부터 무려 1만2000개의 유럽연합(EU)법과 규정을 국내법으로 전환하는 법안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으나 반대의 목소리가 엄청나서 지금까지 난항을 겪었는데 이번에 그를 위한 기본 법안이 결국 통과되었다. 2016년 국민투표로 결정된 영국의 브렉시트가 이제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결정적인 고비를 넘어선 셈이다.

뭐니 해도 올 해 무술년의 가장 큰 일은 북한이 결국 살 길을 찾아 바깥으로 나왔다는 점이다. 이처럼 세상은 길게 보면 순리대로 흘러간다, 핵무기가 밥을 먹여주진 않는다는 단순 명백한 이치가 마침내 통한 셈이다.

이번 비핵화 협상은 이전의 협상과는 차원이 분명 다르다. 무엇보다 북한 스스로의 의지 정확히 말하면 김정은 위원장의 자발적인 의지가 결정적이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이번 일로서 남북한 통일의 물꼬가 열렸다. 그러니 장차 남북한의 통일이 언제 이루어질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간단하게 말하면 2018 무술년에 시작되었으니 앞으로 30년 즉 2048년인 무진년에 남북의 통일이 이루어질 것이라 본다. 60년 순환이기에 그 절반이 지나면 통일이 될 것이란 얘기이다.

길다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 그게 가장 부담이 적은 코스가 아닌가 싶다. 북한은 그간 폐쇄되었던 곳이라 여전히 조선왕조의 유교적 통념이 강한 곳이고 개방의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와는 너무나도 문화적 차이가 크다는 점에서 그렇다.

통일로 가는 도중에 험한 고비도 여러 차례 있을 것이라 본다. 특히 12년 뒤인 2030년 경술(庚戌)년에 일차적인 고비가 있을 것이며, 2036 병진(丙辰)년에는 남북 간에 커다란 갈등이 야기될 수도 있다고 본다.

일단 남북 간의 긴장이야 사라지겠으나 북한은 여전히 1인 지배의 독재를 유지해갈 것이고 그로 인한 갈등 또한 여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북한 내부에 민권 운동이나 반체제 운동이 발생할 경우 북한 당국은 그를 탄압하려 들 것이고 이에 우리 남쪽에선 북한의 그런 움직임을 음으로 양으로 지원하는 자발적인 움직임이 있을 것이다. 그럴 경우 남북한 당국이 그 갈등을 봉합 또는 정리해가기란 실로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니 그렇다.

멀고 험한 통일의 길이 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길이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길이라 여긴다. 그렇기에 남북한의 통일은 향후 30년 한 세대의 세월을 보낸 2048년이 될 것이라 본다.

올 해로서 또 한 가지 분명해진 것은 이제 미국이 중국을 더 이상 그냥 두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점이다. 중국이 글로벌 패권의 도전장을 내밀었고 이에 미국은 대응하기로 했다.

미국은 민주주의 체제이기에 물론 정권이 바뀔 수도 있겠으나 그런다 해도 미국이 중국을 대하는 기본 방향, 더 이상 중국을 그냥 둘 순 없다는 정책의 근본은 바뀌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올 해 미국이 시작한 무역전쟁은 물론이고 이번 북한과의 협상 역시 큰 틀에서 보면 북한을 중국의 영향권으로부터 분리해내려는 커다란 전략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은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너무 순진하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중국의 주변국과의 관계를 보면 파키스탄을 제외하곤 이렇다 할 친중 국가들이 거의 없다는 점만 봐도 그렇다.

금년부터 본격화된 미중 대결이기에 장차 6년이 지나면 승패가 확연해질 것이라 본다. 즉 2024년이 되면 중국은 이미 엎어져있을 것이란 얘기이다.

또 한 가지 이번 미국과 북한 간의 협상이 가져올 영향으로서 일본을 들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사라지고 더 나아가서 북한이 미국 쪽으로 기울게 되고 아울러 중국의 미국에 대한 도전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일본은 더 이상 군비를 강화할 이유도 명분도 사라져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간 남북한의 대치와 중국의 도전으로 인해 사실 우리가 위치한 동북아 지역이야말로 가장 군사적 긴장도가 높은 곳이었는데, 이제 그 판도가 변하고 있다. 올 해 무술년은 그 결정적 전환점이 되고 있다.

해가 하늘 한 가운데에 오는 천중(天中)의 때인 하지(夏至)에 여수를 다녀오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하지의 강렬한 햇빛이 먼 세월 저편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나 호호당은 시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그 이미지를 포착해보고자 했다.

이에 이번 하지기행(夏至紀行)을 마친다.

글/김태규 명리학자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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