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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협회나 한국당이나 이참에 그냥 대충 덮고 가자고?


입력 2018.06.30 13:13 수정 2018.07.07 07:25        데스크 (desk@dailian.co.kr)

<컬럼>문제는 명확, 해법도 있고, 성공사례도 있고 없는건 의지

계파 갈등은 보수의 장기였던 ‘유능’도 무력화 지리멸렬중

2018 러시아 월드컵 대한민국 대표팀 선수들이 29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해단식을 갖던 중 일부 팬들이 던진 베개가 날아오고 있다. 대표팀은 이번 월드컵 조별 리그에서 1승2패로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으나 세계랭킹 1위인 독일을 격파해 유종의 미를 거뒀다.ⓒ연합뉴스 2018 러시아 월드컵 대한민국 대표팀 선수들이 29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해단식을 갖던 중 일부 팬들이 던진 베개가 날아오고 있다. 대표팀은 이번 월드컵 조별 리그에서 1승2패로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으나 세계랭킹 1위인 독일을 격파해 유종의 미를 거뒀다.ⓒ연합뉴스

러시아 월드컵, 대한민국 축구팀의 ‘독일 전 승리’는 비극적 결말이다.

물론 승리는 값지고, 투혼은 칭찬할 만하다. 처음 두 경기 후 흘린 ‘회한의 눈물’이 ‘감격의 눈물’이 된 것도 사실이다. 두 번째 경기 멕시코전 후, 손흥민의 눈물은 삿(邪)됨이 없었기에 많은 국민들은 분노를 유예했다. 독일전. 기대를 갖지 않았지만, 처절한 선수들의 몸부림과 의외의 결과에 국민들은 감동했고, 환호했다. 외신들도 ‘이변’이라며 한 것 추켜세웠다.

우리 언론은 ‘1%의 기적’이라며 수도 없이 영상을 재방송했다. 독일의 ‘화려한 추락’은 대한민국의 영광으로 비추어졌다. 멕시코 국민의 ‘고마워 한국’은 맥락을 떠나 듣기에 좋다. 그렇게 몇 일을 취한 듯 지났다. 그리고 현실에 돌아왔다. 월드컵 중계에서 더 이상 우리 대표팀의 경기를 볼 수 없다는 현실이다. 마지막 아시아팀 일본을 응원해야 할지 고민만 남았다.

4년 후, 8년 후 다시 반복될 일이다. 여전히 숙제는 남아 있는데, 독일전 승리로 해결의 의지는 사라졌다. ‘기적’의 몽환적 부작용이다.

문제는 명확하다. 해법도 없지 않다. 성공사례도 있다. 해야 할 사람들이 의지가 없을 뿐이다. 눈앞의 밥그릇을 좀 미루고 더 큰 잔칫상을 준비할 각오와 비전이 없다. 신태용 감독 이전에 ‘죽을 쓰다’ 떠난 슈틸리케 감독의 마지막 쓴소리다. “한국 축구에는 ‘장기적 비전’이 없다”고 말한다. ‘눈앞의 작은 이익’만 좆다가 낭패를 본다는 말이다. ‘패장의 변명’이라 볼 수도 있지만, 큰 돈 들여 초빙해 실패를 본 투자에 최소한의 본전을 뽑기 위해서라도 경청할 필요가 있다. 내용도 불쾌하지만 직시해야 할 말이다.

눈앞의 이익은 역시 “계파이익”이다. 스포츠계, 특히 축구계의 ‘계파’는 유명하다. 2002년 히딩크의 성공비결은 그 뿌리깊은 계파를 무력화시킨 데서 찾을 수 있다. 상식적이지만, 그야말로 ‘실력에 따라’ 선수를 기용한 것이다. 히딩크는 운이 좋았다. 2002 월드컵은 정권차원에서도 중요했고, 정몽준 축구협회장의 대권욕과도 맞아 떨어졌다. 그는 그런 환경을 영리하게 활용했다. 반면 슈틸리케는 그렇지 못했다. 이미 대한민국은 배가 불렀고 나태해졌다. 그는 히딩크에 비해 운도 없었고 영리하지도 못했다. 그 결과는 한국축구의 끝도 없는 침몰이었다.

신태용호가 등장한 이후도 그 침몰은 계속되었다. 계속 큰소리는 쳤지만 연습경기와 평가전에서는 개선된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결국 월드컵 첫 두 경기를 연속해서 졌다. 16강 진출은 물 건너 갔다. 두 번째 패배 후 방송해설을 마치며, 박지성이 눈물로 한 말이다. “선수들이 최선을 다한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앞으로 ‘보이지 않는 것’들을 고치지 못하면 4년마다 이런 아쉬움은 반복될 것이다”.

공교롭게도 지상파 방송 3사의 해설자는 모두 히딩크에 의해 발굴되고 2002년 이후 유럽에 나가 크게 성공한 스타들이다. 그들은 축구협회의 주류에 속하지 못했으므로 히딩크가 없었다면 그저 그런 선수로 잊혀 졌을 선수들이다. 히딩크 덕분에 대스타가 되었고, 해설자로 대결을 펼치고 있다. 히딩크가 성공한 해법이 16년 후 방송에서도 증명된 것이다. 그들의 해설 행간에는 칼이 도사리고 있다. 그들이 겪었던 망령된 현실이 2002년 이후 개선되기 보다 더 공고해진 것이다. 마지막 독일 전 승리는 국민들의 압력을 잠재웠다. 성공한 해법은 있으되, 축구협회는 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기득권은 유지될 것이고, 4년도 안되 같은 불평과 불만은 반복될 것이다. 축구협회가 할 수 없는 일일수도 있다. 축구계 전체를 수술하는 대변혁이 없으면, 다시 그동안의 잘못된 관행으로 돌아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우리 야당도 마찬가지 처지다. 문제도 알고 해법도 있는데, 할 사람이 없다. 의지도 없고 비전도 없다. 그들은 축구협회의 기술위원회를 비롯한 수많은 조직이 그렇듯, 또 기구를 만들어 사람들을 현혹시킨다. 대표권한대행이 비대위원장을 추천치 못해 ‘비대위 준비위’를 구성했다. 준비위도 정통성이 없으니 의총에서 의견을 모으겠다고 한다. 무한반복 도돌이표다. 비대위원장을 할 사람도 없지만, 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 해도 누구와 협의를 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비대위원장 희망자가 섣불리 당과 접촉했다가는 또 망신을 당하고 목표도 달성치 못할 가능성이 크다. 바른미래당에는 쓴소리를 할 지지자도 없다. 무플이 악플보다 무서운 예다.

“진보는 분파에 망하고, 보수는 부패에 망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이 말은 “축구는 22명이 뛰다가 독일이 이기는 게임이다”는 정의가 수정됐듯이 바뀌어야 한다. 보수의 계파갈등은 어느 때 보다도 심각하다. 그 갈등은 보수의 장기였던 ‘유능’도 무력화 시켰다. 능력있는 사람을 계파의 이익 때문에 무시하고, 계파에 충성하는 능력없는 사람을 중요한 자리에 올려놓기 때문이다. 축구는 게임에 져 체면을 잃지만, 정치는 나라를 망친다.

축구는 짧은 시간 국가대표지만, 국회의원은 4년 임기의 국가대표다. 정치인과 정당은 그만큼 책임감도 커야할 텐데, 우리 현실은 거꾸로다. 1년여 후 국민이 직접 심판하기 전에 스스로 개선을 해야 할 텐데, 아직은 요원해 보인다.

글/김우석 미래전략개발연구소 부소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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