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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르노 클리오 "소형차일 뿐이라고?…타보면 달라질 걸"


입력 2018.07.10 06:00 수정 2018.07.10 09:53        박영국 기자

뻬어난 스타일, 우수한 연비에 운전 재미까지

옵션 선택 한계, 불편한 등받이 조절장치 아쉬워

르노 클리오 주행장면.ⓒ르노삼성자동차 르노 클리오 주행장면.ⓒ르노삼성자동차

뻬어난 스타일, 우수한 연비에 운전 재미까지
옵션 선택 한계, 불편한 등받이 조절장치 아쉬워


“차 이쁘게 잘 빠졌네, 어디서 나온 거야?”

7월의 어느 여름날 저녁. 서울 중구의 한 건물 앞에 주차된 클리오 주위로 대여섯 명의 직장인이 모여 웅성댄다. 당장 출발해야 할 상황인데 문을 열고 들어가기 민망할 정도다.

구경꾼들이 흩어질 때까지 멀찌감치 서서 바라보니 정말 잘 빠지긴 잘 빠졌다. 해치백이라고 해서 박스 두 개 붙여서 대패질 좀 해놓은 정도로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보통 소형차는 차급의 한계로 인한 실내 공간의 핸디캡을 최소화하기 위해 되도록 밋밋한 디자인을 적용한다. 사실 그렇게 하는 게 가장 실용적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는 작은 차가 좋아서 탄다기보다는 예산의 한계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소형차를 탄다는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있다.

하지만 클리오는 다르다. 실내공간에 집착하지 않고 디자인적 요소에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들어갈 곳은 확실히 들어가고 나올 곳은 빵빵하게 볼륨을 줬다. 어차피 소형차 실내공간이 거기서 거기니 꽃단장이나 제대로 하자는 의도가 느껴진다.

뒤에서 바라보는 클리오는 예쁘장하면서도 듬직하다. 그린하우스(차체 상부 유리 부분) 아래부터 확실하게 볼륨이 들어가며 전체적으로 사다리꼴을 형성한다. 양 끝에 붙은 뒷바퀴는 차체 크기에 비해 넓은 윤거를 형성해 안정감을 높여준다.

볼륨감 넘치는 뒤태와 대비되게 차의 허리 부분(앞문과 뒷문 사이)은 잘록하게 들어갔다. 사람으로 치면 S라인이 확실하다. 이 때문에 전체 사이즈 대비 실내공간에 다소 손해를 봤겠지만 이정도 미모를 위해서라면 기껏해야 몇mm에 불과한 실내공간쯤은 포기해도 좋다는 생각도 든다.

앞바퀴를 감싸는 휠하우스 부분은 다시 부풀어 오른다. 그 앞으로는 덩치가 무색하게 부리부리한 눈(헤드램프)와 다이아몬드 형태의 르노 엠블럼이 클리오의 인상을 확실히 각인시켜준다. 르노의 로장주 엠블럼은 이 차가 비록 완성차 업체인 르노삼성에 의해 판매되지만 태생은 완전한 수입차임을 상징한다.

르노 클리오.ⓒ르노삼성자동차 르노 클리오.ⓒ르노삼성자동차

차에 올라 시동을 걸고 가속페달을 밟으니 ‘쌩쌩’거리는 날렵한 엔진음이 이채롭다. 디젤엔진을 장착한 차량인지라 ‘퉁퉁’거리는 묵직한 음색을 예상했는데 의외였다. 같은 심장을 장착한 QM3에서 들었던 것과도 많이 다르다.

1461cc 싱글터보 디젤엔진은 도로에 나서자 소리만큼이나 날렵하게 차체를 잡아끈다. 앞선 엔진음은 속도를 낮춘 상태에서도 어느 정도 유지된다. 저속에서도 기어 단수를 낮춘 채 엔진 회전수를 일정 수준 유지하며 다시 튀어나갈 준비를 하는 느낌이다.

사실 이런 세팅은 연비보다는 퍼포먼스에 중점을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기어노브 뒤쪽의 ‘에코(eco)’ 버튼을 누르면 저속에서 엔진은 다시 얌전해진다.

경부고속도로에 들어서자 클리오는 자신이 단지 비용절감을 위해 덩치를 줄인 차가 아니라는 사실을 여실히 증명해준다. QM3에서 무난한 정도의 파워트레인 조합으로 여겨졌던 1461cc 디젤엔진과 게트락의 6단 DCT 조합은 공차중량이 한결 가볍고 무게중심이 낮은 클리오에서는 막강한 퍼포먼스를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의 순발력이나 가속능력 모두 기대 이상이다. 앞서 디자인을 감상하며 느꼈던 안정감은 주행시에도 여실히 드러난다. 동승자가 속도계를 보고 깜짝 놀랄 정도의 고속주행에서도 차체가 가벼운 소형차의 한계를 드러내지 않는다. 흔들림 없이 묵직하게 바닥에 착 달라붙어 달리는 느낌이다.

전북 진안 운일암반일암 계곡의 굽이진 도로에서는 ‘핫 해치’의 면모를 여실히 드러낸다. 불필요한 엇나감이나 차체 요동 없이 운전자가 원하는 경로를 안정적으로 충실히 따라주니 운전자는 재미있고 동승자는 믿음직스럽다.

사실 국내에서는 해치백이 주차하기 편하고 적재능력이 뛰어난 실용적인 차량이라는 점이 크게 부각되지만, 해치백의 진가는 운전 재미에 있다. 해치백을 몰다 비슷한 크기와 성능의 세단을 몰면 뒤에 붙은 트렁크가 얼마나 거추장스런 존재인지 절실히 깨닫게 된다.

굳이 억척스럽게 연비에 치중하지 않고 운전 재미를 충분히 살린 세팅임에도 불구하고, 클리오는 ‘연비괴물’이라 불리던 QM3와 파워트레인을 공유하는데다, 무게는 더 가벼운 관계로 어쩔수 없이 연비가 좋다.

서울 시내에서 전북 진안 운일암반일암을 왕복하며 약 500km를 달린 결과 연비는 18.5km/ℓ가 나왔다. 45ℓ의 연료탱크는 이정도 거리를 달리는 동안에도 절반 이하로 떨어지지 않았다. 고속도로 구간이 많긴 했지만 에코모드를 사용하지 않고, 급가속이 많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준이다.

더 놀라운 것은 월요일 아침 출근길 교통체증 상황에서도 서울 시내를 15.3km/ℓ의 연비를 기록하며 달렸다는 것이다. 물론 이때는 에코모드를 사용했고, 공회전시 자동으로 엔진을 꺼주는 ISG(Idle Stop & Go)의 역할도 있었겠지만 실생활에서 체감되는 연비가 이정도라니 충분히 만족스럽다. 참고로 클리오의 인증복합연비는 17.7 km/ℓ다.

르노 클리오 인테리어.ⓒ르노삼성자동차 르노 클리오 인테리어.ⓒ르노삼성자동차

시승 모델은 2개 트림으로 운영되는 클리오의 상위 트림인 인텐스(INTENS)로, 2320만원이다. 편의 사양으로는 보스(BOSE)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 스마트 커넥트Ⅱ(T맵, 이지파킹, 스마트폰 풀미러링), 후방카메라, 전방 경보장치 등이 장착돼 있다. LED PURE VISION 헤드램프와 3D 타입 LED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 등 멋과 실용을 겸비한 사양들도 기본 장착됐다.

여름철 장거리 운행을 하다 보니 통풍시트가 간절했지만 수입해 판매하는 차종인 관계로 트림별로 제공되는 편의사양 외에 추가 옵션을 선택할 수 없다는 게 아쉽다. 앞좌석 등받이 각도를 조절하기 위해 센터콘솔 밑으로 손을 넣어 손바닥만한 둥근 레버를 여러 차례 돌리는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하는 것은 이미 QM3를 통해 익숙해져 있지만 여전히 이해하긴 힘들다.

완성차 업체가 판매하는 수입차들이 늘 그렇듯이 클리오도 가격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같은 프랑스 업체의 동급 소형 해치백 차종은 국내에서 클리오보다 트림별로 1000만원가량 비싸게 판매된다. 클리오를 완성차 업체가 수입해 팔아서 문제가 되는 것은 수입차 치고 지나치게 AS가 편리하다는 것 정도다.

클리오는 뻬어난 스타일과 우수한 연비에 운전 재미까지 갖춘 차다. 패밀리카가 아닌 출퇴근용, 혹은 ‘펀카(fun car)’를 찾는다면, 그리고 ‘왜 준중형차 가격으로 소형차를 샀느냐’는 오지라퍼의 비아냥거림만 무시하고 넘길 수 있다면 충분히 구매 후보에 포함시킬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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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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