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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관세폭탄 임박…현대·기아차 4년 연속 목표달성 좌절 위기


입력 2018.07.20 11:17 수정 2018.07.20 11:23        박영국 기자

9월부터 관세 부과시 올해 20만대 수출 차질 예상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에서 수출용 차량들이 선적되고 있다.ⓒ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에서 수출용 차량들이 선적되고 있다.ⓒ현대자동차

9월부터 관세 부과시 올해 20만대 수출 차질 예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언한 ‘자동차 25%’ 관세폭탄 부과가 임박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현대·기아차는 4년 연속 연간 판매목표 달성에 실패할 위기에 처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9일 제주도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포럼에서 “미국 트럼프 정부가 미국 노동절(9월 첫째 월요일) 이전에 수입 자동차에 대해 관세 부과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관세를 부과한다면 한·미 FTA는 의미가 없어진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는 당초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전에 관세 부과가 이뤄질 것이라는 당초 예상보다 두 달이나 빠른 것이다. 당장 한 달여 밖에 시간이 남지 않았다.

정부와 자동차업계는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가 개최한 무역확장법 232조 관련 공청회에 참석해 우리나라의 입장을 개진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을 공산이 크다.

미국 상무부는 당초 공청회를 이틀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하루로 단축하면서 공청회가 사실상 요식 행위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3월 미국의 철강 관세폭탄(수입 철강에 25% 관세부과)을 면제받을 당시에는 한미 FTA 개정협상을 통해 자동차 분야를 일부 양보하는 ‘딜’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딱히 내놓을 카드가 없다는 게 문제다.

당시 자동차 업계는 철강 관세폭탄을 막기 위해 한국 안전기준에 미달하는 미국산 자동차를 한국에 수출할 수 있는 쿼터를 2배로 늘리고, 한국산 픽업트럭의 미국 무관세 판매를 사실상 영구적(20년)으로 제한하는 희생을 치렀지만 막상 자동차 관세폭탄은 막아낼 방법이 없어졌다.

국내 자동차 업체들 중 한국지엠은 미국 GM 본사 판매용으로 트랙스와 스파크를 수출하고 있고, 르노삼성자동차도 닛산 로그의 미국 수출물량을 수탁 생산해 수출하고 있지만 관세폭탄으로 가장 타격이 큰 곳은 현대·기아차다.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차가 미국에 수출한 물량은 각각 30만6935대와 28만4070대로, 총 60만대에 육박한다. 백 장관의 예상대로 9월부터 관세 부과가 이뤄진다고 가정하면 4개월간 20만대의 판매가 차질을 빚는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가뜩이나 경쟁이 치열한 미국 시장에서 25%의 관세가 붙는다면 사실상 수출 물량은 판매가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올해 판매실적에서 20만대가 제외된다면 현대·기아차의 올해 판매목표 달성도 힘들어진다.

올 상반기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차는 224만2900대, 기아차는 138만5906대를 판매해 양사 도합 362만8806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대비 4.5% 증가한 규모다.

이는 양사의 올해 판매목표의 48.1%에 해당하는 규모다. 연초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467만5000대와 287만5000대 등 총 755만대를 올해 판매목표로 제시했었다.

통상 하반기 판매가 상반기를 앞선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추세가 계속될 경우 연간 목표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점쳐졌었다.

하지만 하반기 미국 판매에서 20만대가 감소한다면 이를 다른 시장에서 채울 방법이 없다. 현대차 앨라배마공장과 기아차 조지아공장 등 미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는 차종과 국내 생산 수출 차종이 다르기 때문에 현지 생산량을 늘려 만회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2015년 이래 3년 연속 판매목표 달성에 실패한 바 있다. 올해 판매목표 달성까지 좌절된다면 4년 연속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올 상반기 판매실적은 어느 정도 기대치에 부응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 “다만 경쟁이 치열한 미국 시장에서 25%의 관세가 붙는다면 사실상 수출 물량은 판매가 불가능해져 연간 목표달성에 가장 큰 위협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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