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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편] 미중 무역전쟁, 무엇을 놓고 싸우는가?


입력 2018.07.22 05:00 수정 2018.07.25 17:00        데스크 (desk@dailian.co.kr)

<호호당의 세상읽기>무역으로 윈윈 영미 스타일 vs 商戰(상전)으로 여기는 중국, 미중간 근본적 차이

ⓒ데일리안 DB ⓒ데일리안 DB

미중 무역 전쟁이 점입가경이다. 이번 전쟁은 그야말로 21세기 후반의 글로벌 패권을 놓고 다투는 전쟁으로서 어느 쪽도 양보할 수 없는 국가의 사활을 건 싸움이다. 이상한 성격의 미국 대통령이 어느 날 홧김에 시작한 그냥 해프닝이 아니란 얘기이다. 이미 2008년부터 예정되어 있던 미중 두 나라의 필연적인 충돌 과정이라 보는 것이 보다 정확한 해석일 것이다.

이에 이번 글에선 미중 무역 전쟁의 배경에 놓인 생각과 이념의 차이와 갈등을 살펴보고 나아가서 이번 전쟁의 승패에 대해 예견해보는 글을 마련하기로 했다.

작년 2017년 미국의 수입은 2조 3520억 달러였는데 그 중에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은 5055억 달러로서 전체 수입액의 21%를 차지했다. 중국으로부터의 수입 5055억 달러는 물론 큰 액수이지만 미국의 1년 GDP 19조 3600억 달러와 비교해보면 느낌이 확 달라진다. 겨우 2.6%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엄청나게 많은 저가의 물품을 수입해 쓰고 있는 것 같지만 미국 전체 경제 규모에 비하면 사실 그저 그렇다는 얘기이다.

이를 좀 더 실감나게 얘기해보면 가령 당신이 한 해에 5000만원 정도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면 그 수입 중에서 한 해에 130만원 어치의 중국산 제품을 소비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한 달에 대략 11만원 정도가 된다.

이번에 트럼프가 중국산 물품의 1/10에 대해서 25%의 관세, 그리고 또 4/10에 대해선 10%의 관세를 매겼으니 관세로 인한 제품가격의 상승은 평균 6.5%가 오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를 한 달 소비 11만원에 적용해보면 한 달에 7000원 정도를 더 부담하게 된다는 뜻이다.

하고자 하는 말은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보복관세를 올려도 그것으로 인한 미국 소비자들의 피해 또는 악영향은 미국 언론들이나 야당인 민주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그렇게 대단하진 않다는 점이다.

반면 중국의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은 2017년 1300억 달러로서 수출 5055억 달러에 비해 1/4 규모이다. 한 해 흑자가 3700억 달러 이상이다. 그렇기에 중국이 미국과 같은 규모로 보복 관세를 매겨도 절대 액수에서 게임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문제는 중국의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은 대두나 반도체, 항공기와 같은 것들인데 이는 중국이 절대적으로 필요해하는 품목이란 점도 있다.

그렇기에 이번에 트럼프가 시작한 무역전쟁은 나름 충분한 승산을 가지고 시작한 것이고 반대로 중국은 정면 대응보다는 어떻게 다른 방법을 동원해서 미국의 날카로운 銳鋒(예봉)을 피할 수 있느냐에 승패가 갈릴 전망이다.

그렇다면 중국은 어떤 식으로 대응하고 있을까? 이미 그 내용이 밝혀지고 있다. 중국이 자랑하는 것은 13억 인구의 광대한 내수시장이다. 이에 중국 내수시장을 더욱 개방함으로써 미국을 포함한 서방기업들을 유혹하고 나섰다. 내수시장에 대한 접근을 보다 수월하게 열어주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달 외국인 투자 네거티브 리스트를 작년의 63개에서 48개로 줄인 것이 그것이다. 금융의 경우 은행업의 전면 개방과 더불어 여타 금융 부분에 대해선 외자지분을 51%로 확대함은 물론이고 2021년까진 전면 폐지하겠다는 중국이다. 뿐만 아니라 인프라 분야인 철도와 송전망, 철도운송, 해상운송 등의 분야에서 외자제한을 폐지하고 자동차 분야는 2022년까지 전면 개방을 공언하고 나섰다.

중국 내수시장의 대폭 개방을 통해 중국은 미국의 관세 보복에 대응하고 나선 것임을 알 수 있다. 사실 이는 기존 중국의 정책에 있어 대단히 큰 변화라고 하겠다.

사실 미국이 이번 중국 전쟁에서 중국에게 진정으로 얻고자 하는 것은 그냥 단순히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수출에 상응하는 정도로 많은 수입을 해달라는 것은 아니다. 그런 얘긴 그다지 현실성이 없다.

미국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역 수지 균형에 있는 것이 아니라 미국 기업들의 첨단 기술을 훔쳐내지만 말고 제대로 돈을 주고 사서 쓰게끔 만들려는 데 있다고 본다. 지적 재산권 문제인 것이다.
기술을 미국으로부터 돈을 주고 사서 쓰게 될 경우 그냥 돈의 문제가 아니라 기술적으로 미국 기업들 나아가서 미국에게 종속될 것이니 그로써 미국은 중국을 하위 종속 국가로 만들어 보려는 의도라 하겠다.

(이런 면에서 미국의 진정한 힘은 전 세계에서 몰려든 우수 인재들이 창출해내는 신기술과 그를 산업적 상업적으로 구현해낼 수 있도록 돕는 벤처 금융 인프라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번 미중 무역 전쟁은 그런데 그냥 기존 선두주자와 후발 주자간의 패권 싸움이란 측면도 있지만 그 배경과 바탕에는 전혀 다른 이념과 사상의 갈등과 다툼도 놓여 있다는 점이다.

국부론을 쓴 아담 스미스의 영국 스타일과 동류인 미국은 수출과 수입이 많아지고 그런대로 수지 균형만 맞출 수 있다면 무조건 좋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수출 수입을 통해 일자리가 많이 창출될 것이니 균형 잡힌 무역은 그 자체로서 이익이고 상호간에 ‘윈윈’이란 생각을 하는 미국이다. 뿐만 아니라 수지가 어느 정도 적자라 해도 달러라고 하는 수단을 가진 미국으로선 사실 전혀 걱정할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중국인들의 무역에 대한 생각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중국인들의 머릿속에서 국제 무역이란 나라간의 무역을 통한 전쟁, 즉 商戰(상전)이란 생각이다. 많이 내다 팔면 승리하는 것이고 많이 사 들여오면 지는 전쟁으로 여기는 중국인들인 것이다. 이런 생각은 위로는 시진핑에서부터 공산당 전체 그리고 정부 관리와 기업인들, 아니 전 중국인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

商戰(상전)의 사상은 근대 초 유럽 초기 자본주의 시절의 重商主義(중상주의) 사상과 유사한 면이 있다. 근대 초기 국제 화폐라곤 금이나 은과 같은 귀금속이던 시절, 무역을 통해 다른 나라에 물건을 많이 팔고 그 대가로 금이나 은을 많이 가져옴으로써 富强(부강)한 나라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중상주의의 핵심이다.

다만 중국식 商戰(상전)의 개념은 중상주의적 발상에 더하여 서구 열강의 공세 앞에서 무력했던 청나라 말기의 중국식 계몽주의가 덧붙여져서 형성되었다. 무기나 정식 전쟁으로선 서양 열강을 이길 수 없으니 장사를 통해 부강한 나라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인 것이다.

무역을 商戰상전)으로 보는 생각은 우리에게도 그렇게 낯선 생각이 아니다. 일본이 메이지 유신 이후 1980년대까지도 중상주의적 발상을 유지하고 있었고 박정희 시절의 우리나라 역시 수출을 통해 국내 산업을 발전시켜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 1990년대의 거품 소멸 이후 수출이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서 새로운 진로를 고민 중에 잇고 우리 역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새로운 사조가 들어왔으며 특히 노무현 대통령의 한미 FTA 이후 흐름이 상당히 변해왔다.

하지만 중국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 해외 시장을 장악해서 글로벌 전체로부터 중국이 이득을 보고 그로서 글로벌 패권국이 되어보자는 중국인 것이고, 그렇게 되면 달러를 대체하고 위엔화를 글로벌 통화로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을 하는 중국이다.

무역으로 윈윈할 수 있다는 영미 스타일의 사고방식과 국제 무역을 일종의 전쟁 즉 商戰(상전)으로 여기는 신흥 강국 중국의 생각은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 것이다.

무역을 일종의 전쟁으로 여긴다면 상대국의 기술을 훔쳐내는 것은 전혀 잘못된 것이라 하기 어렵다. 전쟁에서 적국의 기밀 정보를 빼내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뇌물을 주어 이득을 취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

그렇기에 중국인들은 겉으로야 하는 말을 떠나 속으론 기술 도둑질에 대해 전혀 문제가 없다는 생각을 한다. 오히려 통쾌하게 여긴다.

그간 중국은 거대 내수 시장을 내세워 외국 기업들이 들어오도록 허용했지만 예외 없이 합작투자 방식이었다. 특히 중국 기업이 지분을 더 많이 갖는 구조였는데 이는 합작을 통해 외국 기업들의 선진 기술을 빼내기 위한 의도가 상당히 컸기 때문이다.

이 점에 대해 나 호호당의 중국인 친구는 예전에 상대에게 걸려들도록 덧을 놓는다는 표현을 썼다. 참새 잡이를 위해 먹이를 조금 주어놓고 열어주면 다 들어올 것이고 때가 되면 그물을 덮어서 일망타진할 것이라고 껄껄 웃고 있었다.

이는 비단 그 중국 친구만의 특별한 생각이 아니라 보통 중국인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란 점에서 사실 웃어넘길 일이 아니라 하겠다.

이번 무역 전쟁이 시작되자 중국은 이제 약간 다른 방식을 택하고 있다. 미국이나 기타 무시할 수 없는 강국들에 대해선 비교적 페어플레이로 상대해줌으로써 시비의 여지를 줄이고 반면 우리 대한민국이나 기타 약소국에 대해선 사정없이 비관세 장벽으로 조이는 이중 플레이를 하는 방식으로 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워낙 할 말이 많아서 도중에 썼다가 날려버린 내용도 많았는데 여전히 할 얘기가 많이 남았다. 그런데 글이 길어졌다. 이에 나머지 얘기는 다음 글에서 이어가기로 한다.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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