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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의 덫-부동산①] 현장엔 시기상조 52시간 근무제…이곳저곳 부작용


입력 2018.08.13 06:00 수정 2018.08.13 05:58        권이상 기자

공기연장 불가피해 입주 등 지연 예고, 인력 충원도 쉽지 않아

업계에선 근로시간 특례업종 확대, 일시적 연장근로 인정 등 보완법 필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 건설업계에서는 잇따른 우려가 일고 있다. 사진은 한 공사 현장에서 용접 중인 근로자 모습.(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 건설업계에서는 잇따른 우려가 일고 있다. 사진은 한 공사 현장에서 용접 중인 근로자 모습.(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건설업계에는 근로시간 단축이란 옷이 아직 맞지 않는 모양새다. 건설기업들은 최근 시행된 근로시간 단축룰에 끼워맞추고는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기저기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업계는 여전히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대형건설사 본사 직원 근로시간 단축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지만, 건설현장에서는 여전히 골머리를 썩고 있다.

특히 공사기간이 정해져 있는 아파트 공사에 대한 기간연장이 불가피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공기를 맞추지 못하고 입주 지연으로 이어져 추가 비용 발생 우려가 현실화될 조짐이 커지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지속되고 있는 살인적인 폭염도 공사에 발목을 잡고 있다. 업계에서는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기상조라며 일괄적인 시행보다는 현장 등 특수성을 고려했어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실성을 무시한 전형적인 탁상행정으로 업계 특성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포퓰리즘 정책을 밀어붙인 결과라고 일침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근로시간 단축이 자리잡기까지 과도기적 고통이 따르는 것이라며, 이런 문제가 조속히 해소하기 위해 업계가 손을 걷고 나서야 한다고 의견을 내고 있다.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 건설업계에서는 잇따른 우려가 일고 있다.

실제 주 52시간 근무제에 따른 공기 지연이 현실화 되고 있다. 이미 앞서 GTX-A(수도권광역급행철도 A노선)와 신안산선 사업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따라 사업이 늦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이들 사업은 주 52시간 도입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한 바 있다.

또 D건설사가 경기도 수원시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잇는 공공기관 공사에도 차질이 생겼다. 당초 이 기관은 내년 1월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나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공정률이 낮은 일부 건물은 당초 계획보다 완공이 늦어져 민원인들의 불편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민간공사 현장은 근로시간 단축의 후유증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서울 강동구 고덕의 한 재건축 단지는 예상보다 준공기간이 2개월 늦춰졌다.

당초 이 단지는 2021년 상반기에 준공이 예상됐지만 주 52시간 근무제 여파로 부득이하게 공기가 연장된 것이다. 이에 따라 입주 지연도 불가피해졌다.

신규 아파트 공사기간은 단지 규모와 상관없이 통상 30개월(2년6개월) 정도 소요된다. 그러나 근로시간이 단축돼 현장작업자들의 근로시간이 종전(최대 68시간)의 4분의 3수준인 52시간으로 줄었다.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그만큼 공기가 늘어날 수밖에 없어 추가 인력을 투입해야한다. 게다가 공기가 늘어나면 입주 지연으로 이어져 지제보상금은 물론 자칫 관련 손해배상소송으로 번질 수도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인건비 증가를 무릎쓰고 현장 인력 충원에 힘쓰고 있지만, 일할 사람 자체가 부족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며 “현장에서 일어나는 상황이 천차만별로 현장직 특성상 공종별 시기가 정해져 있어 일정 조정으로 근로자들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현장에서는 탄력근무제와 교대근무제를 도입했지만 효율성과 비용발생 등이 일어나고 있다. 또 일용직들이 많은 근로자들은 경제사정상 주말에도 일을 하고 싶어하는데 이마저도 막힌 상황이다. 최근 이어지는 폭염에 공사가 중단되는 곳이 많아 악순환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근로자 1인당 임금은 현재보다 9~15%가량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건설사가 단축된 근로시간을 임금에 그대로 반영할 경우, 수도권 관리직 근로자 일당이 현재 하루 20만원 안팎에서 17만원 안팎으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인원을 충당해야 하는 건설사는 인건비 부담이 9~12% 정도 가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근로시간 위반에 대한 처벌을 정부가 6개월간 유예해주고 있지만, 이는 정확한 해법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한 중견사 관계자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앞서 건설사들은 대부분 3∼4월부터 단축된 근로시간으로 시뮬레이션을 해왔지만, 현장은 불가피한 상황이 많아 비용과 공정률 중 어느 하나를 포기하지 않고서는 답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현장 관계자는 “원청과 협력업체, 현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대입해보고 있지만 아직까진 매뉴얼이라 할 만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일단 해답이 없어 처벌이 유예되는 연말까지는 과거와 같이 진행하고, 실제로는 내년부터 근로시간 단축을 적용하는 곳도 생기고 있다.

업계의 불만이 커지자 기재재정부는 공공부문 공사에 대한 공기를 조정하기로 했지만, 이 역시 발주기관과 협의 과정에서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건설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에 폭염에 따른 공사현장 긴급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건의했다”며 “폭염으로 작업중단 시 손실을 보전해줄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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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이상 기자 (kwonsg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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