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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버릇 못 버린 ‘무늬만 여당’, 민주당


입력 2018.09.01 07:25 수정 2018.09.01 07:36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 상대를 유해 세력으로 몰아 스스로 돋보이는 전략 무기력해져

여당, 손해도 보고, 양보도 하면서 국정에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

<칼럼> 상대를 유해 세력으로 몰아 스스로 돋보이는 전략 무기력해져
여당, 손해도 보고, 양보도 하면서 국정에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


ⓒ데일리안 DB ⓒ데일리안 DB

정치를 ‘마케팅’에 비유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정치와 ‘마케팅’에는 공통점이 많다. <마케팅>학의 구루(Guru; 대가)인 필립 코틀러는 마케팅을 “고객의 니즈(needs)를 충족시킴으로써 고객과 수익성 있는 관계를 맺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마케팅을 니즈(needs 수요자의 욕구)와 원츠(wants 공급자의 상품)로 설명되는 일종의 상호작용이라고 할 때, 코틀러의 정의는 정치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정치와 마케팅 모두 한마디로 ‘고객(사용자, 유권자) 중심 비즈니스’인 것이다.

마케팅에서 기본전략이 ‘포지셔닝(Positioning) 전략’이다. ‘마케팅계의 바이블’이라는 『포지셔닝』(알 리스, 잭 트라우트 저)이란 저서에서, 저자는 “기업의 승패는 최상의 상품과 서비스 제공에 있지 않다. 고객 마음속에 적절한 메시지를 심고, 이를 경쟁사로 부터 보호하여 안정감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상품보다는 메시지가 중요하고, 그 메시지를 수용할 고객의 마음속 위치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예를 들자면, ‘게보린’이 대세였던 두통약시장에서 ‘타이레놀’이 “카페인 없는 타이레놀”이라는 포지셔닝을 한 경우다. 카페인이 유해할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을 부각시키고, 기존의 진통제들과 구분되는 독자적인 영역을 선점하는 전략이다. 타이레놀이 좋은 약이기는 하지만 이런 포지셔닝 전략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성공을 거두긴 힘들었을 것이다.

지금 여당도 같은 종류의 ‘포지셔닝 전략’을 통해 집권에 성공했다. ‘공정’, ‘정의’를 이야기하며, ‘카페인(또는 MSG)같은 유해성분이 없는 유기농 정치’로 유권자에 다가갔다. 상대 정당에 대해서는 국민적 분노를 자극하는 ‘적폐청산 드라이브’가 병행됐다. 여기까지는 집권에 도움이 됐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집권 후 정국운영은 좀 다른 이야기다. 상대를 유해한 세력으로 몰아, 스스로 돋보이게 하는 전략은 시간이 지날수록 무기력해진다. 국민은 점점 ‘협치’를 강조하게 된다. 잠시 흥분했던 유권자들이라도 곧 흥분이 가라앉고 현실로 돌아오게 마련이다.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면 그 기간은 더욱 짧아진다. 삶을 무작정 제쳐놓고 이상을 쫒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민주당이 여당이 된지도 1년이 훌쩍 지나가고 있다. 초기의 열정은 시들고, 국민적 지지도 내리막길이다. 청와대가 제2기 내각을 임명했지만, 인사청문회 때문에 ‘무난한 선택’(국회의원, 여성, 관료)을 한 느낌이다. 동력에는 한계가 있고 상황은 녹녹치 않다. 그런데, 민주당은 아직도 진짜 책임있는 여당이 되지 못하고 있다. 포지셔닝 변화의 실패다.

‘포지셔닝 변화’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가 연예인 ‘김구라’다. 그는 무명일 때 인터넷 매체에서 온갖 막말을 서슴치 않아 나름 이름값을 올렸다. 그 명성을 기반으로 지상파에 입성하자 그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 ‘공정한 진행자’(썰전), ‘자상한 (동형이) 아빠’, ‘배려심 깊은 선배 연예인’이 지금 그의 캐릭터다. 입지가 바뀌고 상황이 바뀌면, 그 입지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시 노이즈마케팅에 매달리는 ‘3류’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 지금 여당인 민주당이 스스로 그런 포지셔닝 변화를 감당하고 있는가?.

이번 주로 ‘8월 국회’가 끝났다. 역시나 ‘빈손국회’였다. 마지막까지 ‘타협’과 ‘합의’를 기대했던 이해관계자들은 속절없이 다음 정기국회를 기다려야 한다. 야당티를 벗지 못한 여당을 보는 시선이 고을 리 없다. 청와대의 속내도 복잡할 것이다. 청와대는 갈 길이 바쁘다. 민주당은 여당의 도움이 절실했던 청와대의 기대와 반대로 가고 있다.

여당은 대표로 ‘실세’소리 듣는 ‘그립 강한’ 이해찬 의원을 선출했다. 아마도 청와대가 마지막에 일정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친문성향 대의원’들이 이해찬 외의 대안을 만지작거릴 때 청와대는 침묵했다. 그 대안이 경제위기상황에서 정부의 ‘경제정책’을 돕겠다는 후보인데 말이다. 전당대회 당일, 대의원을 향한 영상메시지에서 문 대통령은 "우리는 올바른 경제정책 기조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도움을 주겠다는 경제관료 출신 대안후보를 무색하게 한 것이다. 청와대의 의중을 간파한 대의원들은 일제히 이해찬 후보를 지지했고, 그는 꽤 큰 표 차이로 대표로 당선됐다.

이해찬 대표는 여당 행사에는 국무회의 소집하듯 장관들을 대거 불러들이는 힘을 과시했다. 그러나, 정작 당내 의원들에게는 영을 세우지 못했다. ‘세우지 않았다’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할 지도 모르겠다. 1호 당원인 문재인 대통령이 당에 부탁한 규제개혁 1호 법안인 ‘은산분리 완화법안’에 대해, 여당은 ‘당내 합의가 더 필요하다’며 다음 국회로 넘겼다. 여당의 강경파들이 “당 정체성에 맞지 않는 법안‘이라며 끝까지 반대했기 때문이란다. 이와 함께 ‘상가임대차보호법’ 등 민생경제 입법들도 무산되고 말았다. 이쯤 되면 ‘항명’이라 할 법 한데, 여당은 조용하다. 엉뚱하게도 이해찬 대표는 ‘고위 당·정·청 회의’와 당내 워크샵 등에서 ‘종부세 강화’를 들고 나왔다. 규제를 더 강화하라고 정부에 요구한 것이다. 청와대의 강경파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자신을 뽑아 준 당내 강경파 의원들에게 은혜를 갚는 모양새다. 이렇게 청와대를 곤혹스럽게 하고 당내 리더십을 바로 세우지 않으면서, 이해찬 대표가 공약한 ‘20년 집권’을 어떻게 지킬 수 있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당내 의사결정 기구도 그렇지만, 이해찬 대표의 포지셔닝도 정상은 아닌 듯 하다. ‘버럭 총리’, ‘이해찬 세대’ 같은 신조어를 만들어 냈던 이해찬 대표도 ‘세월 앞 장사’는 아닌 것 같다. 아니... 반대로 ‘일관성 있다’고 해야 할까?

야당 지도부는 당내 이견을 다독이고 대여투쟁에 선봉이 되어야 한다. 당이 손해를 보게 해서도 안되고, 상대를 이해해서도 안된다. 그러나 여당은 다르다. 손해도 보고, 양보도 하면서, 국정에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비판과 저주로 국민적 분노를 자극해 권력을 잡았다면, 집권 후 국정운영은 좀 더 어른스럽고 품위가 있어야 한다. ‘분노’ 대신 ‘관용’, ‘저주’ 대신 ‘사랑’, ‘비판’ 대신 ‘칭찬’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나라가 안정되고 발전한다.

청와대가 첫 개각을 하면서 ‘심기일전’과 ‘체감’을 키워드로 제시했다. 청와대는 "'심기일전'은 문재인 정부 2년 차를 새 출발 해보자는 의미이며, '체감'이란 개혁의 씨앗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로 돌려주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청와대가 말한 새 출발은 ‘당과 정부의 새출발’(이해찬 대표 체제와 2기 내각)이고, 체감은 ‘규제개혁’일 것이다. 그러나 ‘심기일전’과 ‘국민체감’은 마음 급한 청와대만으로 안 되는 일이다. 문재인 정권을 성공시키고 ‘20년 집권’을 하려면, 여당의 ‘포지셔닝 변화’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글/김우석 (현)미래전략연구소 부소장·국민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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