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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토사구팽 당한 임대주택등록 정책…서민은 또 어디에


입력 2018.09.04 06:00 수정 2018.09.04 06:07        이정윤 기자

정책의 일관성은 국가 운영에 있어 매우 중요한 덕목

서울의 한 아파트 밀집지역 모습. ⓒ데일리안 서울의 한 아파트 밀집지역 모습. ⓒ데일리안

“(온라인)부동산 카페에 가면 ‘임대등록하면 혜택이 많으니까 (집을)사자’ 이런 얘기 하는 사람들이 많고, 붐이 있는 것 같더라…ㅇㅇㅇ교수가 칼럼도 썼더라. (임대주택 등록 세제혜택은) 투기꾼에게 과도한 선물을 준 거라고. 혜택을 조금 줄여야겠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예정에도 없던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임대주택 등록 세제혜택을 축소하겠다는 메시지를 언론에 전달했다.

그동안 김 장관은 공식적인 자리마다 등록된 임대주택 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고, 해당 주택에는 사실상 전월세상한제가 적용된다며 이번 정부의 성과라고 자평해왔다. 그래서 이번 발언은 의아했다.

온라인 부동산 카페 분위기와 한 교수의 칼럼을 정책 유턴 필요성의 배경 중 하나로 지목한 것도 잘 이해되지 않는다.

언론은 임대주택등록이 다주택자들에게 세 부담을 피하는 방법으로 활용될 수 있고, 시장에 매물을 줄여 시장불안을 부추길수 있다는 경고를 끊임없이 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효과보다는 서민 주거안정에 기여하는 바가 더 크다며 임대주택등록 활성화 정책을 꿋꿋이 이어왔다. 그랬던 그가 갑작스럽게 자리를 마련해 그동안의 태도를 180도 바꾼 것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이날 간담회에서 김 장관은 임대주택등록 세제혜택 축소 외에 이달부터 본격 시행되는 ‘임대주택 통계시스템’을 언급했다. 이 발언에 주목해 보자.

김 장관은 “임대주택 통계시스템이 다 완결 됐다”며 “늘 실시간 업데이트가 되는 건데…임대주택으로 등록을 하든 하지 않든, 누가 몇 채의 집을 갖고 전세를 주고, 월세를 주는지 다 파악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임대주택 등록은 서민주거 안정화 외에, 다주택자들의 주택보유현황 등이 수시로 파악돼 음지에 가려진 소득을 양지로 끌어내는 또 다른 기능을 갖고 있다. 때문에 상당한 세제혜택을 줘가며 임대주택등록을 유도했던 것이다.

그런데 실시간 감시(?) 기능을 할 통계시스템이 완성된 이상, 정부는 다주택자에게 세제혜택을 주면서 까지 임대주택 사업자로 등록시킬 이유가 사라졌다. 그동안 활용했던 서민주거 안정이라는 명목보다는 다주택자와의 전쟁과 이를 통한 세수 증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고 보는 것도 무리가 아닌 듯하다. 1년도 안 돼 본래의 목적을 드러낸 것일까.

데일리안 생활경제부 이정윤 기자 데일리안 생활경제부 이정윤 기자
다주택자들이 거둬들이는 수익에 적절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정책의 일관성은 국가 운영에 있어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서민 주거안정’ 프레임을 짜놓고 세제혜택으로 다주택자를 유인한 후 슬쩍 발을 빼는 모습은 국민의 신뢰를 저버린 행위다.

이번 일을 두고 김 장관이 참고했다는 온라인 부동산 카페에는 “다주택자를 몰아가더라도 퇴로는 열어둬야 한다”, “매번 검토 중이라며 겁주고 간보기만 한다”, “임대등록 주택 늘어나면 세제혜택 없앨 줄은 알았지만 벌써 시작했냐”, “서민 전월세 걱정 줄여준다더니 전셋값만 더 오르게 생겼다”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김 장관이 이걸 보게 된다면 또 어떤 결단을 내릴지 궁금해진다.

이정윤 기자 (think_uni@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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