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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한은, 거시경제 주도권 경쟁 제2라운드?


입력 2018.09.20 06:00 수정 2018.09.20 06:24        배근미 기자

금감원, 'STARS'·'K-SuperCast' 등 거시경제 모형 잇따라 발표

한은도 '비은행 금융기관' 테스트 모형 자체 개발…경쟁 본격화될듯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 간 경제전망을 둘러싼 주도권 잡기 경쟁이 2라운드에 접어들고 있다. 과거 경제통계 등을 둘러싸고 기관 간 미묘한 시각 차를 드러내며 긴장관계를 형성해 왔던 두 기관이 최근에는 글로벌 거시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 확산에 보다 정확한 경제전망 도출을 위해 자체 모형개발 연구 등 다양한 시도에 나서면서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데일리안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 간 경제전망을 둘러싼 주도권 잡기 경쟁이 2라운드에 접어들고 있다. 과거 경제통계 등을 둘러싸고 기관 간 미묘한 시각 차를 드러내며 긴장관계를 형성해 왔던 두 기관이 최근에는 글로벌 거시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 확산에 보다 정확한 경제전망 도출을 위해 자체 모형개발 연구 등 다양한 시도에 나서면서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데일리안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이 거시경제 분석 경쟁력 제고를 위해 동시다발적으로 광폭 행보에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가계부채를 비롯해 수 차례 경제 통계를 놓고 신경전을 벌여왔던 터라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전망 도출을 위한 프로젝트 추진을 놓고도 미묘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워크숍에 참석해 자체 개발한 거시건전성 스트레스 테스트 모형 ‘STARS’ 소개에 나섰다. 그간 은행권에 국한돼 있던 스트레스 테스트 모형을 전 금융권으로 확장한 첫 사례로, 올 초 IMF(국제통화기금)에 이어 두 번째로 국제기구를 통해 스트레스 테스트 모형을 설명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지난해부터 금감원이 금융감독역량 강화 차원에서 수석부원장 직속으로 ‘금융감독연구센터’를 신설하는 등 자체 연구조직 강화에 힘을 싣고 있는 가운데 최근들어 그 성과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앞서 발표된 스트레스 테스트 모형(STARS-1) 개발을 완료한 데 이어 올 연말까지는 이를 한층 더 고도화해 금융생태계 내 부도 전염, 실물경제 피드백 효과 등을 예측할 수 있는 2차 효과(STARS-II) 개발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또 지난달에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국내 경제상황을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는 GDP 성장률 예측모형(K-SuperCast) 개발을 완료하기도 했다. 현재 GDP 성장률은 한국은행이 공식적으로 집계해 발표하고 있지만 발표 주기가 분기 단위여서 적시성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이번 자체 모형 개발을 통해 월별 변수를 반영하는 등 단기적인 경제흐름 예측이 가능하도록 했다는 것이 금감원 측 설명이다. 금감원은 "해당 모형을 GDP 외에 부동산 등 다른 거시경제 변수 예측모형으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연구 내용이 담긴 워킹 페이퍼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에 질세라 한국은행 역시 지난 6월 ‘비은행 금융기관’ 스트레스 테스트 모형을 자체 개발해 그 결과를 발표했다. 보험과 카드, 증권,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비은행 금융기관의 외부 충격에 대한 복원력을 상시적으로 가늠할 수 있는 분석체계를 갖춘 것으로, 향후 은행부문 모형과 연계한 통합 모형이 구축될 경우 금융시스템 전반의 복원력을 정교하게 평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어 지난 14일에는 각국 중앙은행·국제기구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전망과 정책분석 모형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국제워크숍을 개최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유럽중앙은행(ECB), 영란은행(BOE), 일본 중앙은행(BOJ), 스웨덴 릭스방크, 국제통화기금(IMF) 등 거시경제 모형 전문가들이 참석해 경제전망 모형 정확도 제고와 대응방안에 대해 머리를 맞댔다. 한은 측은 "거시모형 개발과 경제전망 경험을 주요 중앙은행 및 국제기구와 공유함으로써 한국은행의 경제분석 및 전망역량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경제전망이나 통계해석, 가계부채 책임 공방에 이르기까지 우리 경제를 진단하는 두 기관의 시각 차는 사뭇 엇갈렸다. 당장 올해 초 ‘2018년 1분기 가계신용’ 발표 당시 신용대출 증가세에 대해 한은은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에 따른 풍선효과라고 분석한 반면 금감원은 이같은 분석에 대해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지난해에도 금감원이 발표한 가계대출 속보치와 한은이 집계한 가계대출 증가액 수치가 ‘2조원’ 이상 차이가 나면서 당시 한은 국장이 기자들에게 두 기관 간 가계부채 산출 기준 차이 등을 설명하는 등 일종의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거시경제를 둘러싼 양 기관의 분주한 움직임은 최근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관의 경쟁력을 높임과 동시에 경제전망에 대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은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주고받지 않는다”고 지적에 나선 바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동일한 통계자료 하나로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해석이 다를 수 있고 또 이를 어떻게 분석하느냐에 따라 기관의 신뢰도가 좌우되는 만큼 보다 정확한 경제전망을 통해 그에 적절한 대응책을 발표해야 하는 두 기관의 경쟁 또한 치열해지고 있는 것 같다"며 "기관 특성에 걸맞는 자체 모형 개발도 중요하겠지만 스트레스테스트 결과나 워킹 페이퍼를 적극 공유하는 등의 방식으로 교차검증 및 고도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배근미 기자 (athena350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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