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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통 속 국회 문턱 넘은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향후 과제는


입력 2018.09.21 13:44 수정 2018.09.21 13:45        배근미 기자

인터넷은행 특례법, 국회 본회의 통과…문 대통령 요청 40여일 만

‘쟁점조항 시행령에?’ 거부권 행사 요구 빗발…대주주 심사도 난관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출범한 한국카카오은행 영업이 시작된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세빛섬에서 열린 카카오뱅크 출범식에서 이용우, 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가 인사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출범한 한국카카오은행 영업이 시작된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세빛섬에서 열린 카카오뱅크 출범식에서 이용우, 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가 인사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 제한) 규제를 완화하는 특례법안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 문턱을 넘게 됐다. 이번 법안 통과에 따라 신기술로 무장한 ICT 기업들의 금융권 진출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반면, 시행령을 통해 포함된 대기업 사금고화 우려와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이 더 큰 난관으로 다가오게 됐다.

인터넷은행 특례법, 국회 본회의 통과…문 대통령 요청 40여일 만

21일 국회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재석의원 169명 중 찬성 145명, 반대 26명, 기권 20명으로 가결 처리됐다. 통과된 법안은 현재 4%(의결권 기준)로 제한된 산업자본의 은행 보유지분 상한을 34%로 높인 것이 주요 골자다.

규제 완화 대상에는 개인 총수가 있는 상호출자제한집단(자산 10조원 이상)을 원칙적으로 배제하되, 정보통신기술(ICT) 자산 비중이 50%가 넘는 기업에 대해서는 예외를 허용한다는 내용을 시행령을 통해 담기로 했다. 또 대기업의 사금고화를 막기 위해 대주주 신용공여 금지, 중소기업 제외 법인 대출 금지 조항도 함께 포함시켰다.

이르면 올 연말 법안 시행을 시작으로 내년 4월 제3인터넷은행 추가 인가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당국과 업계는 금융과 ICT가 결합한 혁신적인 금융서비스 경쟁이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날 금융위 기자실을 찾은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여러 논란들이 있었지만 금융산업 발전과 혁신성장 가속화를 위해 여야가 고심 끝에 내린 대안”이라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이어 "새로 진입하는 인터넷은행이 제 역할을 해 금융시장 변화와 혁신 촉진은 물론, 당국 금융규제의 틀도 재검토하는 계기로 삼으려고 한다"며 "이를 통해 인터넷은행 뿐 아니라 보다 많은 분야에 걸쳐서 더 자유로운 진입과 원활한 영업활동 가능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규제에 가로막혀 자본금 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인터넷전문은행들 역시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1년간 인터넷전문은행이 보여준 성과가 지속해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며 “법 제정의 의미를 무겁게 받아들여 더 편리하고 안전한 금융 서비스로 고객과 소비자의 경제적 효용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케이뱅크도 “인터넷은행 도입 취지였던 ICT가 주도하는 혁신은행을 비로소 실현할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평가했다.

‘쟁점조항 시행령에?’ 거부권 행사 요구 빗발…대주주 심사도 난관

그러나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재벌 기업의 인터넷은행에 대한 지분보유 금지 조항을 시행령으로 포함시키면서 자칫 정권이 바뀔 경우 입맛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안 통과 직후 자신의 SNS를 통해 “특례법의 입법 취지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법률에는 막연한 문구만을 규정하고 중요한 내용은 시행령에 위임하는 형태로 국회를 통과했다”며 “국회가 입법권을 스스로 포기했다”고 비판했다.

시민단체들과 금융노조 등의 반발 또한 격화되고 있다. 금융노조는 이날 성명을 통해 “금융당국 승인만 있으면 사실상 모든 재벌과 대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할 수 있는 빗장이 풀리게 됐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같은 날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역시 “행정부에 과도한 권한을 넘김으로써 포괄위임입법 금지원칙 위반 소지가 다분할 뿐 아니라 향후 정권 의지에 따라 재벌대기업의 은행 소유와 지배가 가능하게 됐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한편 공정거래법 위반(벌금형) 전력이 있는 카카오와 KT가 금융위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원활하게 통과할 것이냐에 대한 부분도 향후 논란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은행법 시행령에 따르면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 받은 경우에는 한도 초과 대주주가 될 수 없다. 사안이 경미하다고 판단될 경우에 한해 예외 적용이 허용되는 등 당국의 재량이 허용돼 있기는 하나 은행 설립 당시부터 특혜 시비에 휩싸인 바 있는 당국 입장에서는 결정에 따른 부담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최종구 위원장은 "최종적 판단은 금융위원회가 하도록 돼 있다. 판단기준은 위반 정도가 얼마만큼 되느냐 하는 것"이라며 "지금으로서는 말씀드릴 수 없지만 엄정하게 심의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최 위원장은 "그 과정에서 사실관계를 따져보고 법적 쟁점이나 당사자의 의견도 충분히 감안할 것"이라고 밝혀 여지를 남겨둔 상태다.

한편 일각에서는 야심차게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이 시간이 지날수록 일반 금융기관과 비교해 큰 경쟁력이 없다는 지적도 여전해 기존 금융권과의 차별화 문제와 성장동력 확보 역시 시급한 과제로 꼽히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될 경우 자금조달에 숨통은 트이겠지만 규제 완화가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란 확신은 과거에 비해 상당부분 희석된 상황”이라며 “당장 예금금리만 보더라도 저축은행에 크게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아우르는 혁신적인 금융 플랫폼 출시 등 새로운 모델을 제시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배근미 기자 (athena350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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