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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탕집 성추행 사건에 쏟아진 억측


입력 2018.09.29 05:00 수정 2018.09.29 03:35        데스크 (desk@dailian.co.kr)

<하재근의 닭치고 tv> 뜨거운 이슈, 감정에 휩쓸리지 않는 차분한 자세 필요

'곰탕집 성추행 사건'이 벌어진 식당의 폐쇄회로(CC)TV 영상 일부 ⓒ유튜브 캡처 '곰탕집 성추행 사건'이 벌어진 식당의 폐쇄회로(CC)TV 영상 일부 ⓒ유튜브 캡처

이른바 ‘곰탕집 성추행’이라고 알려진 사건에서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한 여성이 입장을 밝혔다. 상대 남성의 부인이 청와대 청원글을 올린 후 자신에게 ‘꽃뱀’이라는 비난이 빗발쳐 고통을 겪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외출을 꺼릴 정도로 두려움 속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이 여성은 상대 남성이 자신의 엉덩이를 순간적으로 만진 것이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여성의 변호사가 1000만원을 요구했다는 주장에 대해, 남성 측에서 먼저 300만원을 제시했고 여성 측 변호사는 사과를 요구하며 합의를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네티즌이 공분했던 사건이다. CCTV 영상을 보면 성추행했다고 단정할 수 없는데도 1심 재판부가 징역 6개월 실형을 선고했다. 여성이 일관된 주장만 하면 증거 없이도 남성을 단죄하는 거냐며 인터넷이 폭발했다.

그러나 판결의 문제에 대해 비판하고 논의할 순 있지만, 여성을 무고자로 단정하고 공격한 것은 자가당착이었다. 네티즌은 재판부가 증거 없이 남성의 유죄를 단정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증거 없이 여성의 (무고) 유죄를 단정하는 우를 범한 것이다.

네티즌의 지적대로 CCTV 영상을 보면 성추행을 했다고 확신할 수 없다. 그런데 동시에 성추행을 안 했다고도 확신할 수 없다. 남성이 여성을 안 본 것 같기도 하고 힐끗 본 것 같기도 하다. 손을 안 뻗은 것 같기도 하고 순간적으로 뻗은 것 같기도 하다. 여성을 지나친 후 남성이 손을 모으는데, 그게 자연스러운 동작 같기도 하고 직전에 여성의 몸과 접촉한 후 무의식중에 자기방어를 위해 손을 모은 것 같기도 하다. 어느 쪽도 확신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네티즌은 이런 불확실한 정보로 유죄 단정한 재판부를 비난하면서도 자신들은 불확실한 정보를 바탕으로 남성 무죄 여성 유죄를 단정했다. 비합리적인 태도다.

CCTV 영상에서 남성이 지나간 후 여성이 곧바로 뒤돌아 항의하는 장면이 나온다. 곧바로 돌아봤다는 것은 여성 입장에서 접촉을 느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접촉이 없었다는 남성의 최초 주장과 배치된다. 이것이 성추행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성 주장의 신빙성이 약간이나마 강화된다. 이것만 보더라도 무조건 여성을 무고자로 비난할 상황은 아니었다.

최근 미투 운동을 전후해 여성이 일관된 주장만 하면 증거 없이도 상대가 매장된다는 불만이 커져갔다. 아무 증거가 없고 정황적으로도 혐의점이 약한 상황에서 여성의 ‘일관된’ 주장만으로 경찰이 남성을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사례가 있다는 말도 나왔다. 그 남성은 직장도 그만 두고 검찰조사와 재판을 준비한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들을 접하며 성폭력 사건에 대한 공권력의 태도에 네티즌이 의구심을 가졌고, 그 불만이 ‘곰탕집 성추행’ 사건에서 터졌다고 할 수 있다. 얼마 전에 한 남성을 성폭행범으로 무고한 여성이 벌금 500만원을 선고 받아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있었는데, 이런 뉴스들은 남성을 모함하는 여성에 대한 공분을 키웠다.

모두가 좀 더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공분하는 네티즌은 조금 상황이 애매해보이면 일단 여성을 무고자로 단정하고 공격하는 경향이 있다. 여성진영은 어떤 여성이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면 일단 그 여성을 피해자로, 상대 남성을 가해자로 간주하는 경향을 보인다. 일부 공권력은 애매한 상황에서 단지 여성의 주장이 일관된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를 범죄자 취급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다. 좀 더 냉정하게, 증거 중심으로 사안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최근 성폭력 사건에 대한 대중정서가 너무나 격앙됐다. 한 단일 사건이 순식간에 집단과 집단 간의 감정싸움으로 비화한다. 일단 그렇게 일이 커지면 비이성적인 공격이 걷잡을 수 없이 쏟아지고 누군가는 억울한 피해를 당한다. 이렇게 뜨거운 이슈일수록 감정에 휩쓸리지 않는, 차분한 자세가 요청된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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