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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두 얼굴' 정부...멀어지는 바이오강국


입력 2018.12.14 06:00 수정 2018.12.14 06:13        손현진 기자

언제 터질지 모르는 정부발 악재…'헬스케어 육성' 시책엔 싸늘한 시선

언제 터질지 모르는 정부발 악재…'헬스케어 육성' 시책엔 싸늘한 시선

제약·바이오업계가 잇단 정부발 이슈로 바람 잘 날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약·바이오업계가 잇단 정부발 이슈로 바람 잘 날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우리나라 제약·바이오산업 역사는 길지 않지만 올해는 낭보가 잇따랐다. 유한양행이 1조4000억원대 신약 후보물질 기술수출을 해냈고, 코오롱생명과학과 인트론바이오도 수천억원대 기술수출에 성공했다. 내년에도 성과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 제품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이 분야에 대한 정부의 긍정적 전망이 빠르게 맞아들어가는 모양새다. 바이오헬스 산업이 뛰어난 기술력으로 세계 시장에 진출해 투자·수출·일자리가 모두 증가하는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는 게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평가다.

"이러다 바이오(산업) 다 죽겠습니다."

훈풍이 불고 있어야 할 업계에서는 오히려 이같이 불안한 목소리가 쏟아진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정부발 악재로 해당 기업뿐 아니라 시장 전반의 안정성이 흔들리고 있어서다.

진원지는 금융당국이다. 금융감독원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연구개발비를 자의적으로 회계 처리하고 있다며 지난 4월 테마감리를 전격 실시했다. 감리 대상과 징계 수준에 대한 추측이 난무해 파장이 크게 일었다. 기업을 향한 비판 여론이 주를 이뤘고, 제도 정비가 이때껏 미뤄진 문제는 뒷전에 놓였다. 연구비 회계처리 가이드라인이 마련된 건 올해 9월이다. 정부가 제도 정비에 앞서 회초리부터 휘둘렀다는 지적이 따른다.

금융당국은 심지어 이전 정부가 무혐의 처리한 사안까지 '문제 있음'으로 뒤집고 철퇴를 내렸다. 고의 분식회계 혐의로 징계를 받게 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행정소송을 불사하고 있다.

징계 대상 기업이 이례적으로 맞대응에 나서는 건 1년 반 만에 말을 바꾼 금융당국의 결정이 그만큼 석연치 않았다는 의미다. 삼성바이오, 셀트리온헬스케어 등 국내 간판기업들이 줄줄이 회계 논란에 빠진 상태다. 해외 제약사와 투자사도 이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주요 바이오업체 관계자는 "국내 기업에 관심 있는 해외 투자사 중심으로 '삼성바이오 사태와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문의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정부 리스크로 인한 국내 기업들의 대외 신뢰도 추락까지 현실이 되고 있다.

말뿐인 '바이오산업 발전'

ⓒ손현진 데일리안 기자 ⓒ손현진 데일리안 기자
관계부처가 머리를 맞대고 고안한 '헬스케어 발전 전략'도 싸늘한 시선을 받고 있다. 정부 칼날이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불확실성 앞에서 어떤 산업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감 때문이다.

더욱이 국내 바이오산업은 초기 발전 단계로, 아직 기초체력이 강하지 않아 외부 리스크에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규제 완화 드라이브를 걸어 산업 경쟁력을 키우는 데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정부가 나서서 혼란을 키우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에 따르면 우리나라 바이오산업 경쟁력은 세계 54개국 가운데 26위를 기록해 2년 전보다 두 단계 내려 앉았다. 지금이라도 시장 혼란을 최소화하고 실질적인 육성 방안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대로면 바이오강국이 아니라 '바이오 후진국'이 되는 건 시간 문제다.

손현진 기자 (sonso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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