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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소와 유시춘, '부모의 의무'


입력 2019.03.22 01:00 수정 2019.03.22 08:38        정도원 기자

마약사범 아들 법정구속됐는데 EBS 이사장 취임

"아들이 실책했더라도 어머니에게는 책임 없다"

마약사범 아들 법정구속됐는데 EBS 이사장 취임
"아들이 실책했더라도 어머니에게는 책임 없다"


유시춘 EBS 이사장의 아들이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징역 3년의 유죄 판결이 확정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유 이사장은 아들이 지난해 7월 법정구속됐는데도, 두어 달 뒤인 9월 EBS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사진은 지난 2011년 12월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으로 활동하는 유 이사장(사진 오른쪽에서 세 번째)의 모습.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유시춘 EBS 이사장의 아들이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징역 3년의 유죄 판결이 확정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유 이사장은 아들이 지난해 7월 법정구속됐는데도, 두어 달 뒤인 9월 EBS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사진은 지난 2011년 12월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으로 활동하는 유 이사장(사진 오른쪽에서 세 번째)의 모습.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장 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는 '에밀'을 저술한 것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교육사상가이지만, 정작 자신의 아이 다섯 명은 모두 고아원에 내맡겼다.

이로 인해 동시대의 철학자 볼테르 등으로부터 비판을 받자 "무능한 아버지 밑에서 아이들이 불행을 겪으며 자라도록 하고 싶지 않았다"고 변명했으나, "그런 무능한 사람이 교육을 논할 자격이 있느냐"는 비판만 더욱 거세질 뿐이었다.

루소는 '에밀' 개정판을 낼 때 서문에서 "가난과 일 때문에 아이들의 양육과 교육을 소홀히 했다면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부모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사람은 부모가 될 자격이 없다"는 절절한 참회의 내용을 담았다. 그 자신도 자신을 향한 비판이 뼈아팠기 때문이리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이사장 남매'로 유명한 유시춘 EBS 이사장의 아들 신모 씨가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지난해 7월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까지 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상고기각이 되면서 유죄로 확정됐다.

유시춘 이사장은 자신의 아들이 마약사범으로 법정구속돼 구치소에 들어갔는데도, 두어 달 뒤인 그해 9월 교육전문 공영방송공사인 EBS의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다른 직책도 아니고 아이들에게 교육방송을 하는 EBS의 현 이사장의 아들이 마약사범이다.

EBS 이사장이 되고 싶었을지라도, 또는 이사장이 돼달라는 제안이 왔더라도, 이런 상황이라면 민망해서라도 사양하지 않았을까. 아들이 법정구속됐는데 그 어머니가 EBS 이사장에 취임할 경황은 또 어디에 있었겠는가. '상식선'이라고 추정되는 이러한 생각들이 취임 당시의 유시춘 이사장에겐 없었던 것이 분명하다.

언론 보도에 대해 아들의 억울함을 주장하고 나선 유시춘 이사장은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만에 하나 아들이 실책을 했더라도 어머니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며, 자신에게는 책임이 없음을 주장했다. "일각의 정치 공세에 굴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EBS 이사장 역시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루소는 당시 몸이 좋지 않았으며 처지도 궁박해서 아이들을 어쩔 수 없이 고아원으로 보냈다는 견해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소는 볼테르 등에 맞서서 이렇듯 당당히 '부모의 의무' 면책(免責)을 주장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

"부모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사람은 부모가 될 자격이 없다"고 스스로 성찰했던 루소의 '에밀' 서문이 다시금 다가온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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