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문재인 정권, 봉황인 줄 알았는데, ‘‘절름발이 오리’였다


입력 2019.04.01 06:30 수정 2019.04.01 09:09        데스크 (desk@dailian.co.kr)

<김우석의 이인삼각> ‘준비된 후보’였지만, ‘준비된 대통령’아니야

국민, 현정부가 현실 인식토록 도와야…빠른 채찍질로 레임덕 막아줘야

<김우석의 이인삼각> ‘준비된 후보’였지만, ‘준비된 대통령’아니야
국민, 현정부가 현실 인식토록 도와야…빠른 채찍질로 레임덕 막아줘야


ⓒ데일리안 DB ⓒ데일리안 DB

이제 문재인정부가 출범한지 2년이 다 되간다. 어떤 이는 10년 같다고 하고, 어떤 이는 엊그제 같다고 한다. 2년 전 이맘 때 쯤이 생각난다. 대선 선거운동이 한창이었다. 그러나 결과가 너무 뻔한 상황이었다. 선거운동이 시작된 후 첫 TV토론이 떠오른다. ‘토론의 달인’, ‘저격수’라던 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지형과 바람에서 워낙 차이가 나긴 했지만, 그걸 감안해도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반면 문재인 후보는 자신감이 넘쳤고 ‘아우라’마저 느껴졌다. 아무리 매를 맞아도 소리만 요란했지 치명상을 입지 않았다. 타 후보들은 적수가 안 될 정도로 허약했고 분열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는 더 의연했다. 대관식만 남은 왕위계승자 같았다. ‘압도적인 표차’는 아니었지만, ‘압도적인 분위기’로 문재인정부가 들어섰다.

많은 국민이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진심으로 잘해주길 바랬다. 그러나 그는 ‘준비된 후보’였는지는 모르지만, ‘준비된 대통령’은 아니었다. 과거에 없었던 국정난맥이었다. ‘뭐 피하려다 뭐 만난 격’이다. 2년이 ‘10년 같다’는 국민들은 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이런 국민이 과반이 된지 오래다. 여론조사에서 마저 국정지지도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보다 높아진지도 꽤 됐다. (발표되는 여론조사는 기관의 특성과 수익구조 면에서 상대적으로 친여일 수 밖에 없다) 이쯤 되면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저자거리 많은 시민들이 “임기 끝날 때까지 기다리기 힘들다”고 한다. 고작 2년이 지났고 3년이나 남았는데 말이다.

사마천 사기(史記)에 나오는 일화로, ‘불비불명(不飛不鳴)’이라는 고사성어의 유래가 있다. ‘춘추오패’(春秋五覇 중국 춘추시대 5명의 패자) 중 한명으로 초(楚)나라 장왕(莊王)이 있었다. 장왕은 임금이 된 후 3년 동안 국정을 돌보지 않고 주지육림(酒池肉林)에 빠져 지냈다. 조정 기둥에 ‘충간을 한답시고 혀를 놀리면 혀를 뽑아 버리겠다’는 방까지 붙였다. 이런 엄혹한 상황에 오거(伍擧)라는 신하가 술자리에서 목숨을 걸로 진언했다. “수수께끼를 올리겠습니다. 언덕 위에 새가 있는데, 삼 년 동안 날지도 울지도 않습니다. 이 새는 무슨 새입니까?” 왕이 “삼 년을 날지 않았으니 한 번 날아오르면 하늘을 찌를 것이고, 삼 년을 울지 않았으니 한 번 울면 사람들을 놀라게 할 것이다. 물러가라. 나는 수수께끼를 맞혔다”고 대답했다. 여러 달이 지나고 장왕은 더욱 방탕해졌다. 이에 대부 소종(蘇從)이 간언하니, 장왕이 말했다. “내가 영을 내렸던 것을 듣지 못했는가?” 소종이 대답했다. “이 한 몸 죽어 임금을 깨우치는 것이 신이 바라는 바입니다.” 그러자 장왕은 놀이를 그만두고 정사를 살펴 간신 수백 명을 주살하고 또 수백 명을 등용하였다. 또한 오거와 소종에게 정무를 맡기니 나라 사람들이 크게 기뻐하였다.

현 정부가 지난 2년의 난정(亂政)을 극복하고 올바른 국정기조로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에, 희박한 가능성임에도 불구하고 이 고사를 떠올려 본다. 그러나 마냥 기다리기만 하기에 현실은 그렇게 여유롭지 않다. 장왕은 임기가 없었다. 종신이므로 회심과 선정을 기다릴만한 시간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 대통령 임기는 고작 5년이다. 준비를 잘 해서 첫해부터 일관되게 추진을 해야 겨우 임기 중에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정도다. 이미 헛발질로 2년이 지났다. 국정은 사상최대의 위기에 처해 있다. 안보정책은 전 국민을 ‘북핵의 인질’로 만들고, 외교정책은 유래가 없는 ‘왕따국가’로 만들었다. 경제정책은 외부의 충격(금융위기 등)이 없는데도 알아서 위기를 자초했다. 구호로는 ‘소득성장·양극화해소’라지만, 실지로는 유래없는 양극화와 소득추락이다. 경제정책은 기조를 바꾸어도 결과를 보는데 최고 1~2년이 걸린다. 그런데, 무엇을 믿고 황소고집인지 알 수가 없다.

현 정부는 국정의 모든 면에서 ‘무기력’하고 ‘무능력’하다. 대통령제의 대통령은 몇 가지 분야에서 독점적인 지위와 책임을 부여받는다. ‘안보’와 ‘경제’는 물론이고, 국가기강을 세우는 사정기관을 배타적으로 관장한다. 이들 모두 국가성립의 기본이고 핵심이다. 독점적인 영향력을 갖기 때문에 (국회와 야당에 비해) 탁월한 능력이 필요하다. ‘준비된 대통령’이라 함은 이런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뜻이다. 날지 않다가도 한번 날면 하늘을 찌르고 한번 울면 사람들을 놀라게 할 수 있는 능력 말이다.

이런 기능을 잘 수행하라고 헌법은 대통령에게 독점적인 인사권을 부여한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대통령제에서는 ‘절대진리’로 받아들여질 정도로 인사권은 중요하다. 초나라 장왕이 그랬듯, 충성스럽고 능력있는 인사를 전진배치하는 것은 권력유지와 국가발전의 핵심이다. 그러나 문재인정부의 ‘인사난맥’은 그 경지를 알 수 없다. 그런데도 최소한의 국민 검증시스템인 국회 인사청문회를 무용지물(無用之物)로 만든 지 오래다. 민정수석, 인사수석 등 청와대 인사검증책임자들을 맹목적으로 싸고도는 것을 보면 ‘개선의지’가 전혀 없는 것이 분명하다. 이번 7개 부처 장관청문회도 과거(문재인정부 1기 내각)에 비해 ‘더 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 현정부 인사에 야당의 검증이나 동의는 필요없다. 어떤 상황이든 결과는 정해져 있다. 형식적인 법조문대로 밀어 붙이는 것이다. 국민여론 표출과 확인이 없으면 말이다.

이제 시간이 너무 없다. 국민이 나설 때가 됐다. 정권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가와 미래세대를 위해서다. 더 늦어지면 국정혼란은 가중되고 나라의 미래는 더욱 불투명해질 것이다. 국민이 채찍을 들어야 한다. 내년 총선에서 갑자기 채찍을 들면, (야당이 ‘정권재창출’하는 데는 유리할지 모르지만) 나라는 더 망가지고 회복시킬 기회도 놓칠지 모른다. 그 때는 이미 임기의 반 이상이 훌쩍 넘었고 총선패배는 곧 레임덕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힘이 조금이나마 남았을 때 국민이 경고를 해 주어야 한다. 이번 주 재보선이 좋은 기회다. 이번 재보선에서 야당이 승리하지 못하고 정치지형이 현상유지로 간다면, 현 정부는 지금의 기조를 바꿀 필요가 없다.

여당은 현상유지를 위해 몽니를 부르고 있다. 두 곳의 재보선지역 중 한곳에서 자신의 후보를 주저앉혀 출마를 철회했다. 상대적으로 한국당에 이길 가능성이 있는 창원성산에서 노조동원력이 있는 정의당에 기회를 양보한 것이다. 집권여당으로 유래가 없는 무책임한 행태다. 국정책임에 대한 심판을 피해 보려는 꼼수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이해찬 대표 등 여당지도부는 창원성산에 자기당 후보 지원유세는 한 번도 오지 않다가, 타당의 후보 지원유세엔 나서고 있다. ‘전과 7범’의 정의당 후보를 말이다. 그리고 낯 뜨겁게도 국민 돈으로 선심성 공약을 하고 있다. 국민을 바보로 아는 행태다.

2년 전 우리 국민은 문재인대통령을 ‘붕새(大鵬)’라 기대했다. 장자에 나오는 붕새는 그 날개가 하늘을 덮은 구름과 같았고, 날 때 날개로 해면을 치면 3천리를 날았으며, 그로 인한 회오리바람이 9만리에 이른다. 그 정도는 아니라도 최소한 ‘봉황(鳳凰)’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레임덕’을 걱정하는 뒤뚱거리는 오리로 전락했다. 이제 국민이 현정부가 현실을 인식토록 도와야 한다. 빠른 채찍질로 레임덕을 막아줘야 한다. 현정부에 정신을 차리고 국정을 다잡으라고, 그래서 빚잔치를 피하고 다음 정권에 최소한의 재산을 물려주라고 명령해야 한다.

글/김우석 (현)미래전략연구소 부소장·국민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