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팰리세이드 증산 합의가 왜 '다행'인가


입력 2019.04.05 11:05 수정 2019.04.05 11:40        박영국 기자

공급난 심화 4개월 만에 증산 합의…강성노조 폐해 보여줘

공급난 심화 4개월 만에 증산 합의…강성노조 폐해 보여줘

팰리세이드. ⓒ현대자동차 팰리세이드. ⓒ현대자동차

“팰리세이드 증산 대가로 현대차가 노조에게 무엇을 줬을까요?”

지난 4일 팰리세이드 증산에 대한 현대자동차 노사 합의 소식이 전해지자 경쟁 완성차 업체 한 관계자는 기자에게 이같이 물었다.

노사간 이면합의 내용을, 아니 이면합의가 있었는지 여부조차 외부에서 알 도리는 없다. 어쩌면 노조가 대승적인 차원에서 한 발 양보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질문을 통해 자동차 업계에서 ‘생산물량을 조절하려면 노조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일반화돼 있음을 확인하게 되니 씁쓸하다. 그걸 허락해 줬다고 ‘대승적 차원’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는 것도 막상 적어놓고 보니 우습다.

“정해진 일만 딱! 알바는 딱! 알바답게.” 한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중계업체의 광고 카피가 떠오른다. 아르바이트생이라면 정해진 일만 하면 된다. 그 이상의 일을 시키려면 별도 협의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정규직 근로자라면, 그것도 국내 최고 수준의 연봉을 받는 대기업의 구성원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자신이 속한 회사의 제품이 잘 팔리는 것은 당연히 반겨야 할 일이다. 불황에 일감이 없어 파리 날리다 구조조정에 내몰리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제품이 잘 팔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할 판에 노동 강도가 세지고 익숙하지 않은 업무에 투입되는 것을 꺼려해 협조하지 않는다는 건 회사 구성원으로서 할 도리가 아니다.

팰리세이드 계약이 폭주하며 공급난이 심화된 건 출시 직후인 지난해 12월부터였다. 하지만 노조와 줄다리기를 하느라 올해 4월에서야 증산이 결정됐다.

박영국 데일리안 산업부 차장. 박영국 데일리안 산업부 차장.
이걸 두고 ‘다행’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 자체가 강성노조에 휘둘리는 우리 자동차 업계의 암울한 현실을 말해준다.

물론 모든 자동차 업체가 같은 처지인 것은 아니다. 쌍용자동차는 2017년 G4렉스턴, 지난해 렉스턴 스포츠 등 신차 초기 반응이 좋아 계약 물량이 밀릴 때마다 노조의 적극적인 협조로 총력 생산체제에 돌입했었다.

올해도 신형 코란도 계약물량이 밀리자 1라인에서 3개 차종을 혼류 생산하는 와중에도 신형 코란도 물량을 늘리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쌍용차 노조가 금속노조 산하가 아닌 기업별 노조였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국내 1위 자동차 회사이자 전세계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글로벌 기업인 현대차가 쌍용차 같은 작은 회사를 부러워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자동차 시장 트렌드가 급변하고 경쟁이 치열해지며 자동차 업체들의 물량 예측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출시 이전의 물량 예측과 이후의 실수요가 큰 차이를 보일 가능성이 다분하다.

그럴 때마다 노조에 발목을 잡힌다면 그 피해는 근로자들을 포함한 회사 전체로 확산된다.

알바는 알바다워야 하고 정규직은 정규직다워야 한다. 알바 취급 받기 싫으면 정규직답게 회사의 일원으로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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