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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O 문재인정부 2년] 친(親)노조 정부가 키운 노동적폐…노사 분열 자초


입력 2019.05.06 06:00 수정 2019.05.05 22:11        조인영 기자

최저임금·근로시간 단축 등 친노동정책에 경제 시계 '후퇴'

노조 '툭'하면 파업으로 기업 파단으로 내몰아…"상생 유념해야"

최저임금·근로시간 단축 등 친노동정책에 경제 시계 '후퇴'
노조 '툭'하면 파업으로 기업 파단으로 내몰아…"상생 유념해야"


세계노동절인 1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민주노총 2019 세계노동절대회'에 참가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청와대 있는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세계노동절인 1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민주노총 2019 세계노동절대회'에 참가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청와대 있는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노동이 자랑스러운 나라를 만들고 싶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노동절을 맞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문 대통령은 "노동으로 꿈을 이루고, 노동으로 세계를 발전시키고, 노동으로 존경받을 수 있는 나라를 이뤄내고 싶다"고 언급했다.

'노동존중 사회'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자 핵심 국정기조다. 새로운 정권 창출로 이어진 촛불 민심엔 노동계를 빼놓을 수 없다. 노동계에 대한 부채의식을 안고 출범한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여러 친(親)노동 정책들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가장 먼저 찾아간 곳도 재계가 아닌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문 정부가 노동계에 가진 부채의식이 노사간 힘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결과로 이어지는 게 아닌지, ‘노동존중’이 아닌 ‘노동귀족 사회’가 되는 게 아닌지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실제 여러 논란과 우려 속에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계가 줄기차게 주장해온 친노동정책들이 속속 강행됐다.

그 결과, 최저임금은 2년간 29.1% 급증했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도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지난해 말 17만5000명의 전환 결정이 완료됐다. 주 52시간 근무를 핵심으로 한 근로시간 단축은 작년 7월부터 시행중이다.

정부는 최저임금이 오르고, 정규직화로 소득이 늘어나면 생산·소비가 촉진돼 경제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그만큼 늘어난 부담은 고스란히 기업들 몫이 됐다. 근로시간 감소로 인한 추가 인력 보충, 휴일근로 등에 대비한 비용 역시 기업들 차지였다.

기업은 흔들리고 영세업자들은 살기 어려워졌다며 등을 돌렸다. 최저임금 부담에 '쪼개기 알바'까지 성행하면서 오히려 노동 양극화를 부추겼다는 진단까지 나온다.

설상가상으로 정부의 친노동정책에 올라 탄 양대노조는 그 어느 때 보다 막강한 영향력으로 나라 안팎을 옥죄고 있다. '기업 지옥 노조 천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양대 노총은 기본 권리 이상의 과도한 요구와 정치적 투쟁을 일삼으면서 툭하면 파업과 시위를 강행, 사업장을 전쟁터로 만들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실제,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작년 노사 분규는 134건으로 전년 보다 32.7% 증가했다. 분규 건수로 보면 2006년 138건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노동 분야 집회 시위는 작년 3만2275건으로 전년 보다 73% 대폭 증가했다.

특히 구조조정을 둘러싼 제조업계 노사 대립은 기업을 파탄으로 내몰고 있다. 르노삼성은 노사 분열로 8개월째 파업이 벌어지면서 생산성이 악화됐고 생존을 좌우할 신차 배정도 불투명해졌다. 한국GM도 신설법인 단협 승계를 두고 노사가 수 개월째 대립하고 있다. 현대차 역시 임단협을 앞두고 노조가 강경 태세를 예고해 파업까지 불사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고비용·저효율 생산구조를 고착화시키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둘러싼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경영계는 핵심협약을 비준하는 대신 국제 관행에 맞지 않는 노사 제도는 개선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노동계는 '무조건' 비준을 고집하고 있는데다 정부가 적극 중재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여기에 민주노총은 국회가 노사정이 합의한 경사노위의 탄력근로제 확대를 놓고 논의만 하더라도 총파업을 불사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정부가 공들여 키웠더니 이제는 적폐 세력으로 변질됐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더 큰 문제는 가뜩이나 암울한 노사관계가 더 험난해질 것이라는 데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회원사 및 주요 기업 252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2019년 노사관계 전망조사'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72.2%가 올해 노사관계가 지난해 보다 불안해질 것으로 봤다. 불안요인으로는 '기업 경영 악화에 따른 지급여력 감소'와 '유연근무제 도입 등 현안 관련 갈등 증가'를 꼽았다.

암울한 기업들의 경기 전망은 이를 뒷받침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작년 6월 이후 12개월째 기준선(100)을 하회하고 있다. 기준선을 밑돌면 그만큼 경기 전망이 어둡다는 반증이다. 특히 5월 전망은 내수(98.5)와 수출(98.0), 투자(97.0), 자금사정(97.2), 재고(103.5), 고용(99.8), 채산성(96.3) 등 모든 분야가 기준선 이하를 기록했다.

이를 의식한 듯 문 대통령은 1일 페이스북을 통해 "과거 노동이 ‘투쟁’으로 존중을 찾았다면, 앞으로의 세상에서는 ‘상생’으로 존중을찾아야 한다"며 "노동계도 우리 사회의 주류라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노동계측의 전향적인 자세를 요구했다. 과거 2년이 노동계가 권리를 찾는 데에 골몰했다면 이제는 사회의 주체로서 긍정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재계 관계자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 노동계의 자세 변화를 촉구한 만큼 정부 정책 역시 함께 가야 한다"면서 "노동계 또한 '투쟁하면 다 된다'는 의식을 버리고 진정한 상생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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