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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삼바 수사에 드리운 낙인효과


입력 2019.05.24 10:34 수정 2019.06.14 07:01        이홍석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 관련 무차별적 보도 우려 커져

시시비비를 가리는 판결 전 사실상 유죄라는 여론재판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 관련 무차별적 보도 우려 커져
시시비비를 가리는 판결 전 사실상 유죄라는 여론재판


삼성바이오로직스 전경.ⓒ연합뉴스 삼성바이오로직스 전경.ⓒ연합뉴스
몇 년전 우연치 않게 본, 여운이 깊게 남은 ‘더 헌트’라는 덴마크 영화가 있었다. 한 여자아이의 거짓말로 주인공의 인생이 철저히 파괴되는 과정을 담은 이 영화를 보면서 사실과 다른 이야기가 한 사람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안길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게 했다.

영화는 마을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약자로 여겨지는 여자아이가 성추행 당했다는 거짓말을 일방적으로 믿으면서 상대적으로 강자인 성인 남성의 주장을 철저히 배제하는 과정을 그렸다. 그 과정에서 법치주의, 특히 무죄추정의 원칙과 증거주의 원칙은 철저히 무시되고 피해자의 주장이 사람들의 입을 통해 기정사실화돼 버리면서 주인공은 공동체에서 철저히 배제됐다.

최근 국내에서는 이 영화같은 일이 현실이 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수사가 그러하다. 배경이 덴마크에서 한국으로, 사람들의 구전(口傳)은 추측성 보도로 바뀌었을 뿐 시시비비를 제대로 가리기도 전에 이미 유죄가 재단돼 가고 있는 분위기다.

검찰의 수사 관련 내용이 사전에 유출되는 바람에 사실 여부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는 내용들이 기사화되면서 온갖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임에도 쏟아지는 추측성 보도 때문에 유죄로 단정지어지는 분위기는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다.

삼성측에서 이례적으로 자료를 내고 “사실이 아니거나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내용들이 일부 언론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보도되고 있다”며 “추측성 보도가 다수 게재되면서 진실규명의 초기단계임에도 불구하고 유죄라는 단정이 확산되고 있다”고 밝힌 것도 이같은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2016년 10월,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졌을 때로 시계를 되돌려보자. 당시 최순실게이트 관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서 유명해진 ‘포괄적 경영승계’와 ‘묵시적 청탁’에 대한 1심과 2심의 판결은 달랐고 현재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사실상 포괄적 경영승계와 묵시적 청탁을 기정사실화해 버리는 보도와 소문들로 인해 대법원 판결이 나온다고 해도 국민들이 사실을 제대로 믿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니 사실과 거짓이 혼재되면서 제대로 판단할수 없게 된 상황이라는 말이 보다 정확할 듯 싶다.

올 들어 대한민국을 둘러싼 정치·경제·외교적 상황은 한치 앞을 모를 정도로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 북핵 문제는 여전히 골칫거리이고, 사방에 적신호가 켜진 경제는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온갖 의혹과 추측으로 사회적 혼란을 유발시키는 것은 누구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홍석 산업부 차장대우. 이홍석 산업부 차장대우.
유무죄에 대한 판단은 법원에 맡겨야 한다.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그에 따른 여론 재판이 낙인 효과로 이어지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과거 이미 여러 사건에서 이같은 우려가 현실화 된 상황을 맞이한 바 있다.

어쩌면 너무 선명해 영영 지울수 없는 유죄의 낙인효과의 비극으로 결말을 맺는 영화와 현실은 다르기를 기대해 본다.

헌법상 보장된 무죄 추정의 원칙은 모든 만인에게 적용돼야 하며 그것은 국내 최대 기업 총수에게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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