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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산제국가’ 대한민국


입력 2019.07.01 08:30 수정 2019.07.01 08:30        데스크 (desk@dailian.co.kr)

<김우석의 이인삼각> ‘인사행정’·‘재무행정’ 모두 정상 아님

판문점 '쇼'에 다시 대북관계에만 집착할까? 국내문제 다시 외면할까?

<김우석의 이인삼각> ‘인사행정’·‘재무행정’ 모두 정상 아님
판문점 '쇼'에 다시 대북관계에만 집착할까? 국내문제 다시 외면할까?


ⓒ데일리안 ⓒ데일리안

현재 우리나라는 아무리 봐도 ‘가산제국가(家産制國家)’다. ‘가산제국가’는 군주가 국가를 사적 가산으로 여기며 자의적으로 운영하는 전근대시대 국가를 말한다. 우리정부는 입만 열면 ‘4차산업혁명’을 주창하지만, 국가행정은 전통시대처럼 운영한다. 대통령 영부인인 김정숙 여사의 ‘버킷리스트 관광외유’논란은 부끄러움을 국민 몫으로 만들었다. 대통령 아드님의 취업특혜 논란이야 대통령 취임전이니 그렇다 치고, 대통령 취임 후 벌어진 따님의 해외 이주과정 의혹이나 이후 청와대 조치와 해명은 도저히 납득하기 힘들다. 개인의 사생활은 ‘최순실 경우’처럼 언젠가는 밝혀질 것이고 현재 상황에서는 기다려 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국정운영에서의 ‘가산제’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시급하고 명백한 국가적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행정의 양대 축은 ‘인사행정’과 ‘재무행정’이다. 문재인정부는 두 영역 모두에서 정상이 아님을 입증하고 있다.

먼저 국가재정을 다루는 ‘재무행정’을 살펴보자. 요즘 ‘전기요금’과 ‘건강보험료’ 인상이 뜨거운 감자다. 정부는 ‘여름철 전기요금을 복지차원에서 낮추라’고 한전을 압박했다. 한전 이사회는 정부의 압력에 일주일 동안 고민하다 지난 주말 ‘누진제 개편’을 수용했다. 그러자, 주주들은 이사회의 배임과 정부의 강압에 대해 법적 조치를 선언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한전은 정부기관이나 공기업이 아닌 민간 주식회사다. 당연히 주주의 이익이 고려되야 한다. 그런데, 기업경영에서 주주는 소외됐다. 시장경제를 중시하는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폭거다.

이미 오래전부터 이런 혼란은 예상됐다. 현 정부출범 이전 한전은 ‘황금알을 낳는 알자기업’이었다. 양질의 전기를 안정적으로 생산해 외국기업의 국내유치에 도움을 줬고 수익도 좋았다. 영업이익은 2014년 5조 8천억원, 2015년 11조 3천억원, 2016년 12조원, 2017년 5조원이었다. 그러던 기업이 현 정부들어 급격하게 ‘천덕꾸러기 적자기업’이 됐다. 지난 해에는 2000억 이상 적자가 발생했다. 요술같은 일이다. 그 이유가 원자재 비용 증가 때문이란다. ‘탈원전정책’으로 원자력이라는 가성비 높은 전력생산을 회피하느라 엄청나게 비싼 원료를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 석탄은 상대적으로 저렴했으나, 미세먼지 때문에 줄여야 했다. 당연히 값비싼 석유나 가스를 원료로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 신재생에너지는 기술적으로 초보단계였기 때문에 정부보조금 따먹는 게임이 되고 말았다. 정부의 실책으로 원가가 올랐는데, 정부는 이 적자기업이 요금도 올리지 못하게 했다.

‘설상가상’ 한전에 부담을 지우는 정책이 다시 강요됐다. 한전이 손실을 감당할 수 밖에 없는 선심성 정책인 ‘여름철 요금제 조정’이었다. 일부 국민이 두 어달 동안 매월 1만원 이상의 혜택을 본다고 한다. 그 댓가로 한전은 ‘추가로’ 2800억원 적자가 예상된다. 정부는 결과를 보고 재정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약속이 이행될 지 장담할 수 없다. 일부 재정지원이 있다 해도, 그 재정은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혈세다. 국민 주머니돈을 쌈짓돈 삼아 정부가 오지랖 넓게 선심을 쓰는 것이다. 요금을 올리지 않는 대신 세금이 올라가니 ‘조삼모사(朝三暮四)’가 아니고 뭐란 말인가? 주주입장에서는 세금도 오르고, 기업으로부터 배당도 못 받고, 주식 값도 떨어지니 삼중고(三重苦)를 겪게 되는 것이다. 반발하지 않으면 그게 비정상이다.

건강보험도 마찬가지다. 문재인정부는 대선공약으로 ‘탈원전’과 함께 ‘문재인캐어’를 약속했다. 둘 다 비현실적인 접근이었고 비판도 많았다. 그러나 현정부는 밀어붙였다. 문재인캐어를 건강보험 보장률을 현재 62%에서 70%까지 인상하는 정책이다. 이로 인해 대형병원에 환자가 쏠리고 중소병원은 고사(枯死)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의료계의 양극화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건보재정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정부와 건강보험공단은 슬그머니 보험료 인상을 제기했다. 그러나 가입자 단체가 반발했고, 보험료 인상은 유보됐다. 재미난 것은 민주노총, 한국노총이 가입자 단체로 가장 격렬하게 반대하는 것이다. 이들은 요금인상 전에 정부가 약속한 국고지원을 먼저 시행하라고 했다. 즉 세금으로 먼저 건보적자를 메꾸라는 요구다. 한전 주주보다 더욱 노골적이다. 역시 그들이 보는 국가재정은 ‘화수분’이다. 이런 일은 문재인정부의 공약 대부분에서 나타난다. 설익은 정책을 고안하고 예외 없이 밀어 붙인다. 무식하고 성실한 사람이 권력을 잡을 때 벌어지는 비극이다.

그런데, 한전과 건보공단은 왜 이런 결정에 순응하는 것일까? 다음 정권으로부터 ‘신적폐’로 처벌받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이유는 ‘인사권’ 때문이다. 한전은 공사에서 출발했고 대주주 즉 오너가 없는 기업이므로 실질적으로 사장을 정부가 임명한다. 결정권을 갖는 경영진이 정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다. 건보공단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니 ‘인사행정’이 더욱 중요한 것이다.

대통령은 ‘인사(人事)’를 통해 국정을 운영하고 대국민 메시지를 보낸다. 검찰총장 인사에서 보이듯, 야당에 선전포고하는 용도로도 쓰인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갖는 인사권은 ‘제왕적’이라 할 만큼 절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화과정을 거치며 최소한의 견제장치는 구비됐다. (‘최소한’이란 한계가 있음을 뜻한다) 대표적인 것이 국회 ‘인사청문회’다. 국무총리는 국회의 표결을 거쳐야 임명할 수 있지만, 장관은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하시라도 밀어붙일 수 있다. 현 정부들어 그렇게 강행된 장관급 인사가 벌써 10여명이다. 이런 인사가 앞으로 얼마나 반복될지 알 수가 없다. ‘조국 수석 법무장관설’을 볼 때 조만간 다시 반복될 것 같다. 보조적으로 행정부 책임자를 국회에 불러 추궁하는 ‘대정부질문’과 ‘국정감사’가 있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절대적인 권한을 갖게 된 청와대 고위참모를 국회에 부르기는 너무도 힘들다. 그 중 인사라인(민정, 인사)이 가장 어렵다. 그러니 청와대 인사난맥을 따질 방법이 없다.

얼마 전 인사수석이 교체됐다. 조조라인이라 불린 두 사람 중 조국 민정수석은 살아남아 장관 영전까지 노리고 있지만, 조현옥 인사수석은 김외숙 수석으로 교체됐다. 조현옥 전수석은 김정숙여사의 고등학교(숙명여고) 후배다. 당연히 손혜원의원의 후배이기도 하다. 정치권에서 생소한 조 수석이 인사수석을 되었을 때, 항간에는 영부인의 영향력이 컸다는 소문이 돌았다. 김외숙 수석은 부산에서 문대통령과 함께 변호사로 활동하는 인물이다. 수석이 되기 전 법제처장에 임명됐을 때부터 문대통령과 각별한 관계가 회자됐다. 현 정부 인사수석은 일관되게 대외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고, 대통령 내외와 각별한 인연을 갖는 인사가 기용된 것이다. 조국 수석은 ‘회의 때 SNS에만 집중하고 인사검증엔 큰 관심이 없다’는 소문이 돌았으니, 대통령의 비정상적인 인사독점은 걸러질 방법이 없었다.

이런 비법은 문 대통령이 노무현정부 민정수석 발탁 때부터 학습했을 것이란 추측이 많았다. 대선과정에서 특별한 공이 없던 문재인 변호사를 민정수석에 앉힌 것은 그 만큼 캠프와 당의 압력으로부터 인사권 등을 지키려는 노무현 대통령의 심고원려가 있었기 때문이란 관측이 많았다. 이를 몸으로 채득한 문 대통령의 입장에서 이 분야는 전문영역인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당내 소수파로 권력을 잡아 외압이 컸고 두려웠을 것이다. 지금은 다르다. 무소불위 절대권력을 갖은 정권이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견제기능을 무력화시키면 정권을 민심과 유리될 수밖에 없다. 과거정권에서 확인되듯, 안방에서 인사를 전횡하면 최후는 항상 불행했다.

어제(30일) 판문점에서는 다시 대단한 쇼가 벌어졌다. 우리 정부는 들러리가 됐지만, 트럼프의 노련한 ‘외교적 수사’로 힘과 용기를 얻은 것 같다. 거기까지는 다행이다. 그런데 돌연 걱정이 몰려온다. 현 정부는 북한과의 관계가 어려워지자 경제 등 국내문제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비로소 작은 희망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이번 판문점 행사로 ‘뽕 맞은 것 처럼’ 다시 대북관계에만 집착할까 두렵다. 다른 중요한 국내문제를 다시 모두 외면할까 걱정이다. 국민은 잠시는 눈 감아 줄 수 있지만, 결국 현실적인 삶에 따라 판단한다. 지금처럼 외면하면, 재정과 인사난맥은 내년 총선에서 현 정부를 심판하는 주된 명분이 될 것이다.

글/김우석 (현)미래전략연구소 부소장·국민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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