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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내우외환 그림자 뒤덮은 삼성


입력 2019.07.14 08:00 수정 2019.07.14 10:05        이홍석 기자

주력 반도체·스마트폰 부진 속 하반기 실적 개선도 불투명

검찰 수사·재판으로 이재용 부회장 글로벌 경영 행보 발목

주력 반도체·스마트폰 부진 속 하반기 실적 개선도 불투명
검찰 수사·재판으로 이재용 부회장 글로벌 경영 행보 발목


일본 정부가 오는 4일부터 반도체 관련 소재 3개 품목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사진은 삼성전자 직원들이 클린룸 반도체 생산라인 사이를 걸어가고 있는 모습.(자료사진)ⓒ삼성전자ⓒ 일본 정부가 오는 4일부터 반도체 관련 소재 3개 품목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사진은 삼성전자 직원들이 클린룸 반도체 생산라인 사이를 걸어가고 있는 모습.(자료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에 내우외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주력사업인 반도체와 스마트폰의 부진이 심화된 가운데 하반기 실적 개선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검찰 수사와 재판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글로벌 경영 행보도 발목이 잡힐 처지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실적으로 매출 108조3900억원과 영업이익 12조7300억원을 기록, 전년동기(매출 119조500억원·영업이익 30조5100억원)에 비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8.95%와 58.28% 감소했다.

지난해 메모리반도체 초호황의 효과가 컸던 탓도 있지만 주력인 반도체와 스마트폰 부진 속에 디스플레이도 성적표가 전반적으로 좋지 못했다.

미·중 무역분쟁에 일본 소재 수출 규제...녹록치 않은 대내외 환경

더 큰 문제는 하반기에도 주력 사업의 업황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제품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등 수요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으면서 반등 시기 전망이 뒤로 밀리고 있는 양상이다.

스마트폰은 갤럭시S10에 이어 '패블릿' 노트10과 '폴더블' 갤럭시폴드 등 신제품 출시가 줄줄이 대기 중이지만 전반적인 수요 감소 속 경쟁까지 심화되고 있는 양상으로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디스플레이와 가전도 고군분투 중이지만 비중에서 반도체와 스마트폰과 격차가 커서 개선된다해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대내외 상황도 녹록치 않다.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 강화 등의 악재로 인한 부정적 영향도 우려되고 있다.

지난달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회의에서 잠시 '휴전'에 들어가긴 했지만 미·중간 무역 분쟁은 'G2간의 IT 패권 경쟁'이라는 분쟁의 본질상 언제 다시 재현될 지 모르는 상황이다.

반도체를 중국에 수출하고 가전 등 완제품을 미국에 수출하는 삼성전자의 입장에서는 미·중 간의 분쟁이 악화되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 강화 등의 악재로 인한 부정적 영향도 우려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일부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요한 불화수소(애칭가스)·포토리지스트(감광액)·플루오린폴리이미드 등 3가지 핵심 소재에 대해 수출 규제에 나섰다.

회사 관계자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에서 휴대폰과 TV 등 완제품까지 이어지는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는 삼성전자 고유의 강점"이라며 "5G와 시스템반도체 등 새로운 분야에 대한 야심찬 도전을 시작하려는 터에 일본의 소재 수출 규제가 시작되면서 공급 사슬(Supply Chain)의 입구가 막힐 위기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후 서울 김포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후 서울 김포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하고 있다.ⓒ연합뉴스
점점 확대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재계 "경영차질 없어야"

국내 상황도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최순실게이트 관련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검찰 수사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대법원 판결 결과에 따라 이번 일본의 소재 수출 규제 조치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 출장을 다녀오는 등 적극적인 경영행보도 발목을 잡힐 수 있는 상황이다. 1심에서 구속됐던 이 부회장은 2심에서 집행유예 판결로 석방된 바 있다.

또 분식회계 의혹에서 시작된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는 이제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 여부로 까지 확대되고 있다.

당초 수사의 시작점이었던 분식 회계 의혹에 대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승계 문제와 엮으면서 수사의 초점이 달라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김태한 사장 등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영진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소속 임원들까지 소환 조사를 벌이고 일부는 구속했다.

특히 사업지원TF가 삼성전자 등 전자 계열사의 협업과 미래 사업을 챙기는 역할을 해 왔다는 점에서 업무에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부품 등을 담당하는 전자 계열사의 역량을 총결집해도 돌파하기 힘든 난관에 처했는데 계열사들 간의 시너지 창출을 전담해 온 조직이 마비된 상태가 된 것이다.

삼성전자 측은 "삼성은 지금까지 크고 작은 위기를 겪어 왔지만 오너와 전문경영인들로 구성된 참모조직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계열사의 역량을 결집해 위기를 돌파해 왔다"며 "하지만 지금은 이러한 오너와 참모조직의 시스템이 거의 마비되다시피한 상황으로 '퍼펙트 스톰'과 같은 위기감이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도 국내 최대 기업 삼성전자의 위기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기 위한 인재 확보, 기술 개발, 업체 간의 합종연횡이 이어지고 있는데 삼성전자는 사업행보에 걸림돌이 많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삼성은 국내외에서 무차별적으로 닥치고 있는 악재에 무방비로 노출되면서 '미래 비전' 구상과 실현에 몰두할 수 없는 상황으로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은 물론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과연 유지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다.

특히 삼성전자가 아닌 국가 전체가 '비상상황'인 만큼 기업이 위기를 돌파하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도록 '일 할 수 있는 여건'은 만들어 줘야한다는 것이다. 시시비는 명확히 가리되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지혜가 필요하며 큰 위기에 작은 소신과 원칙을 고집하다 큰 일을 그르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시시비비를 따져서 죄에 맞게 처벌이 이뤄져야 하는 것은 맞지만 여론에 편승해 재판이 이뤄지기 전에도 단죄가 이뤄지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며 "무죄 추청의 원칙과 불구속 수사를 통해 사실로 밝혀진 죄는 묻되 기업과 기업인에 미치는 영향은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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