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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에 대한 ‘무한 인내’의 배경은 무엇인가


입력 2019.08.05 09:00 수정 2019.08.05 08:32        데스크 (desk@dailian.co.kr)

<이진곤의 그건 아니지요> 북한 미사일 위협에도 침묵 일관

정통성 적폐청산‧반일에서 찾나…‘북한포용’·‘일본배척’은 정해진 메뉴

<이진곤의 그건 아니지요> 북한 미사일 위협에도 침묵 일관
정통성 적폐청산‧반일에서 찾나…‘북한포용’·‘일본배척’은 정해진 메뉴


ⓒ데일리안 ⓒ데일리안

북한 김정은의 작태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무한인내’다. 젊은 독재자와 그 주구들의 거리낌 없는 조롱과 협박에 대해서 문 대통령이 정색을 하고 비판하거나 불편한 안색을 드러낸 적이 없다. 이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직접 소통하고 있다며 문 대통령을 무시하고 면박주고 해도 서운해 하는 기색조차 안 보인다(그런 일이 있었다면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뉴스거리로 삼는 언론들이 빠뜨렸을 리가 없다).

최근 북한이 잇달아 단거리 발사체들을 쏴댔고, 그 때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가 열렸지만 거기에 문 대통령은 없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회의 결과를 보고 받았다고만 했을 뿐이다. 대한민국 국군통수권자인 문 대통령이 북한의 공공연한 군사적 위협에 적극적인 관심을 표하지 않았다. 이는 대통령으로서의 책무를 방기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지만 그에 대한 해명조차 하는 법이 없다.

북한 미사일 위협에도 침묵 일관

북한은 7월 25일 쏜 것은 신형단거리탄도미사일, 31일과 8월 2일 쏜 것은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라고 밝혔다. 그런데 우리 군은 이를 명확히 판단해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정도가 아니라 이른바 ‘신형’의 성능조차, 북한이 개발 중일 때는 상상해보지 못했던 듯하다. 실전에서 그걸 방어할 확실한 수단을 우리가 갖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게다가 우리가 후견국으로 믿어왔던 미국은 심드렁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히려 북한 역성을 드는 인상까지 준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단거리 미사일 시험은 싱가포르 합의 위반이 아니다”라고 썼다. 김정은이 친구인 자신을 실망시키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제까지의 대화무드를 이어가고 싶다는 뜻이겠다. 재선준비를 해야 하는 트럼프의 한계다. 그리고 이것이 한국 안보의 현실이다.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문 대통령의 태도도 대북 자세와 비슷하다. 지난달 23일 동해 상공을 두 나라의 전폭기들과 조기경보통제기가 휘젓고 다녔지만 이렇다 할 반응이 없다. 영공까지 침범했다는데도 말 한 마디 하지 않았다. 이들 두 국가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의 인내 혹은 겸손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중국의 경우, 사드(THAAD) 파동 이래 저들의 교만, 우리의 과공은 여전하다. 대통령이 국빈방문을 했다가 열 끼니 가운데 두 끼니만 중국 측 인사들과 함께 했을 정도로 홀대를 받았지만 청와대‧외교부 어디서도 유감표명 한마디가 없었다. 수행했던 기자가 대통령의 지근거리에서 중국 측 보안요원에게 중상을 입을 정도로 폭행을 당했어도 청와대나 외교부가 항의했다는 말은 들리지 않았다.

만약 일본에 가서 그런 대접을 받았다면 어땠을까? 청와대‧외교부는 말할 것도 없고 좌파진영‧촛불집회 참여세력들 일제히 들고 일어났을 게 틀림없다. 어쩌면 충성스런 참모들의 진언에 따라 일정을 다 소화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귀국해버렸을지도 모른다(일본에서 오래 머물 일이 없으니 이는 말 그대로 가상일 뿐이다).

어쨌든 국가안보에 대해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느긋함 차분함이 지나쳐 무감각해 보이기까지 하는 문 대통령이지만 일본과 사이에 갈등 요인이 생겨나면 잠시를 못 참고 노여움을 표한다. 그가 총애하는 참모들은 그때마다 덩달아 추임새를 넣는다. 이 모두가 말 그대로 ‘반사적 분개’다. 일본이 만만해서? 아무리 셈이 느리다한들 일본과 우리의 국력차이를 모를 리가 없다. 그렇다면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이 항일가문의 자손이라는 말은 들은 바 없다. 임진왜란, 한말 일제의 침략과 식민통치기, 아니면 고대 왜구(좌파세력들이 걸핏하면 아무나 ‘토착왜구’운운한다 해서 하는 말인데)의 침략기에 그 집안의 조상들이나 앞 세대들이 목숨을 바쳐 나라를 구했다는 기록을 본 기억도 남아 있지 않다(있다면 국민 교육용으로라도 자료를 만들어 배포하는 게 좋겠다). 그런데 왜 문 대통령은 유독 일본에 대해 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정통성 적폐청산‧반일에서 찾나

혹 정권의 정통성 정당성에 대해서 자신감을 못 가진 탓은 아닌가. 물론 문 대통령 개인에 해당되는 말이다. 촛불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은 오랜 기간 힘겹게 투쟁했노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문 대통령의 경우는 남이 닦아준 대로를 달려 아주 쉽게 청와대에 입성했다. 대통령직을 그처럼 수월하게 차지한 사람도 국내외적으로 그리 흔치 않을 것이다. 그래서 문재인 정권 등장의 역사적 정치적 필연성을 부각시켜야 한다고 생각한 건 아닐까?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통성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1948년 건국설을 배척하고 1919년 건국설을 채택해야 한다.” 그런 인식으로 역사 해체 및 재구성부터 시도했는데 그게 여의치 않았다. 그럴 경우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의 북한은 갈 데 없는 ‘정부참칭반국가단체’ ‘반란수괴’가 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을 같이 하자고 대통령이 나서서 제의하고 추진했다가 거부 당해 머쓱해지고 만 까닭도 달리 있지 않다고 본다.

이와 함께 역점 사업(?)으로 추진한 것이 ‘적폐청산’이다. 문 대통령 등장 이전의 보수정권들을 적폐집단 불법집단으로 단죄함으로써 (자신들이 주장해 마지않는 바) 촛불혁명정부 출현의 필연성‧당위성을 부각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을 법하다. “정의의 사자가 나타나 불의의 세력을 몰아내고 단죄했다”고 역사에 기록되게 하고 싶다는 열망에, 지금까지도 불타고 있는 건 아닐까?

밖으로도 문재인 정부의 역사적 자리매김이 필요하다. 민족주의에서 그 길을 찾았다고 여겼을 것 같다. 이미 좌파들은 ‘민족’을 들어 북한정권을 포용하면서 함께 보수정권과 보수이념‧보수세력을 공격해 왔다. 정권측이 이에 편승했으리라는 것은 상식적 추론이다. ‘민족주의’를 부각시키려면 ‘북한포용’ ‘일본배척’은 정해진 메뉴다. 자기들 민족의식의 선명성을 드러내 보이면서 보수세력의 민족적‧이념적 ‘타락상’을 공격하는 쪽으로 ‘문재인 촛불혁명정부 꾸미기’ 전략을 수립했을 수 있다고 여겨진다.

그게 아니라면 문 대통령의 행태 행보를 이해할 길이 없다. 정말 그런 배경이 아니라면 아무런 국가경영의 비전 전략도 없이 되는 대로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든지…. 지금은 국가 리더십의 부재상태다. 대통령과 정부의 리더십이 지금처럼 갈지자행보를 보인 적은 일찍이 있었던 것 같지 않다. 아예 ‘내일’이라는 것은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는 것인가.

당면한 국가안보의 위기에는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과거를 오늘에 되돌려 인근 국가와 ‘전면전’을 벌일 듯 하는 문 대통령의 속내를 도무지 알 수 없어 더 불안하다. 도대체 대통령은 뭘 생각하면서 나라를 어디로 이끌고 가려 하는지 직접, 아니면 참모들을 시켜서라도 명확히 말해줄 수 없는가요?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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