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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상품 손실 '흑역사' 살펴보니…은행 잘못에도 배상 '절반만'


입력 2019.08.20 06:00 수정 2019.08.20 17:06        박유진 기자

불완전판매 확인돼도 투자자 역시 책임 분담해야

과거 분조위 조정서 고객이 손실 50% 책임지기도

불완전판매 확인돼도 투자자 역시 책임 분담해야
과거 분조위 조정서 고객이 손실 50% 책임지기도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가 지난 2010년 공개한 펀드 불완전판매 분쟁 조정 사례안ⓒ데일리안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가 지난 2010년 공개한 펀드 불완전판매 분쟁 조정 사례안ⓒ데일리안

금리 연계형 파생결합증권상품(DLS)에서 촉발된 대규모 손실 사태가 은행들의 불완전판매에 따른 것으로 판정돼도 투자자들의 불만은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사가 원금 손실 안내 등을 제대로 하지 않아도 투자자 과실 역시 인정돼 온 기존의 판결 사례들이 재현될 공산이 커서다. 최악의 경우 은행의 잘못이 확인되더라도 손실 금액의 절반을 날릴 수 있어 투자자들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금까지 6개 금융사들이 판매한 금리 연계형 파생금융상품 DLS의 잔액은 8224억원으로 이 중 원금손실액은 4558억원으로 추정된다. 은행의 판매액만 8150억원에 달하며 기초자산별로는 독일국채 10년물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의 예상손실률이 95.1%으로 집계된다. 개인과 법인 투자자를 포함해 상품에 투자한 소비자만 3842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돼 대규모 소비자 피해가 예상된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조만간 분쟁조정위원회에 관련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신속히 분쟁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조정안 마련 시 과거 비슷한 상품의 불완전판매 사례인 분조례를 참고할 계획인데, 원금 상당수를 보전받기란 불가능할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과거 금융감독원이 진행한 분쟁조정위원회 조정 사례집만 살펴봐도 금융사의 책임을 100% 인정했던 사례는 나오지 않았다.

금융분쟁조정위원회 펀드 불완전판매 분쟁 사례에 따르면 지난 2006년 A금융사 직원은 상품의 원금 손실 여부를 묻는 투자자의 질문에 '원금 손실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거짓 주장을 내세워 분쟁이 발생했지만, 투자자의 부주의도 인정돼 과실상계 비율은 50%로 결정됐다.

당시 분조위는 금융사 직원이 투자자에게 원금손실 가능성과 손익구조 등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고 봤지만 금융사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지 않았다. 투자자가 과거에도 비슷한 상품에 투자한 경험이 있고, 이를 통해 금전적 혜택을 누린 점 등을 근거로 소비자의 과실도 인정했다.

2015년 해외 원유 선물을 기초자산으로 삼은 상장지수증권(ETN) 판매 불완전판매 분쟁 건도 마찬가지다. 당시 C금융사는 '적극투자형'에 해당하는 투자자에게 초고위험인 ETN 상품을 추천했고, 그 과정에서 투자 구조와 위험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문제가 지적됐다.

투자를 진행했던 소비자는 원유나 원자재, 선물에 투자하는 고위험 상품을 가입한 경험이 없었는데 분조위는 투자자에게도 일정 부분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투자자로서의 상품 운용 의무를 게을리한 점 등을 근거로 손해액의 30%만 금융사가 물어주기로 판결했다.

현재 일부 소비자들은 법무법인 등을 통한 계약취소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소송과 손해배상 청구소송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소송이 마무리되기까지 최소 2~3년이 소요될 예정이라 사태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법무법인 한누리, 금융소비자원 등은 관련 상품을 판매한 KEB하나은행, 우리은행에 대해 계약취소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소송과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전액 배상을 목표로 단체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그동안 파생상품의 불완전판매 판단 때 소비자가 전액을 배상받은 사례는 없지만 이번 건의 경우 이미 일정 부분 원금의 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상품 판매가 이뤄지는 등 전액에 가까운 배상을 청구할 사유가 과거보다는 많아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파생상품은 과거에도 불완전판매 논란이 끊이지 않아 온 상품인 만큼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박유진 기자 (rorisang@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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