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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시채용이 대세"…정부 줄세우기식 채용압박 안 통한다


입력 2019.09.17 06:00 수정 2019.09.16 17:37        박영국 기자

정기공채 사라지며 채용확대 약속 이행 여부 확인 어려워

'눈치 안 보고, 경영 상황에 따라 적정인원 채용' 확산 전망

정기공채 사라지며 채용확대 약속 이행 여부 확인 어려워
'눈치 안 보고, 경영 상황에 따라 적정인원 채용' 확산 전망


구직자들이 채용 공고 게시판을 보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구직자들이 채용 공고 게시판을 보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주요 대기업들이 상·하반기 정기공채를 폐지하고 상시채용으로 전환하면서 과거 정부가 고용지표를 끌어올리기 위해 기업들을 압박하던 관행도 사라질 전망이다.

정부 고위층이 대기업들을 돌며 채용 확대 약속을 받아내더라도 후일 이행 여부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 SK그룹, LG그룹, 신세계그룹, 두산그룹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정기공채를 상시공채나 수시채용으로 전환하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초 10대 그룹 최초로 정기공채를 폐지하며 스타트를 끊었다. 기존 정기공채 방식으로는 적시에 적합한 인재를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어 연중 상시공채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SK그룹도 내년 상반기부터 공채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상시‧수시채용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LG그룹은 LG생활건강, LG화학, LG상사, 에스앤아이 등 각 계열사에서 상시채용을 진행하며, 신세계 그룹은 연 1회 공채를 진행하고, 그 외 상당 부분은 상시채용으로 인력을 충원한다. 두산그룹도 마찬가지다. 두산 디지털이노베이션을 비롯한 각 계열사에서 상시채용으로 인재를 확보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2019년 주요 대기업 대졸 신규채용 계획’에 따르면 대기업 절반 이상(55%, 72개사)이 공개채용과 수시채용을 동시에 실시하고 있으며, 수시채용 비중은 평균 63.3%로 공채(35.6%)보다 27.7%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시채용 비중이 90% 이상인 기업이 29.2%에 달했다.

매년 상·하반기로 나눠 대규모 인원을 모집하던 채용방식을 수시채용으로 전환한 배경에 대해 대기업들은 “필요 인재를 필요한 시기에 채용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성장 정체기에 직면한 산업계 현실을 감안할 때 다양한 분야에서 대규모 인원을 한꺼번에 채용하는 방식은 부적절하며, 특정 분야에서 적합한 인재를 시기에 맞춰 채용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이런 배경과는 별개로, 수시채용 방식이 정부의 ‘채용압박’으로부터 자유로움을 보장한다는 효과도 발생하게 됐다.

정부가 경제지표를 개선하기 위해 기업들을 돌며 고용과 투자 확대를 독려하던 관행은 역대 어느 정권에서건 있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2017년 말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주요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독려 방문’을 진행한 바 있다.

정부 고위층의 방문 시점, 혹은 약간의 시차를 두고 대기업들은 ‘자발적’으로 고용과 투자 확대를 발표해 왔지만 강제성이 전혀 없었다고 보긴 힘든 상황이었다.

특히 고용 부분은 반기별 정기공채 인원이 약속 이행 여부와 직결되는지라 실적이 악화되더라도 최소 ‘전년수준 유지’라는 선은 지켜야 했으니 상당한 부담이 될 터였다.

하지만 이를 수시채용으로 전환하고 연간 채용인원을 가늠할 수 있는 경로가 사라지면서 기업들은 채용압박 부담에서도 벗어날 수 있게 됐다.

한경연 조사에 따르면 올해 신규채용(신입+경력)을 지난해보다 줄인다는 대기업은 33.6%에 달했다. 경기상황 악화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 증가 등의 요인을 눈치 볼 필요 없이 현실적으로 반영하는 추세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재계 한 관계자는 “애초에 정부 압박으로 기업이 필요한 인원보다 채용을 늘린다는 것 자체가 비상식적인 일이었다”면서 “수시 모집으로 적정 수준의 인재를 적기에 채용하는 추세는 앞으로도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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