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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함정' 국민은행 100조 中企 대출 '고무줄 이자'


입력 2019.10.08 06:00 수정 2019.10.08 06:12        부광우 기자

보증서·물적 담보, 신용한도 등 대부분 영역서 '이자율 최고'

남다른 가산·우대 금리 계산에 비싸진 대출…소비자 부담 가중

보증서·물적 담보, 신용한도 등 대부분 영역서 '이자율 최고'
남다른 가산·우대 금리 계산에 비싸진 대출…소비자 부담 가중


국내 4대 은행 중소기업 대출 유형별 금리.ⓒ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4대 은행 중소기업 대출 유형별 금리.ⓒ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KB국민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이 다른 대형 은행들에 비해 대부분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금리만 놓고 보면 국민은행의 이자가 가장 저렴해 보이지만, 여기에 더하고 빼는 각종 금리를 계산해 보면 결과적으로는 비싼 중소기업 대출로 둔갑하는 식이다. 특히 시중은행들 중에서는 홀로 중소기업 대출이 100조원을 돌파할 정도로 관련 시장의 큰 손인 국민은행이 이처럼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고금리를 고수하면서 소비자들의 부담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8월 신규 취급액 기준 신한·국민·우리·KEB하나은행 등 국내 4대 은행들의 보증서 담보 중소기업 대출 금리는 평균 3.52%로 집계됐다. 보증서 담보 대출은 고객이 부족한 신용을 보강하기 위해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보증기금 등 외부 보증기관에서 보증서를 발급받아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경우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의 금리가 가장 비쌌다. 국민은행의 보증서 담보 중소기업 대출 이자율은 3.71%로 조사 대상 은행들 가운데 유일하게 평균을 웃돌았다. 그 만큼 국민은행 이 대출 시장의 금리를 전반적으로 끌어 올리고 있다는 얘기다. 나머지 은행들의 보증서 담보 중소기업 대출 금리는 ▲신한은행 3.50% ▲우리은행 3.48% ▲하나은행 3.38% 등 순이었다.

중소기업들에 대한 신용 대출 역시 국민은행이 높은 이자율을 책정하고 있었다. 국민은행의 중소기업 신용 대출 금리는 4.70%로 4대 은행 평균(4.54%)을 0.16%포인트 웃돌았다. 다른 곳들의 중소기업 신용 대출 이자율은 ▲우리은행 4.59% ▲하나은행 4.49% ▲신한은행 4.39% 등으로 모두 국민은행보다 낮았다.

흔히 마이너스 통장이라 불리는 신용한도 대출에서도 국민은행은 중소기업들을 상대로 홀로 5%가 넘는 비싼 금리를 적용하고 있었다. 국민은행의 중소기업 신용한도 대출 이자율은 5.20%로 4개 시중은행 평균(4.86%) 대비 0.34%포인트 높았다. 나머지 은행들의 같은 대출 금리는 ▲우리은행 4.80% ▲신한은행 4.72% ▲하나은행 4.70% 등으로 4%대를 나타냈다.

이 같은 각종 중소기업 대출들 중에서 그나마 국민은행이 저렴한 영역은 부동산과 같은 물적 담보를 받고 내주는 대출뿐이었다. 국민은행의 물적 담보 중소기업 대출 이자율은 3.43%로 4대 은행 평균(3.50%)보다 0.07%포인트 낮았다. 우리은행(3.41%)의 물적 담보 중소기업 대출 금리가 국민은행에 비해 다소 저렴했고, 신한은행(3.56%)과 하나은행(3.58%)은 이보다 비싼 편이었다.

이렇게 거의 모든 종류의 중소기업 대출에서 국민은행의 이자율이 높은 배경에는 남다른 금리 계산이 자리하고 있다. 은행들의 대출 이자율 산정에는 크게 기준금리와 가산금리, 가감조정금리 등 세 가지 항목이 이용된다. 우선 기반이 되는 기준금리에 개별 은행이 각자의 영업비용 등을 반영한 가산금리를 더한 뒤, 흔히 우대 금리라 불리는 가감조정금리를 제하고 나면 특정 고객에 대한 최종 이자율이 결정된다.

가장 기초가 되는 기준금리만 놓고 보면 국민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은 오히려 제일 저렴해야 맞다. 주요 중소기업 대출 부문에서 국민은행의 기준금리는 ▲보증서 담보 1.56% ▲신용 1.53% ▲신용한도 1.53% 등으로 4대 시중은행들 가운데 최저였다. 이들 세 부문에서 국민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금리가 가장 높았던 것을 감안하면 상반된 모습이다.

낮은 기준금리에도 불구하고 국민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이 비싼 이유는 가산금리와 가감조정금리에 있다. 보증서 담보와 신용한도 대출은 가산금리가 높은 경우다. 국민은행이 보증서 담보와 신용한도 중소기업 대출에 정한 가산금리는 각각 3.81%, 5.39%로 해당 분야들에서 조사 대상 은행들 중 최고였다.

신용대출에서는 가감조정금리가 문제였다. 국민은행의 중소기업 신용 대출에 대한 가감조정금리는 1.72%로 4대 은행들 중 제일 낮았다. 즉, 경쟁 은행들에 비해 우대 금리를 짜게 매기면서 최종적인 대출 이자가 비싸졌다는 뜻이다.

국민은행의 고금리 중소기업 대출에 더욱 시선이 쏠리는 까닭은 시장에서의 큰 영향력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시중은행들 중에서 가장 많은 중소기업 대출을 확보하고 있는 곳이다. 이처럼 국민은행의 중소기업 고객들이 많다는 것은, 결국 비싼 이자의 영향을 받는 이들도 다수라는 의미다.

국민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지난 달 20일 100조1000억원을 기록하며 100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특수 은행인 IBK기업은행을 제외하면, 국내 어떤 은행들보다 큰 금액이다. 국민은행의 실질적 경쟁자들인 신한·우리·하나은행 등이 보유한 중소기업 대출 규모는 아직 약 80조원 대 수준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산·우대 금리가 은행들 나름의 고유 영업 영역이긴 하지만, 국책은행이나 지방은행과 같은 특수 조직이 아닌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대형 시중은행들 사이에서 눈에 띄는 격차가 발생하는 현실은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구석이 있다"며 "과거부터 잊을만하면 반복돼 왔던 은행들의 고무줄 이자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은행들은 소비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범위에서 금리를 산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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