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고액 현금거래 놓친 우리은행 '기관경고'


입력 2019.10.15 06:00 수정 2019.10.15 10:07        부광우 기자

내부 시스템 문제 파악하고도 조치 미흡

규제 강화 속 금융당국 경고메시지 주목

내부 시스템 문제 파악하고도 조치 미흡
규제 강화 속 금융당국 경고메시지 주목


우리은행이 금융당국에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하는 고액 현금거래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재를 받게 됐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우리은행이 금융당국에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하는 고액 현금거래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재를 받게 됐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우리은행이 금융당국에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하는 고액 현금거래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재를 받게 됐다. 더욱이 이와 관련된 내부 시스템에서 문제가 불거지고 있음을 알고도 이에 대해 제대로 조치를 해오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금융권의 자금세탁 관리 실태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와중 나온 금융당국의 지적이라는 점에서 한층 시선이 쏠린다.

15일 금감원에 따르면 고액 현금 및 의심스러운 거래 보고를 위반한 우리은행에 대한 기관경고 제재가 이번 달 최종 확정됐다. 금융사 입장에서 기관경고는 대주주 적격성에 결격사유가 발생해 자회사 인수가 어려워지고 향후 1년 간 신사업 진출도 막히는 중징계다. 더불어 3년 이내에 기관경고를 3회 이상 받게 되면 영업정지 조치도 받을 수 있다.

다만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징계는 이뤄지지 않았다. 우리은행이 지난해 새 전산망을 도입하면서 시스템이 불안정해 보고를 제때 하지 못한 사실을 파악하고, 금융당국에 이를 자진 신고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우리은행은 올해 4월 자금세탁방지부를 자금세탁방지센터로 격상하고 전문 인력을 대폭 증원했다.

금감원 점검에서 우리은행은 지난해 6월까지 상당수 고액현금 거래를 정해진 기한 내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은행이 관련법을 어길 당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금융사는 2000만원 이상의 현금을 금융거래를 통해 주고 받았을 때, 그 사실을 30일 안에 FIU에 통보해야 한다. 올해 7월부터는 해당 금액이 1000만원으로 내려가며 기준이 더욱 강화된 상태다.

특히 우리은행은 내부적으로 잘못된 부분을 발견하고도 이를 제대로 손보지 않아 사태를 키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은 고액 현금거래 보고 의무를 위해 자금세탁방지 전산 시스템을 구축·운영했지만, 해당 시스템 상 외부 전송용 보고서 파일 생성 과정에 오류가 생겨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고액현금 거래 보고가 누락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럼에도 우리은행이 모니터링을 소홀히 해 오류 발생과 보고 누락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지적이다.

우리은행이 자금세탁방지 전산 시스템을 도입한 것은 2016년 9월의 일이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7년 1월 시스템 운영 위탁업체의 도급 직원이 점검 과정에서 일련번호 오류 발생 사실을 찾아냈다. 하지만 우리은행이 근본적인 개선 조치 없이 일련번호만 임시로 수정하면서 오류가 다시 발생하게 됐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또 우리은행이 이 시스템의 보고완료 여부 조회 화면이나 FIU 홈페이지를 통해 최종 보고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확인·점검을 실시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더욱 아쉬운 대목은 지난해에 추가로 이런 허점을 메울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우리은행이 이를 놓쳤다는 점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5월 우리은행이 차세대 전산 시스템 구축을 위한 사전 점검을 실시할 때도 고액 현금거래 보고 시스템 점검 결과에 대한 확인과 오류 시정 관리가 미흡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3~4월 실시된 테스트에서 특정 유형의 고액 현금거래 추출 과정에 오류가 나왔지만, 우리은행이 시정조치 요청을 누락하거나 철저히 사후 확인을 하지 않았다고 봤다.

이밖에 우리은행은 의심스러운 금융 거래 보고 의무도 어겼던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사는 거래의 상대방이 자금세탁 행위나 공중협박자금조달 행위를 하고 있다고 의심되는 합당한 근거가 있는 경우 그 사실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의심 거래 대상으로 판단될 때 즉시 FIU에 알려야 하지만, 우리은행은 2017년 1월부터 올해 1월에 이르기까지 이 같은 여러 사례들을 지연 보고했다.

이런 우리은행의 제재가 금융권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그 시점에 있다. 올해부터 우리나라도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평가를 받게 된 가운데 은행들이 요주의 대상으로 떠올라서다. 우리나라는 내년 2월까지 FATF의 상호평가를 받아야 한다. 올해 7월부터는 특금법으로 불리는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시행됐다. 이에 따르면 자금세탁 방지와 테러자금 조달 금지 의무를 어긴 금융사는 최대 1억원까지 과태료를 물게 된다.

앞서 정부가 시행한 자금세탁 위험 평가 결과에서 국내 금융권 가운데 은행이 가장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위기감은 더욱 커진 상태다. 정부가 지난해 8월까지 FIU와 기획재정부, 법무부 등 12개 기관과 함께 관련 실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은행의 자금세탁 위험은 '중간 높음'으로 판단됐다. 이는 전 금융권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장 FATF를 통해 큰 허점이 나올 정도로 국내 은행들의 체계가 부족하다고 여겨지지는 않지만, 처음으로 이뤄지는 점검이라는 점은 분명 부담 요인"이라며 "은행들의 해외 사업 확대로 자금세탁방지 규제가 계속 강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FATF 평가를 계기로 내부 시스템을 더욱 단단히 다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