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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워지는 보험약관 실효성 의문…업계 "분쟁 불쏘시개 될수도"


입력 2019.10.23 06:00 수정 2019.10.23 08:20        이종호 기자

보험약관 시각화 해석의 차이 발생 우려 …약관 본문 오히려 늘어나

보험상품 법률 및 의료리스크 검증 강화…소형사 사업비 증가 부담

보험약관 시각화 해석의 차이 발생 우려 …약관 본문 오히려 늘어나
보험상품 법률 및 의료리스크 검증 강화…소형사 사업비 증가 부담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22일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에서 소비자단체와 보험업계 담당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보험약관 제도개선 점검 간담회를 진행했다.ⓒ금융위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22일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에서 소비자단체와 보험업계 담당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보험약관 제도개선 점검 간담회를 진행했다.ⓒ금융위

금융당국이 보험약관을 쉽게 바꾸기로 했지만, 보험업계에서는 보험약관의 시각화로 해석의 차이가 발생해 오히려 소비자 분쟁이 늘어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전날 금융당국이 발표한 '소비자 눈높이에 맞춘 보험약관 개선방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험약관을 쉽게 설명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시각화된 약관에 대한 해석의 차이가 발생하고 시각화된 약관 요약서가 새롭게 생기면 그를 설명하는 주석이 필요해 오히려 약관 본문이 늘어나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보험회사가 그림‧도표 등을 통해 약관의 핵심내용을 시각화한 ‘약관 요약서’를 제작해 계약자에게 교부해 현행 약관 요약자료를 대체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보험회사별로 일관성 있는 제작이 가능하도록 모범예시안을 마련‧제공할 예정으로 세부항목별 디자인 파일 등도 제공해 보험사의 부담을 줄여준다는 계획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험금 지급이나 의료상의 판단 등 정교한 부분이 들어있기 때문에 약관 자체를 쉽게 바꾸기보다는 소비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요약서를 만들려는 것"이라며 "의학적인 용어를 빼거나 너무 쉽게만 하면 분쟁의 소지가 있을 수 있어 이런 부분은 주석으로 본문에 추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보험약관을 쉽게 바꾸기로 했지만, 보험업계에서는 보험약관의 시각화로 해석의 차이가 발생해 오히려 소비자 분쟁이 늘어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금융위 금융당국이 보험약관을 쉽게 바꾸기로 했지만, 보험업계에서는 보험약관의 시각화로 해석의 차이가 발생해 오히려 소비자 분쟁이 늘어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금융위

이에 대해 보험업계는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그림과 도표를 통해 약관을 설명하면 받아들이는 고객에 따라 오히려 상품 내용이나 보장 범위를 오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약관 요약서를 설명하기 위한 주석 등이 약관 본문에 추가되면 지금보다 분량이 늘어나 취지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약관은 보험금 지급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어 보험금 지급 분쟁 시 판단 기준이 된다"며 "보험금 지급 분쟁이 발생하고 약관에 있는 내용을 고객에게 설명하면 고객은 몰랐다며 불완전 판매라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이런 상황인데 시각화된 약관 요약서만으로 고객이 보험상품을 오해하고 가입한다면 분쟁이 더 많아질 수 있다"며 "지금도 고객들이 약관 본문을 보지도 않는데 본문 내용이 더 많아지면 오히려 불만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상품설계 단계에서 보험사가 보험상품 법률과 의료리스크 검증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현재 보험사는 대부분의 상품을 사전 신고 없이 판매하고 있지만, 상품개발 시 법률 검토 및 의료리스크 검증이 미흡해 부실상품으로 인한 소비자와의 분쟁‧소송이 지속해서 발생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보험사는 상품 개발(개정) 시 법률전문가(내‧외부) 또는 준법감시인을 통해 법률검토를 해야 하고 새로운 보장내용이 포함된 상품은 의료전문가를 통해 의료리스크를 사전 검증해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회사별 온도 차가 있다. 대형보험사는 이미 이런 프로세스를 통해 상품을 출시·계정하고 있지만, 중소형사는 현재 수준보다 강화되고 의무화되면 사업비 증가가 부담된다는 것이다.

중소형 보험사 관계자는 "지금도 일정 수준의 사전 검증 단계를 통해 상품을 출시하고 있지만, 당국의 눈높이에 못 미치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사전 검증 단계를 강화하고 의무화하면 관련 사업비 지출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종호 기자 (2pres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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