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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송·에데르송, 브라질 GK는 왜 백인일까


입력 2019.11.19 20:30 수정 2019.11.19 17:39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마라카낭 저주의 후폭풍으로 흑인 GK 배척

1995년 발탁된 지다 골키퍼가 유일한 예외

브라질 주전 골키퍼 알리송 베커. ⓒ 뉴시스 브라질 주전 골키퍼 알리송 베커. ⓒ 뉴시스

벤투호가 세계 최강 브라질을 상대로 쉽지 않은 평가전을 치른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9일 오후 10시 30분(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모하메드 빈 자예드 경기장에서 브라질과 친선전을 벌인다.

브라질은 축구대표팀은 지난 FIFA 러시아 월드컵서 독일을 상대한 뒤 처음 만나는 세계적 강팀이다. 그만큼 대표팀에 많은 경험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브라질과는 역대 5차례 만나 평가전으로만 치러졌고 1승 4패로 열세다. 브라질과는 5차례 모두 국내서 경기를 치렀는데 유일한 승리는 김도훈의 결승골이 터진 1999년 3월(1-0 승리)이다.

국가대표 축구까지 섭렵하는 팬들이라면 상당히 익숙한 장면 하나가 있다. 바로 브라질 대표팀 골키퍼의 피부색이다. 축구팬들 뇌리에는 ‘브라질 골키퍼는 항상 백인’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에 소집된 3명의 골키퍼 면면을 살펴보면 알리송 베커(리버풀)를 비롯해 백업 멤버인 다니엘 푸자투(AS 로마), 산투스(아틀레티쿠 파라나엔시)는 모두 백인이다. 여기에 부상 중인 에데르송(맨체스터 시티) 골키퍼까지 유독 백인 선수만을 고집하는 브라질이다.

여기에는 슬픈 사연이 있다. 브라질은 69년 전 자국에서 열린 1950년 FIFA 월드컵에서 다잡았던 우승을 놓쳤고, 이에 대한 원흉이 골키퍼에게로 쏠린 바 있다.

당시 브라질은 결선 리그서 2승을 거둬 우루과이(1승 1무)와의 최종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첫 우승의 감격을 맛볼 수 있었다. 선수들은 물론 전 국민이 우승 기대감에 부풀었고 심지어 몇몇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미리 우승을 축하하는 일이 ‘설레발’이 이어졌다.

후반 2분, 브라질의 선제골이 터지자 경기장을 가득 메운 홈팬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축제 분위기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공은 둥글고 결과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전개됐다. 후반 21분 우루과이의 동점골이 터졌고, 다시 후반 34분 역전골이 나왔다.

일순간 경기장은 찬물을 끼얹듯 조용해졌고 긴 침묵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 경제난을 축구로 위로 받았던 브라질 국민들은 크게 좌절했으며 심지어 심장마비 또는 자살하는 사람들이 나올 정도였다. 이는 축구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건으로 일명 마라카낭의 저주로 기록되고 있다.

브라질 국민들은 아쉬움을 쏟아낼 희생양을 필요로 했고, 그 대상자는 우루과이전에서 골문을 지켰던 모아시르 바르보사에게 향했다. 당시 바르보사는 브라질 최고의 골키퍼로 명성이 자자했으나 단 1경기로 인해 인생 자체가 망가졌으며, 사망할 때까지 50여 년간 브라질 국민들의 원흉이 되고 말았다.

마라카낭 저주의 후폭풍은 대단했다. 브라질 축구 협회는 대대적인 체질 개선을 위해 선수단 전원을 물갈이했고 심지어 유니폼까지 뜯어고쳤다. 기존 흰색에서 지금의 노란 상의-파란 하의로 바뀐 게 바로 이때다.

골키퍼에 대한 원망의 목소리가 워낙 컸기에 흑인 선수가 골문을 지키면 안 된다는 암묵적인 룰도 만들어졌다. 바르보사 골키퍼가 흑인이었기 때문이다.

디다 골키퍼 이후 브라질은 다시 백인 키퍼들이 골문을 지키고 있다. ⓒ 뉴시스 디다 골키퍼 이후 브라질은 다시 백인 키퍼들이 골문을 지키고 있다. ⓒ 뉴시스

어처구니없었던 전통은 그로부터 45년이 지난 1995년에 깨지게 된다. 바로 역대급 반사 신경을 지닌 지다 골키퍼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특히 페널티킥 방어에 있어 역대 최고라 불렸던 지다 골키퍼는 1995년 대표팀에 첫 발탁돼 2005년까지 A매치 91경기에 출장하며 저주와 피부색은 아무 관계가 없음을 증명했다.

클라우디오 타파렐에서 마르쿠스, 그리고 지다로 연결된 브라질 골키퍼 계보는 이후 훌리우 세자르, 알리송 베케르로 이어지고 있다. 지다를 제외하면 여전히 백인 골키퍼가 중용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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